세계 최초 글로벌 펀드 만든‘월가의 전설’John Templeton

최근 해외 펀드에서의 자금 이탈이 적지 않다.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투자 손실로 마음 고생했던 투자자들이 주가 상승에 따라 손해가 축소되거나 원금 회복에 이르자 대거 빠져나간 것이다. 해외 펀드에 대한 비과세 제도가 종료됨에 따라 세금 증가를 우려한 고액 자산가들의 자금 이탈도 한몫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투자의 위험 분산과 국내에 없는 투자 기회 등을 감안하면 해외 펀드에 일정 규모 이상 투자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해외 투자의 개척자’랄 수 있는 존 템플턴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지난 1954년 미국인들이 해외 투자를 거의 생각하지 않았을 때 세계 최초의 글로벌 펀드인 ‘템플턴 그로스 펀드’를 설립해 해외 투자에 앞장섰다.

이 펀드는 그가 1992년 은퇴할 때까지 연간 14.5%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기록해 업계의 신화로 남았다. 그는 한발 앞선 가치투자로 놀라운 혜안을 보여줬다. 지난 1960년대 월스트리트에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일본 주식시장에 적극 투자한 글로벌 투자의 선구자였으며 우리나라에도 1997년 외환위기 직후 투자해서 고수익을 올리며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템플턴은 지난 2008년 7월 9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지만 여전히 월스트리트의 전설이자 정신적 지주로 불리고 있다.

미국 시장 떠나 세계로 눈돌려

템플턴이 미국 시장을 떠나 글로벌 시장으로 나간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매수 가능한 저가 주식에 대해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였다. 템플턴은 주가와 기업 가치 사이의 격차가 가장 큰 주식을 매수하고자 했는데, 이런 주식을 찾으려면 전 세계를 찾아다니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선택할 수 있는 주식 종류가 미국에 3000가지가 있다면 전 세계적으로는 약 2만 가지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이렇게 한다면 장기간에 걸쳐 성공할 확률은 더욱 높아질 것이었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 외에도 여러 나라를 상대로 하면 그만큼 수익률이 높은 주식을 찾기 쉬워진다는 점도 있었다.

둘째는 해외 투자를 하면 자동으로 분산 투자의 이점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역사적으로 한 나라나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분산은 투자자 스스로를 보호하는 아주 훌륭한 방법이기도 하다. 분산 투자를 하면 다양한 분야에서 투자 기회를 포착할 수 있고 다른 투자자들보다 더 빨리 투자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결국 해외 투자가 필요한 이유는 ‘더 나은 투자 기회’와 ‘분산투자를 통한 위험 관리’라고 할 수 있다.

템플턴은 투자 국가 선택에 놀라운 능력을 보여줬는데, 이는 그 나라에서 거래되는 주식을 기업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연구한 결과였다. 템플턴은 한 나라에 저렴한 주식이 얼마나 많은지를 조사한 후에 그 나라가 좋은 투자처인지 여부를 판단했다. 즉 그 나라의 GDP(국내총생산) 또는 고용 전망 등이 아니라 개별 기업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는 일이 먼저라는 것이다.

그는 또한 주식시장을 올바르게 판단하려면 지수가 아니라, 매집하고자 하는 개별 기업(종목)을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 증시가 강세든 약세든 높은 수익을 올릴 주식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사실 많은 투자자들이 주가지수를 보고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오늘 주가지수가 얼마나 올랐어?” 혹은 “이 정도 지수면 많이 올랐으니 일단 환매하자”는 생각 등이 바로 지수중심사고다.

이런 생각들은 사실 자연스런 인간의 본능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하나의 현상을 보고 전체를 파악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을 보고 그 사람이 속한 집단을 판단하듯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과연 주가지수가 투자 결정의 정확한 잣대인가 하는 점이다.

사실 주식투자란 지수가 아닌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또한 기업에 투자한다는 것은 기업의 주인이 되어 장기적인 성장의 결과를 나눠 가지게 된다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투자할 국가를 판단할 때 지수보다는 개별 기업 조사를 기준으로 하는 템플턴의 방식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지수보다 종목 분석 강조

많은 투자자들이 해외 펀드에 투자했다가 예상과 달리 수익률이 떨어지면 환매해 버리곤 한다. 손실이 나면 ‘좀 더 나은 투자’로 갈아타고 싶은 충동도 든다. 하지만 템플턴은 처음 분석과 판단이 옳다고 생각한다면 단기 실적이 좋지 않더라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10여 년 이상 투자해 장기적으로 시장 수익률을 능가한 펀드 투자자들도 단기적으로는 실적이 저조할 때가 있었다.

우리가 국내 투자보다 해외 투자를 꺼리는 이유는 해외 시장에 대한 정보 부족 때문이다. 템플턴은 그러나 정보 부족 때문에 방치된 주식을 찾는 것이 저평가된 주식을 찾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믿었다. 그가 1980년대 멕시코 전화 회사인 텔레포노스 드 멕시코의 주식을 매수한 것 역시 정보 부족을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였다.

그는 이 회사가 발표한 실적을 믿지 않고 직접 회사의 가치를 알아보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다. 그리고 가치에 비해 주가가 지나치게 낮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다른 많은 투자자들이 정보 부족 때문에 투자를 하지 않았지만 템플턴은 덕분에 훌륭한 투자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올바른 정보를 얻기 위해 남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는 얘기다. 템플턴은 주식투자뿐만 아니라 어떤 일을 하든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성공의 기본원리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템플턴의 해외 투자 전략으로 ‘떠오르는 태양을 먼저 발견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템플턴은 1950년대와 1960년대 이미 일본 기업들의 낮은 주가 수익률과 높은 성장률을 보고 대규모 투자를 시작했다. 반면 대다수 미국인들은 1980년대가 돼서야 일본이 세계의 주요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템플턴이 일본에 투자할 당시에 일본에 대한 대부분의 시각은 두려움이나 감탄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다수 미국인들은 일본을 임금이 낮고 싸구려 제품을 생산하는 나라로만 인식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일본을 방문한 템플턴은 일본인들이 검소하고 근면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일본 경제가 다시 회복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 같이 빠른 일본 투자를 통해 템플턴 그로스 펀드는 1960년대 말 미국 증시 하락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템플턴처럼 성공적인 해외 투자를 위해서는 1950년대의 일본과 같이 향후 떠오를 지역을 찾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