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분 중식요리하면 볶고 튀긴 기름진 음식만 떠올리죠. 하지만 진짜 중식요리는 구이·찜·조림·훈제 등 조리법이 매우 다양합니다. 중국 사람이 살이 안찌는 이유는 차를 많이 마셔서가 아니라 웰빙에 가까운 다양한 조리법으로 만든 음식 덕분입니다.”
유방녕 서울프라자호텔 주방장은 중식요리 전도사다. 느끼하고 자극적인 음식이라는 일반인들의 편견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중식요리의 다양성을 강조한다. 화교 출신으로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중국 전통의 깊은 맛과 정서를 익혀 온 그에게 중식요리는 단순한 요리를 넘어 자신의 정체성이며 모국에 대한 향수를 전해주는 애잔함이기도 하다.
고 정주영 현대 회장도 단골
“한국 사람이 김치와 고추장을 먹으며 한국의 정서를 익히듯, 저는 할머니가 해주신 밥을 먹으며 멀리 떠나온 중국의 맛과 정서를 맛볼 수 있었죠. 게다가 아버지도 친척들도 모두 중식요리사라 어릴 때부터 중식요리는 제 생활의 일부나 마찬가지였어요. 아마 그래서일 거예요. 중식요리에 있어서 제가 한국 사람보다 조금은 더 중국 본토의 깊은 맛과 향을 담을 수 있는 것은….”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한국의 정서를 담아낸 김치찌개를 만들 듯 유 주방장의 중식요리엔 중국인으로서 그가 가지고 있는 중국 대륙의 문화와 정서가 고스란히 배어나 있다.
단골고객들에게 유 주방장의 요리는 특별하다. 아무리 까다로운 주문이라도 고객 개개인의 입맛에 맞게 만족스러운 요리를 선보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단골고객의 까다로운 식성을 만족시킨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는 프로 요리사로서 당연히 해내야 하는 과제로 여기고 있다.
“고객의 취향을 무시하고 내 마음대로 요리할 수는 없어요. 까다로워도 고객이 원하는 것을 100% 맞춰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진정한 요리사지요. 이를 위해 도원을 자주 찾아주시는 단골고객들의 식성을 기억하고 챙기는 것 역시 주방장으로서 해야 할 일입니다.”
고객 개개인의 식성을 기억해 고객 각자가 좋아하는 요리와 식재료로 맞춤 요리를 해주니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이렇게 고객 개개인의 취향을 고려하다 보니 웃지 못 할 애로사항도 있다. 한국어의 애매한 표현이 그것이다. 한국어가 유창한 유 주방장이지만 화교인 탓에 한국인의 정서를 담은 한국적인 표현을 완벽히 이해하는 게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간혹 뜨거운 국물을 ‘얼큰하고 시원하게’ 또는 ‘얼큰하지만 맵지 않게’ 라는 등으로 표현하는 분들이 계세요. 이건 한국인 특유의 정서를 담은 말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뜻을 이해하는 데 많이 고심했지요.”
까다롭지만 이러한 주문까지도 완벽하게 맞추기 위한 유 주방장의 노력은 계속됐다. 그 결과 중식의 명소로 자리를 잡은 도원은 1980년대 청와대 출장에서 닉슨 대통령의 극찬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며, 고인이 된 현대그룹의 정주영 명예회장 역시 유 주방장의 요리를 좋아해 자주 도원을 찾았다고 한다. 요리 중에서도 특히 부드러운 해삼요리를 좋아한 그는 자신의 입맛을 사로잡는 유 주방장의 요리를 먹을 때마다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한번은 현대농구단까지 데려와 회식을 한 후 잘 먹었다며 거액의 팁을 전해주기도 했다.
전통과 창조가 어우러진 맛
유 주방장의 메뉴는 사천·북경·상해·광동식 등 중국의 다양한 요리법을 망라한다. 지역을 넘나드는 그의 요리는 중국 특유의 전통의 깊이가 느껴지는 중후한 맛과 정취를 그대로 담아내면서도 시대의 요구에 맞는 부가요소를 가미한 진보적 스타일의 중식요리라는 평을 듣는다.
“중식요리는 재료나 요리법에서 그 한계가 없다고 봐야 해요. 때문에 만드는 사람도 끊임없이 연구하고 새로운 것을 접목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하지요.”
중식요리라고 해서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웰빙의 열풍을 벗어날 수는 없다. 오히려 잘못 알려진 중식요리이기에 웰빙에 대한 관심은 더더욱 뜨겁다. 도원의 대표적인 메뉴인 동파육과 특제두부 요리 역시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충실히 담아낸 요리들이다. 재료의 한계를 넘어 건강하고 신선한 계절 식재료를 이용해 다양한 중식요리 메뉴를 개발해 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동파가 즐겨 먹었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돼지고기 요리 ‘동파육’은 느끼하지 않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며, 야들야들 부드러운 육질과 감칠 맛 나는 소스로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주방장 고유의 제조법으로 도원에서 직접 만든 특제두부는 간수를 사용하지 않고 두유와 계란을 쪄서 만든 선두부로 연두부보다 영양가가 높고 매우 부드럽다. 겉의 바삭한 두부의 맛과 부드러운 속의 식감은 두부 위에 얹은 전복의 쫄깃함이 더해져 입안에서 더할 나위 없는 행복감을 느끼게 해준다.
“요리는 살아있는 예술입니다. 이러한 요리를 만드는 요리사는 채찍질을 하지 않으면 멈추고 마는 팽이와 같아요. 늘 깨어있고 꾸준히 노력해야 하지요. 스스로에 대한 채찍질로 꾸준한 노력과 요리에 대한 개발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훌륭한 요리를 할 수 있어요.”
얼마 전 중식요리에 있어서는 세계적인 권위를 갖는 세계중국요리연합회에서 명인의 인증을 받은 유 주방장은 ‘국제중식명인’ 또는 ‘세계중식대사’라는 칭호를 받으며 중식국제대회의 평가위원 자격까지 부여받는 영광을 안았다. 올해는 도원의 리노베이션과 중식요리의 오일프리 조리법의 신규 개발을 통해 건강하고 맛있는 중식요리를 맛볼 수 있는 사교와 교류의 복합 문화 공간을 선보일 계획이다.
서울프라자호텔 도원
중원의 깊은 맛·향이 ‘물씬’
서울프라자호텔의 중식당 도원은 특급호텔 중식당의 살아있는 역사라 불린다. 1976년 호텔 개관과 더불어 오랜 세월을 함께해 왔다. 도원은 전통에 대한 자부심으로 창조하는 깊은 맛과 30년 경력의 주방장의 손끝에서 빚어지는 북경·사천·상해·광동식의 다양한 요리로 중식당의 최고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최정예 서비스 멤버로 구성된 지배인을 비롯한 호텔리어들의 세련되고 정중한 서비스는 국내 정상을 지켜나가는 도원의 명성을 잇는 견인차다. 부드럽고 세련된 분위기에서 제공하는 편안한 서비스와 정통 중식요리의 맛은 한국 최고의 중식 문화를 선사한다. 도원의 창밖으로 펼쳐지는 동양식 정원은 도심에 위치한 호텔에서 느끼기 어려운 편안함과 상쾌함을 전하고 있다.
가족 모임을 비롯한 각종 비즈니스 모임을 치를 수 있는 목화·연화·이화·국화·공작·백합·봉황 등 7개의 별실이 준비되어 있으며 특히 서울광장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3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파인룸 및 프라이빗 다이닝 룸도 마련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