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사명은 관리가 아니라 체계적인 변화다”
1859년은 진화론의 창시자로 유명한 영국의 생물학자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의 역작 <종의 기원(The Origin of Species)>이 출간된 해다. 인류 역사상 가장 격렬한 논쟁을 불러 일으켰던 책 중의 하나인 저서에서 다윈은 “자연은 개체들 중에서 환경에 적합하고 우수한 개체를 선택하여 번식이 가능하게 하고, 열등한 개체들은 도태시킨다”는 유명한 자연선택설을 주장했다.
그로부터 150년이 지난 오늘날 다윈의 주장은 생물체뿐만 아니라 인간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조직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원리가 되었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McKinsey)는 2001년 출간한 연구서에서 아무리 뛰어난 기업이라도 변하지 않고서는 시장에서 자신의 위상을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실제 1957년 초우량 기업으로 선정된 500개 회사 중 40년이 지난 1997년에도 초우량 기업으로 살아 있는 회사는 74개로 약 15%에 불과했다. 그 나마 1957년부터 1997년까지 지속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낸 기업은 단지 2%인 12개에 지나지 않았다. 다윈이 역설했던 것처럼 시장과 고객에게 인정받은 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한 반면, 그들에게 외면 받은 기업은 누구든 어김없이 시장에서 퇴출되었다. 1964년 우리나라 경제를 움직였던 10대 재벌 기업 중에서 지금까지 10대 재벌로 살아남은 기업은 삼성과 LG 딱 두 개뿐이다. 생물체든 기업이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가차 없이 도태되는 것이다.
조직 변화의 중요성을 역설한 리더는 많지만, 성공적으로 조직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숙지한 리더는 의외로 드물다. 조직 변화에서 유념해야 할 사실은 조직이 변화를 시작하면 초기에는 성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구성원들이 변화에 필요한 새로운 기술이나 행동을 습득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돌발 상황이 발생해 변화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변화는 단순한 구호나 이벤트가 아니라 철저하게 관리해야 할 리더의 가장 중요한 과제다.
존 코터(John P. Kotter) 하버드대학 교수는 성공적인 변화를 위한 고난도의 방정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변화관리’ 분야의 대가다. 본래 코터 교수의 주된 관심사는 리더십이었다.
변화의 필요성을 전 조직에 확산하라
그는 리더십과 관리를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관리란 주어진 틀에서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획·예산·조직화·충원·통제 등이 관리의 주요 항목들이며 관리는 조직 계층과 시스템을 통해 이루어진다. 반면에 리더십은 비전과 전략을 개발하고 동기 부여를 통해 변화를 주도한다. 리더십은 계층과 시스템에 의존하는 관리와 달리 사람과 문화를 통해 작동한다.
이처럼 리더십과 관리는 과제를 해결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지만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관리가 주로 철저한 통제를 통해 계획을 실행한다면, 리더십은 동기 부여와 격려의 방법을 사용해 비전을 실현한다. 물론 기업을 성공적으로 경영하기 위해서는 강한 리더십과 효율적인 관리가 모두 필요하다. 그러나 현대 경영에서 리더십이 관리보다 더 주목받고 있다. 기업을 둘러싼 환경이 이전보다 훨씬 급격하게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코터는 리더의 사명은 단순한 관리가 아니라 체계적인 변화라고 단언한다. 리더는 조직이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고 그러한 방향으로 구성원들을 변화시켜야 한다. 만약 어떤 조직에 관리만 있고 리더십이 없다면 그 조직은 금세 관료화되고 급격한 환경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것이다.
코터는 대중매체와 기업 교육이 리더십에 관한 많은 오해와 편견을 만들고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일반에게 알려진 대부분의 리더십 연구는 영웅담에 치중하고 있다. GE의 잭 웰치나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애플의 스티브 잡스 등 소위 ‘스타 CEO’를 중심으로 그들의 리더십과 회사 성과를 설명하는 내용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코터는 변화와 혁신이 최고경영자 한 사람의 힘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변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변화하려는 노력이 조직 전체로 확산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최고경영자의 솔선수범 이외에, 조직 구성원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리더는 어떻게 변화의 세력을 만들고 필연적으로 발생할 조직 내 저항을 극복할 수 있을까.
변화의 주도 세력을 구축하라
1996년 코터가 출간한 <기업이 원하는 변화의 리더(Leading Change)>는 변화관리 분야의 바이블로 일컬어진다. 이 책에서 코터는 많은 기업과 공공기관 컨설팅 경험을 바탕으로 변화관리의 8단계 모델이라는 매우 실용적인 개념을 제시하였다. 1단계 위기감 조성에서 시작해, 8단계 변화의 정착과 제도화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마다 성공적인 변화관리를 위한 핵심 내용들이 담겨있다.
그는 이 책을 기초로 단계별 실제 사례연구를 보완한 <기업이 원하는 변화의 기술(The Heart of Change>을 2002년 출간했으며, 2006년에는 펭귄을 주인공으로 한 <빙산이 녹고 있다고?(Our Iceberg Is Melting)>라는 비즈니스 우화를 펴내기도 했다. 결국 코터 교수의 핵심이론은 변화관리의 8단계 모델을 통해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8단계 모델의 1, 2단계는 변화의 기반을 조성하는 일이다. 리더는 성공적인 변화를 위해 우선 위기감을 조성하고, 변화의 핵심 세력을 형성해야 한다. 사실 대부분의 기업에서 변화는 조직이 어려울 때보다는 잘 나갈 때 시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조직이 잘 될 때는 여유가 있기 때문에 변화에 필요한 우수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용이하다. 변화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데 소요되는 재원도 충분히 동원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구성원들에게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시키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다. ‘조직이 잘 돌아가고 있는데 무슨 변화가 필요하냐’, ‘내 일 하기 바쁘니까 변화는 한가한 사람들이나 해라’ 식의 냉소적인 분위기가 있을 수 있다. 코터는 이러한 성공에 대한 자만심이 조직 변화의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지적했다. 가시적인 위기가 없는데 누가 위기감을 느끼겠는가. 리더는 조직이 잘 나갈 때 조직에 만연할 수 있는 자만심이 잠재적인 위기를 키우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변화관리에서 가장 고심해야 할 것 중 하나는 변화를 주도하는 세력을 형성하는 일이다. 모든 구성원들이 변화에 동참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구성원 전부가 변화를 이끄는 지도부가 될 수는 없다. 변화를 구체화시키기 위해서는 리더십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로 변화의 지도부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도산 위기에 몰렸던 닛산자동차를 부활시킨 카를로스 곤은 연구개발·재무·판매·구매 등 다양한 기능을 담당하는 최고의 인재들을 모아 복합 기능팀을 구성했고, GE의 잭 웰치는 변화를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 1992년부터 64개의 변화가속화팀을 운영했다. 추진세력이 없는 상태에서는 저항세력이 생기면 변화와 혁신이 곧바로 중단될 수 있다.
변화의 기반이 조성되었다면 구성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명확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아무리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해도 비전이 없으면 구성원들은 혼란스러워 한다. 또한 비전 없이는 다양한 변화 프로젝트나 프로그램들을 일관성 있게 진행할 수 없다.
아직도 경영자들 중에서는 비전을 거창한 구호나 단순한 미사여구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좋은 비전은 단순 구호가 아니라, 구성원들에게 방향성을 제시해주고 그들의 열정을 하나로 모으는 역할을 한다. 1980년대 GE의 비전은 ‘1위 아니면 2위’였다. 당시 GE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업의 방만함이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했다. 하지만 2000년대 GE의 비전은 ‘상상력’이다. 창조적인 노력 없이 더 이상 GE를 성장시키기 어렵다는 절박함이 비전에 배어있다. 이처럼 GE의 비전은 언제나 구성원들에게 기업의 방향성에 대한 명확한 의미를 던져 주었다.
쉬운 과제로 성과를 창출하라
변화에 대한 인식, 그리고 명확한 비전이 수립되었다면, 이제 리더에게 남은 과제는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일이다. 비록 강력한 팀이 구성되고, 새로운 비전이 만들어지더라도,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 변화가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장기적인 비전에만 사로 잡혀 오랜 시간이 지나야 성공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지면 위기의식이 떨어지고 저항 세력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
물론 변화의 수준에 따라 성과를 내는 데 걸리는 시간은 천차만별이다. 특정 변화 프로그램은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변화에 성공한 리더들을 조사해 보면 한결같이 6개월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줌으로써 변화를 지속시키려고 노력했다. 비전과 함께 구체적인 성과가 제시되어야만 변화의 에너지를 증폭시킬 수 있고 구성원들의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변화가 시작된 초기에는 많은 인원과 시간이 소요되는 높은 난이도의 과제보다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구체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쉬운 과제를 선정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스칸디나비아항공의 얀 칼슨(Jan Carlzon) 사장은 자사 이용고객을 분석한 결과, 약 1000만 명의 고객들이 각각 5명의 직원들과 접촉했으며, 1회 고객 응대시간이 평균 15초라는 것을 알아냈다. 그는 이 짧은 15초가 바로 스칸디나비아항공의 운명을 좌우하는 ‘진실의 순간(moments of truth)’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항공사 모든 직원들이 15초의 시간에 고객들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칼슨은 전 직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행동강령을 제시했고, 이를 통해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그 결과 사업은 1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고, 회사는 고객 서비스 최우수 항공사로 선정되는 영광을 얻었다.
본래 변화라는 것이 힘들 수밖에 없는데, 이처럼 단순하고 실천하기 쉬운 과제는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이러한 성공은 다시 구성원들이 희생에 대한 보람을 느끼고 자신감을 갖게 되는 선순환을 이끌어낸다. 또한 단기간에 눈에 띄는 성공을 이끌어 내면, 비전과 전략을 미세하게 수정하는 데도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냉소주의자와 반대론자들도 효과적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다.
변화의 성패는 끈기가 좌우한다
변화관리는 명백히 세력 싸움이다. 리더는 방관자를 지지자로, 수동적인 지지자를 적극적인 주도자로 바꾸어야 한다. 왜냐하면 변화를 지지하고 참여하는 세력이 변화에 무관심한 냉소주의자나 저항하는 반대론자보다 많을 때 성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소수의 추진세력이 비전과 단기적인 성과를 통해 변화를 확산시키지만, 결국 끈기 있게 변화를 추진해서 조직의 뼛속까지 혁신이 스며들었을 때 비로소 최종 승부가 결정된다.
따라서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리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몇 년 동안의 힘든 노력 끝에 그럴 듯한 성공을 맞이하게 되면, 리더들은 변화나 혁신의 성공을 선언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 이는 대부분 치명적인 실수가 될 수 있다. 변화의 줄기가 조직에 뿌리내리기 전에 너무 일찍 터뜨린 샴페인은 변화의 추진력을 일시에 멈출 수 있다. 지금까지 숨을 죽이고 있던 반대론자들도 성공을 빌미로 오히려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
변화를 추진하는 리더들이 가장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이 바로 변화의 지속성이다. 위기감이 부족해 시작이 어렵지, 일단 기업에서 변화와 혁신 프로그램을 시작하면 처음에는 적더라도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조직에는 오랫동안 쌓인 상당한 비효율이나 문제점들이 누적되어 있기 때문이다.
품질관리, 리엔지니어링, 고객만족, 식스시그마 등 그동안 많은 기업들이 시행했던 다양한 혁신 프로그램들을 상기해보라. 초기 1~2년 동안은 조직의 주목도 받았고, 일부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그 후 어떻게 되었는가. 아예 흐지부지되었거나 아니면 유행했던 다른 혁신 기법으로 바꾸었을 것이다.
예컨대 품질 불량률이 5% 정도인 기업이 있다고 치자. 이 기업의 불량률을 1%로 줄이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지만, 이를 다시 0.1%, 더 나아가 식스시그마 수준으로 줄이는 것은 무척 어렵다. 조직 구성원 전체가 철저한 품질관리 마인드와 기술을 완전히 갖추기도 전에 또 다른 혁신 프로그램으로 내몰리는 형국이다. 변화가 기업에 뿌리내리기까지는 5~10년이 걸린다는 점을 명심하자.
이제 이쯤에서 위대한 생물학자 찰스 다윈이 우리에게 던져준 교훈을 다시 한 번 상기해보자. “오랜 세월 속에서도 지구상에 생존한 생물체는 가장 강한 종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가장 똑똑한 종도 아니었다. 그들은 단지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한 종이었다.” 이제 리더들은 변화를 선도할 것인지 아니면 변화의 대상으로 전락할 것인지 선택해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