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자산가들“이젠 부동산 팔고 싶어요”

해외 부자들과 비교해 부동산 사랑이 각별하던 한국의 부자들이 생각을 바꾸는 것일까. 부동산 매각을 추진하는 부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 관련 세금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원자재겷ㅁ?등으로 자산을 배분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미국 금융회사인 메릴린치는 매년 부자 보고서를 발간한다. 이 보고서는 부자들의 자산 증감 및 자산 배분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보고서가 정의하는 부자란 ‘1차 주거지를 제외한 재산의 합이 미화로 300만달러 이상인 사람들’을 말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말 기준으로 대한민국에는 10만5000명의 부자가 있으며, 이는 2007년 대비 11% 감소한 숫자다. 대한민국 부자들의 자산 구성상 특징은 부동산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전 세계 부자들의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18%. 반면 대한민국 부자들의 경우엔 38%로 매우 높다. 2010년 전망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부자들의 자산 내 부동산 비율 평균에서 전 세계 예상치는 15%이지만, 대한민국 부자들의 예상치는 38%로 많은 차이를 보인다.

글로벌 및 아시아겾쩽贄?부자들의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급격히 줄어드는 모습이다. 2006년 24%(글로벌), 29%(아·태)였던 수치가 2010년 전망치로는 각각 15%(글로벌)와 16%(아·태)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부자들의 자산 내 부동산 비율은 2006년 42%에서 2010년 전망치 38%로 감소세가 완만하다.

물론 각 나라의 고유한 특성이 있으니 단순한 수치 비교는 의미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전 세계 부자들의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부동산의 비중이 낮게 나타나는 것은 앞으로 대한민국 부자들의 자산 배분에서도 부동산 비중이 낮아질 수 있다는 개연성을 주기에는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실제로 거액 자산가들은 이미 그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현대증권 VIP 컨설팅 서비스를 받는 거액 자산가 고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본 결과, 신규로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고객은 드물었으며 오히려 기존 보유 부동산을 매각하고 싶어 하는 고객이 대다수였다.

부자들 “부동산 매각 원해”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은 세법의 변화다. 대한민국이 선진화하면서 세금징수 시스템도 합리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예를 들면 과거엔 공시지가 기준으로 부동산 관련 세금이 책정되어서 소위 ‘부동산 불패 신화’라는 신조어가 생기는 데 공헌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는 실거래가 기준으로 바뀌었다.

그러다 보니 부동산 거래 시 발생하는 세금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중 비업무용 토지에 한정하여 양도세금에 관한 예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2010년에 개인이 비업무용 토지를 매각할 때의 현행 세법상 양도세율은 최고 약 33%가 적용된다. 그러나 2011년 이후 세율은 약 60%로 급상승한다.

이는 개인이 2011년 이후 거액의 비업무용 토지를 매각하려고 한다면 매각 차익이 2010년 대비 약 67.5% 증가해야 2010년 매각 시의 세후 현금 흐름과 동일해진다는 뜻이 된다. 따라서 비업무용 토지 매각을 계획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별일 없는 한 2010년 안에 매각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참고로 부동산 자산에는 상업용 부동산, 리츠(부동산투자펀드), 주거용 부동산(1차 주거지 제외), 미개발 부동산, 전답 등이 있다. 각개 자산이 양수, 양도, 증여 및 상속 시에 국세청에 보고되며 자금 출처 등이 면밀히 파악된다.

현대증권 VIP 컨설팅 서비스 대상 고객의 평균 자산은 300억원 수준인데, 이들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보유 자산을 자식들에게 효율적으로 증여하는 것이다. 현금 자산은 여러 가지 절세 방안을 이용하여 자식들에게 증여할 수 있지만, 부동산의 경우 이제는 절세 방안이 없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산 배분전략에 관심 많아

상황이 이렇게 되면 부동산 비중의 축소와 더불어 자산 배분 전략에 관심을 가지는 부자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자산 배분이라는 개념이 이미 오래 전부터 분산투자라는 개념과 함께 일반화되었으나, 대한민국에서는 금융권의 PB 영업과 결부돼 최근에야 정형화됐다. 국민연금 등 여러 기관에서는 이미 자산 배분 전략을 자금 운용의 기본으로 삼고 있다.

그렇다면 부동산 외에 주목할 만한 자산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2007년 1월 1배럴당 50달러였던 유가(WTI)는 종합주가지수가 폭락하던 2008년 7월에는 150달러 근처까지 상승했고, 같은 기간 금값은 온스당 600달러대에서 1000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뛰었다. 또한 2007년 11월 6%대였던 국고채 3년 금리가 2009년 1월에는 3%대 초반까지 하락하여, 위의 자산을 보유한 투자자들에게는 큰 수익이 발생하였다.

위 자산들의 가치가 변동한 원인을 살펴보자. 유가는 투기적인 요인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금값은 세계 경제 침체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현상을 주요인으로 볼 수 있다. 금리 하락은 경기 부양을 위한 정부의 정책금리 인하에 기인한다.

만일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를 시작으로 발생한 주가 하락 시기에 여러 자산 군으로 나눠 투자했다면 투자 수익률은 어떻게 나왔을까? 자산별 투자 비중에 따라 다르겠으나 포트폴리오에서 원자재 및 채권의 비중이 높았다면 이익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최소한 주식으로만 구성된 투자보다는 수익률이 높았을 것이다.

과거에는 원유 등의 원자재에 투자하고 싶어도 마땅한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원유겚?등의 원자재에 투자하는 펀드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어서 여러 자산에 나누어 투자하기가 수월해졌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자산에 얼마만큼의 비중으로 투자해야 하는지는 투자자별 성향 및 목표수익률에 따라서 달라진다. 과거 자산간 상관관계 등을 고려하여 상호보완관계가 있는 자산 군에 합리적으로 배분해야 한다. 계량모델을 도입하여 투자자의 성향에 맞는 합리적 자산 배분을 도와주는 증권사 등 금융회사들을 활용하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