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갱신형 상품…
보험료 조정 꼼꼼히 따져야
#1
가슴 졸이며 기다리던 정기인사에서 마침내 차장으로 승진한 직장인 B씨. 고진감래라고 했던가. 야근을 밥 먹듯 하면서도 실적이 부진할 때마다 상사에게 받았던 질책들이 잠깐씩 스쳐 지나간다. 승진에서 누락된 동료들 앞에서 표정관리는 기본 예의라고 생각하지만 흐뭇한 마음은 감출 수가 없다. 천근만근 만성 피로감도, 가끔씩 느껴지는 어깨와 가슴의 뻐근함도 이 순간만큼은 잊을 만하다. 아이들을 생각해서 종신보험도 가입했겠다, 뭐 걱정할 게 있을까 하는 생각에 안심도 된다. ‘자, 이제 또 뛰어 보자’라고 다짐하는 순간, 마치 표창장마냥 책상 위에 놓여 있는 보험증권에 눈길이 간다. 사망보험금, 암보험금, 입원보험금…. 또 뭐가 있었더라? 실손특약? 이게 뭐였지? 아무튼 보험이란 건 설명을 듣고 돌아서기만 하면 도통 무슨 소린지 알 수가 없다.
▶▷실손특약(實損特約)이란 글자 그대로 피보험자가 질병이나 상해로 인해 치료를 받을 때 가입자가 실제 부담한 의료비를 보상하는 것을 말한다. 가입자 입장에서는 본인이 손해를 본 만큼 보상받는다고 생각하면 간단하다. 이와 같은 실손보상과 대비되는 보험용어는 정액보상이다. 정액보상이라는 것은 약관에 열거된 보험사고(질병이나 상해로 인해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상황) 발생 시 미리 정해진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진단비나 수술비, 입원일당 등이 이에 해당한다. 주로 생명보험의 주요 특약들과 손해보험의 일부 특약들이 취하는 방식으로 실제 치료비보다 적을 수도 있고 많을 수도 있다. 따라서 주요 질병에 대해서는 정액보상과 실손보상을 병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2
보험가입설계서를 다시 찬찬히 살펴보는 B씨. 급성 폐렴으로 사나흘 병원에 입원해 치료받은 후 출근한 동료로부터 스쳐 지나가듯 들었던 얘기가 떠오른다. 입원치료를 받은 뒤에 영수증을 첨부하면 전액 보험 처리된다고 했던 것 같다. 그게 지난해 봄이었나, 초여름이었나? 그런데 이상하다. 왜 이 설계서에는 90%만 지급한다고 되어 있지? 혹시 내가 잘못 가입한 건가?
▶▷실제 부담한 의료비를 보상해주는 실손보험 상품의 경우, 가입 시점에 따라 보상 범위와 금액에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통칭 실손보험은 손해보험사에서 주로 판매해 왔다. 2009년 9월까지 보험에 든 가입자는 입원의료비의 경우 전액을 보상받을 수 있는 반면 이후 가입자는 10%를 본인이 부담하도록 되어 있다.
단, 본인 부담금의 상한선은 연간 200만원이다. 2009년 8월과 9월에 가입한 경우 보험료가 갱신되는 3년, 혹은 5년부터 역시 본인 부담금 10%의 적용을 받게 된다. 이는 실손보험 판매가 늘어나면서 보험사의 손해율이 과도하게 높아지자 금융감독위원회가 강력한 조정 권고 조치를 내린 데 따른 결과다.
#3
갱신형이란 말은 또 무슨 뜻이지? 몇 년 단위로 보험료가 달라진다는 설명을 듣긴 한 것 같은데, 도대체 얼마나 올라갈까? 다른 특약은 20년이라고 납입기간이 명시되어 있는데, 왜 이 부분에는 기간이 나와 있지 않은 것일까? 설계사에게 좀 더 꼼꼼히 물어볼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 B씨.
▶▷실손보상을 해주는 특약의 경우, 생명보험이나 손해보험이나 똑같이 갱신형으로 되어 있다. 갱신형이라 함은 주기별(주로 3년 단위)로 보험료를 재조정하는 구조를 말한다. 보험사별 손해율에 따라 인상폭은 다를 수밖에 없어서 미리 수치를 예상하는 것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위험하다. TV 홈쇼핑 등을 통해 판매하는 보험 상품은 갱신주기가 1년인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무작정 저렴한 보험료만 좇는 것은 곤란하다.
근래에는 생명보험사의 정액보상 특약들도 갱신형을 선택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가입할 때는 반드시 잘 살펴보고 판단해야 한다. 또한 갱신형 특약은 전기납(全期納)이 기본이다. 보험을 통해 보장을 받는 기간 동안은 계속 보험료를 납입해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나이가 들어갈수록 보험료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승진 소식을 듣고는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던 아내 모습이 문득 떠오른다. 회사 일하랴 애들 돌보랴 늘 분주한 아내 모습을 볼 때마다 미안하고 짠한 마음도 든다. 아내는 돈을 아낀다고 암보험 외에는 이렇다 할 보험 하나 가입한 게 없다. 연말정산 할 때 소득공제도 된다고 하는데 이번 기회에 하나 가입해 줄까? 그런데 소득공제는 얼마나 되는 거지? 모든 보험의 보험료가 다 해당되는 건가?
▶▷보험은 크게 보장성 보험과 저축성 보험으로 대별할 수 있다. 연금보험 등 저축성 보험의 경우는 보험료 소득공제와는 무관하다. 종신보험, 암보험, 자동차보험, 실손보험, 건강보험, 상해보험 등이 공제 대상인 보장성 보험에 포함된다. 연간 공제 한도는 100만원이며, 근로소득자의 경우만 적용되고 사업자는 제외된다.
문제는 자동차보험이 포함되어 있어서 실익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연간 자동차보험료로 50만~60만원 정도를 납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면 월 보험료 기준으로 약 3만~4만원 수준만 공제 혜택을 보는 셈이다. ‘마이카’라는 단어조차도 진부하게 느껴지는 요즘 시대상을 거의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국가 의료보험 체계의 공백을 개인이 민영보험을 통해 보완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또한 ‘유리지갑’인 근로소득자에 대한 배려 차원의 제도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소득공제 금액을 보다 현실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보험에 가입할 때는 반드시 각자 본인 명의로 계약해야 한다는 점도 기억하자. 기본 공제 대상자라 하더라도 소득금액이 100만원 이상인 경우는 보험료 공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소득공제 상품으로 인기가 높은 연금저축의 경우 반드시 사업자나 근로소득자 본인 명의로 가입했을 때만 인정된다. 예를 들어 계약자는 본인이고 피보험자는 배우자인 경우는 공제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보험으로 부부애를 확인하고 싶을 때도 이 점은 꼭 살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