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과 떡국 ‘환상의 커플’

최근 몇 년 새 와인은 명절 최고의 인기 선물로 떠올랐다. 그러나 선물 받은 와인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고급 와인이 그 진가를 발휘하지 못하거나 보관을 잘못해 이내 맛을 잃어버리는 안타까운 일이 종종 발생한다. 하지만 몇 가지 상식만 기억한다면 선물 받은 와인을 최상의 상태에서 즐길 수 있다. 명절기간 동안 알아두면 좋은 와인 상식을 소개한다.

와인 알기  와인 사이트는 정보의 보고

 

“이 와인 얼마인가요?”

명절이 지남과 동시에 와인 수입사에는 이런 문의가 쇄도한다. 가격과 품질이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받은 와인의 수준을 가늠하기 위함이다. 선물 받은 와인에 대한 정보를 가장 손쉽게 얻는 방법은 와인 뒷면 라벨에 표시된 수입사에 전화를 하거나 홈페이지를 활용하는 것이다. 가격을 비롯해 와인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정확하게 얻을 수 있다.

또는 와인21닷컴(www.wine21.com)이나 와인파인더(www.winefinder.co.kr) 등 와인전문 사이트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와인의 이름을 검색하면 와인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매칭하면 좋은 음식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외래어 표기상 와인명이 달라질 수 있으니, 와인 뒷면 라벨을 통해 이름을 확인하거나 영문 명칭으로 찾는 게 좋다.

와인에 대한 기초 정보는 와인의 앞면 라벨을 통해서도 쉽게 얻을 수 있다. 칠레를 포함한 신대륙 라벨에는 브랜드 이름, 포도 품종 등이 영어로 표기되어 있어 그나마 알아보기 쉽다. 반면 프랑스를 포함한 구대륙은 자국의 언어를 주로 사용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다. 구대륙의 대표적인 와인 생산국인 프랑스 와인 중 라벨에 ‘원산지 명칭 통제 와인’을 뜻하는 AOC(Appellation d’Origine Controlee. Origine 자리에 원산지 명칭을 표기. 원산지가 보르도인 경우 Appellation Bordeaux Controlee)가 표시되어 있으면 고품질 와인으로 보면 된다. 이를 통해 어느 지역 생산 규정에 따라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으며 구체적인 소마을 단위가 명시되어 있거나 ‘프리미어 그랑크뤼(Premier Grand Crus)’나 ‘그랑크뤼(Grand Crus)’ 표시가 있으면 고급 와인으로 분류된다.

신대륙 와인 라벨에는 포도 품종이 명시되어 있어 와인 맛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 까베르네 쇼비뇽, 까르미네르 등의 포도 품종이 기입돼 있다면 해당 품종이 85% 이상 사용되었음을 뜻한다.

와인 보관  빛•진동 피해 뉘어 놓으면 OK

간혹 선물 받은 와인을 거실 장식장 등 잘 보이는 곳에 전시용으로 세워두는 이들이 있다. 이는 잘못된 방법이다. 와인은 보관 상태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술이다. 빛과 온도는 물론 습도와 진동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보통 몇 개월 안에 마실 대중적인 와인이라면 서늘하고 그늘진 곳에 뉘어 놓으면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와인 셀러를 갖추지 않은 가정에서는 지하실이나 다용도실 등 난방의 영향을 덜 받고 온도변화가 적은 곳에 보관할 것을 추천한다. 편의상 일반 냉장고에 보관하는 경우가 많은데, 냉장고는 진동이 지속돼 와인의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또한 와인을 비스듬히 기울여 놓아야 코르크가 충분히 젖어 외부의 공기를 차단하므로 세워두기보다 뉘어 보관하는 것이 좋다.

마시고 남은 와인을 보관하는 것도 고민이다. 개봉 후 와인이 오랜 시간 공기와 접촉하면 산화가 진행돼 와인의 향과 맛이 변하기 때문이다. 산화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는 와인병 입구를 봉해주는 와인 스토퍼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하지만 더 좋은 방법이 있다. 병 속에 남은 산소가 발효해 와인을 상하게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와인 진공펌프로 병 안의 공기를 제거한 뒤 입구를 막으면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다. 또는 깨끗하게 세척해 물기를 제거한 작은 병에 남은 와인을 옮겨 병목부분까지 따른 후 견고한 마개를 덮은 뒤 5~6도의 냉장고에 넣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와인 즐기기  와인마다 적정 시음 시기 제각각

프랑스 특급 와인이나 돈 멜초, 알마비바 등 고급 와인을 선물 받았다면 마시기 전 시음 적기를 따져보는 것도 중요하다. 고급 와인들은 원숙한 맛을 내는 적정 시기에 오픈해야 자신의 개성을 더욱 충분히 발휘하기 때문이다. 그 시기보다 빨리 마시면 맛이 불안정하고 거칠며, 시기를 지나쳐 너무 늦게 마셔도 고급 와인의 풍미를 제대로 느끼기 힘들다.

설 선물로 시중에 선보인 와인들은 대부분 시음 적기를 맞이한 와인들이지만, 장기 숙성을 요하는 와인도 있으므로 관련 매장이나 와인 수입업체, 와인전문 사이트 등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좋다. 해당 연도 와인의 평가점수와 시음 적기를 알려주는 ‘빈티지 차트’도 유용하다.

프랑스 인기 와인의 시음 적기를 살펴보면, ‘샤토 딸보 2006’의 경우 2010년 이후가 좋고, ‘샤토 그뤼오 라로즈 2004’와 그의 세컨드 와인인 ‘라로즈 드 그뤼오 2002’는 지금부터 마시기 적당하다. 그랑크뤼 등급보다는 한 단계 아래지만, 가격 대비 높은 품질을 자랑하는 크뤼부르주아급 와인도 선물용으로 인기가 높다. 크뤼부르주아 와인 ‘샤토 브리에 2002’도 지금이 적기이며, ‘샤토 시트랑 2005’는 지금부터 2013년까지가 가장 즐기기 좋은 시기다.

이탈리아 ‘미켈레 끼아를로 바롤로 체리퀴오 2006’도 지금부터 제 맛을 발휘한다.

이 와인은 빈티지에서 5~6년이 지나야 제 개성을 보여주며, 20년 이상 장기 보관이 가능하다. 아르헨티나 명품 말벡 와인인 ‘트라피체 싱글빈야드 말벡 2006’은 지금부터 2015년까지 마시기 좋다. 그 외 비교적 저가의 신대륙 와인이나 가벼운 구대륙 레드 와인들은 3년 이내 마시는 것이 좋다.

설음식과 와인  떡국, 만둣국과도 완벽한 마리아주

‘첨세병(添歲餠)’이라고 해서 한 살을 더 먹는 상징으로 여기는 설음식 ‘떡국’, 떡국은 정초 음식이라는 이유만으로도 특별함을 가진다. 지역마다 설날 상차림에 빠지지 않고 오르지만, 지역 고유의 전통 떡국은 재료와 방법 면에서 조금씩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떡국과 와인과의 매칭은 어떨까. 떡국은 어떤 와인과도 매칭이 좋다. 육수의 무게감과 재료의 질감 등을 고려해 매칭한다면 보다 완벽하고 조화로운 와인을 찾을 수 있다. 강한 양념이 없어 사골이든 멸치든 국물을 잘 우려낸 떡국엔 피노누아, 혹은 소비뇽 블랑, 샤르도네 같은 화이트 와인이 좋은 마리아주를 이룬다. 마치 서양 음식 중에서 파스타가 어떤 와인과도 잘 어울린다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할 수 있다.

서울 전통 떡국  현대 서울에서는 고기장국 또는 맑은 멸치장국에 떡과 쇠고기 고명 등을 넣어 떡국을 끓인다. 그러나 과거에는 꿩고기 또는 닭고기가 들어간 떡국을 먹었다. 세시풍속집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를 보면 “떡국에는 흰떡과 쇠고기, 꿩고기가 쓰였으나 꿩을 구하기 힘들면 대신 닭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꿩 대신 닭’이라는 말도 여기서 유래되었다. 이처럼 꿩고기나 닭고기 등 고기류가 들어간 떡국은 풍미가 진한 레드 와인이 음식의 복합미를 더해준다. ‘콘차이토로 그란 레세르바 까르미네르’ 등 칠레산 까르미네르 와인들은 부드러움과 강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 구수한 국물과 고기 고명에 곁들이기에 손색이 없다.

개성 지방 조랭이떡국  경기도 위쪽에 위치한 개성에서는 예부터 조랭이떡국을 만들어 먹었다. 조랭이떡은 흰떡을 잘라 둥글게 만든 뒤 가운데를 대나무 칼로 눌러 조롱박처럼 만들어낸 떡이다. 어슷썰기한 떡보다 쫄깃함이 더한 조랭이떡국에는 ‘알베르비쇼 부르고뉴 피노누아’가 제격이다. 부르고뉴 지방의 피노누아 품종 와인은 풍성한 과일과 꽃 냄새가 입안을 향기롭게 하고, 은은한 타닌이 순하고 삼삼한 떡국의 국물과 조화를 이뤄 떡국 맛을 돋워준다. 시원한 화이트 와인을 곁들이고 싶다면, ‘오크캐스크 샤르도네’가 좋겠다. 오크에서 숙성한 샤르도네의 무게감이 조랭이떡국의 사골육수와 잘 어우러진다.

충청도 날떡국  구수하고 소박한 음식을 많이 만들어 먹던 충청도에서는 ‘날떡국’이 유명하다. 충청도 향토음식인 날떡국은 흰떡이 준비되지 않았을 때 손쉽게 만들어 내는 떡국으로, 찌지 않은 쌀 반죽으로 떡을 만든다. 육수는 소금으로 간을 한 굴이나 바지락조개를 이용, 뽀얗게 국물을 우려낸다. 날떡국의 맑은 국물에는 산뜻한 쇼비뇽 블랑 와인만한 것이 없다. 2008년 코리아 와인챌린지 대상을 수상한 ‘몰리나 쇼비뇽 블랑’은 시원하고 칼칼한 떡국 국물과 깔끔한 조화를 이룬다. 미디엄 바디에 꽃 향과 과일 맛이 오랜 여운으로 남는 1만원대 남아공 와인 ‘투오션스 화이트’도 권할 만하다.

 

전라도 닭장떡국  전라도에서는 토종닭을 토막 내 조선간장에 졸여낸 닭장으로 떡국을 끓여낸다. 과거에는 항아리에 닭장을 만들어 넣어 둔 뒤, 손님이 찾아오면 끓여 대접했다고 한다. 간간하면서도 달큰한 장맛이 특징인 닭장떡국에는 이탈리아 와인 ‘미켈레 끼아를로 바르베라 다스티’를 매칭해보자. 와인의 풍성한 과일 향과 특유의 산도가 다소 강한 듯 한 닭장 맛과 멋진 마리아주를 이룬다. 칠레산 ‘트리오 메를로’는 쫄깃한 떡과 부드러운 닭고기의 질감을 잘 살려주는 와인이다. 벨벳처럼 부드러운 타닌과 부드럽고 풍부한 향이 입안을 넉넉하게 채워준다.

경상도 통영 굴떡국  멸치장국에 생굴, 두부 등을 넣어 만든 ‘굴떡국’은 경상도 통영 지역의 떡국이다. 쇠고기 대신 멸치로 국물을 낸 다음, 흰떡, 두부, 생굴 등을 넣고 끓여낸다. 투명한 국물에 짭조름한 굴 맛이 어우러진 굴떡국에는 샤블리가 제격. 프랑스 등지의 유럽에서는 ‘굴과 샤블리’를 공식처럼 꼽을 만큼 환상의 조합으로 여긴다. ‘알베르비쇼 샤블리’는 적당한 바디감에 생동감 있고, 농밀한 기운이 돋보이는 와인이다. 와인 자체의 미네랄 느낌이 굴떡국과 이뤄내는 완벽한 조화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말캉하게 씹히는 담백한 굴 요리에는 ‘블루넌 골드에디션’과 같이 느끼함을 잡아주는 상쾌한 미감의 스파클링 와인도 권할 만하다.

강원도 만둣국  과거 강원도에서는 설날에 떡국 대신 주먹만 한 만두를 넣어 만든 만둣국을 먹었다. 쌀농사가 적은 북쪽 지방의 특성상 만둣국이 떡국을 대신했던 것. 함경도, 황해도 등의 북쪽 지방에서도 같은 이유로 만둣국을 즐겼다. 고기육수를 진하게 우려낸 만둣국의 경우, 타닌감이 조금 강하게 느껴지는 산지오베제 품종의 키안띠 클라시코 와인이 잘 어울린다. 이탈리아 와인 ‘듀깔레 리제르바’는 부드러운 타닌과 농익은 과일의 느낌이 적절한 산도와 밸런스를 잘 이룬 와인으로 진한 고기 육수, 부드러운 만두 속과 잘 어우러진다.

이|달|의|와|인

몰리나 와인메이커스 블렌드 | 칠레

2006년 수확을 끝낸 후, 산페드로에서 가장 오래된 레세르바 시리즈이자 칠레인이 가장 사랑하는 톱 5 와인 중 하나인 ‘몰리나’로 첫 블렌딩 와인에 도전한 와인이다. 와인 메이커의 열정을 이름에 그대로 반영한 야심작이다. 1200㏊에 이르는 칠레 최대의 단일 포도원의 위용을 자랑하는 몰리나 포도원은 배수 능력이 탁월한 얇은 충적토양으로 이루어진 완만한 언덕배기에 위치해 있다. 산페드로 프리미엄 와인의 세계로 입문하게 하는 대표 브랜드이자 가장 유명한 칠레 레세르바 와인 브랜드 중 하나로서 1970년대부터 수출되었으며 프리미엄 퀄리티와 편안한 가격이 최상의 조화를 이룬 와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