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정보도 물건 고르듯 쇼핑하는 시대가 왔다. 지금까지 민간 기상 업체들은 특정 고객을 위한 맞춤형 예보 서비스만을 제공할 수 있었으나 지난해 12월 ‘기상산업진흥법’이 시행되면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예보에도 뛰어들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미 10여 년 전부터 날씨 산업의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준비해온 기업이 있다. 국내 최초의 민간 기상 업체 케이웨더 이야기다. 기상청에서 시시각각 날씨를 알려주고, 인터넷을 뒤져도 ‘공짜’로 날씨를 알 수 있는 세상에 케이웨더가 경쟁력을 가진 비결은 무엇일까.

“백발백중 날씨 정보로 고부가가치 창출합니다”

민간 날씨예보 시장 개방 …“기상청과 경쟁 아닌 상호 협력할 것”

영화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를 보면 주인공 마티(마이클 폭스)가 미래로 가는 장면이 나온다. 악당들에게 쫓기던 마티는 몇 초 후 날씨가 어떻게 바뀔지 미리 알고 있었던 덕분에 곤경에서 빠져나온다. 미래에는 일기 예측이 1초 단위로도 가능하다고 가정한 내용이다.

영화 속 장면을 현실에서 재현하겠다는 의지에서일까. 지난해 12월 민간 기상 업체 케이웨더(대표 김동식)가 ‘눈 예보 환불제’를 내놓아 화제를 모았다. 예컨대 눈이 내리지 않는다고 예보했는데 실제 5㎝ 이상의 눈이 내리거나 5㎝ 이하의 눈 예보를 했는데 실제 5㎝ 이상의 눈이 내린 경우 등, 기상예보가 틀리면 기상정보료 전액을 보상해 주겠다는 것이다.

김동식(40) 케이웨더 대표는 “‘기상산업진흥법’ 시행으로 민간 날씨예보 시장이 완전 개방됨에 따라 보다 정확한 예측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며 “만약에 대비해 보험에 들어 놓았지만 아직까지 오보에 따른 환불요청은 한 건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민간 날씨예보 시장의 개방은 이미 13년 전부터 기상예보 산업의 가능성을 내다보고 준비해온 케이웨더 입장에서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민간과 예보 경쟁을 해야 하는 기상청은 바짝 긴장하는 눈치다.

케이웨더가 민간 기상 업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독보적이다. 전체 19개 업체 중 1위다. 2009년 매출액은 약 150억원이며 시장 점유율은 약 70%에 달한다. 다음·야후코리아 등 대부분의 포털 사이트에서 케이웨더가 제공하는 날씨정보를 서비스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케이웨더는 기상청과 협력관계를 맺어 매월 일정액의 수수료를 내고 기상정보를 구입한다. 기상청이 갖고 있는 기상정보는 케이웨더에도 있다는 뜻이다. 케이웨더는 여기에 자체적으로 확보한 기상자료를 더해 가공, 재생산한다. 이를테면 해외 기상정보의 경우 미국·일본 등지에 있는 민간 기상 업체와 제휴를 통해 보다 풍부한 콘텐츠를 얻는다.

전문 인력 확충에도 힘쓰고 있다. 케이웨더는 기상학 관련 전공자와 기상청 출신의 우수 기상예보관 10여 명을 영입하고, 예보 적중률에 따라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성과보상제도를 도입해 이들이 기상정보의 품질 향상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맞춤형 날씨 컨설팅이 인기 비결

‘날씨가 시장을 움직인다’는 말처럼 날씨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엄청나다. 미국은 국내총생산(GDP)의 42%, 일본은 51%가 날씨의 영향을 받는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산업도 70~80%가 직간접적으로 날씨의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김 대표는 “날씨경영은 이제 기업 경영의 필수요건이 되었다”며 “무려 4000여 개 업체가 케이웨더가 제공하는 날씨정보를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기상청이 아닌 케이웨더가 제공하는 날씨정보를 선호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맞춤형 서비스’에 해답이 있다.

케이웨더는 단지 날씨정보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날씨를 어떻게 쓸 것인가를 알려준다. 고객의 구미에 맞게 이른바 ‘날씨 컨설팅’을 해 주는 것이다.

김 대표는 “기상예보나 장비라는 게 내용 면에서 아무리 뛰어나도 해당 업체가 현장에서 실제로 쓸 수 있도록 맞춰주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며 “서비스를 받는 쪽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케이웨더의 날씨 컨설팅은 건설·유통·에너지·레저 등 전 분야에 활용된다. 대표적으로 건설 업체는 케이웨더가 제공하는 공사현장의 상세한 날씨정보를 통해 공정관리·인력관리를 할 수 있다. 예컨대 현대건설은 지하철7호선 공사를 하던 도중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공사구간이 몽땅 침수된 것을 계기로 케이웨더에서 3시간 간격으로 날씨정보를 제공받고 있다.

특히 유통업체는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날씨에 따라 고객의 구매패턴을 분석해 제품의 구성과 진열을 바꾸고, 주문량을 최적화해 상품별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TV홈쇼핑의 경우에도 과거 및 향후 날씨 데이터와 매출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정보를 통해 프로그램 편성 및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에너지 업체는 날씨에 따라 유동성이 큰 에너지 수요를 정확히 예측해 원자재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날씨에 따라 방문고객이 들쭉날쭉한 레저 업체는 사전에 마케팅을 계획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김 대표는 “기상청은 날씨정보의 정확성과 함께 공공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예보가 조심스럽다”며 “때문에 이런 맞춤형 날씨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같은 강수량 수치를 놓고도 민간 예보기관은 ‘강한 비’라고 할 수 있는 반면 기상청은 ‘흐리거나 비’라고 보수적으로 예보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그는 “기상 산업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공공의 역할을 다 하면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자리매김하려면 민관이 무조건적인 경쟁보다 협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상정보를 제공받는 수요자의 성격에 따라 국가가 담당할 영역인지 민간 시장의 영역인지 역할분담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차별화된 서비스 속속 선보일 것

모바일 기상정보 서비스도 케이웨더의 인기 비결이다. 케이웨더는 전국을 163개 권역으로 나눠 매일 해당 지역의 기상정보를 제공하는 ‘날씨 SMS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휴대전화 사용자가 본인이 원하는 지역을 설정하면 일정 시각마다 주기적으로 기상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전문 형식으로 들어오는 기상청의 특보를 세부적으로 분리할 수 있도록 개발한 특보 해석기를 바탕으로 제공하는 ‘특보 SMS’는 케이웨더만의 고유 서비스다. 모든 메시지는 주소회신용 SMS로 제작, 무선 인터넷 페이지로 연결해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630과 휴대전화 핫키를 눌러 직접 케이웨더 왑(WAP; 휴대전화기 등을 인터넷과 연결하는 기술)페이지에 접속할 수도 있다. 현재 ‘모바일 날씨정보’ 사용자는 이동통신사 3사를 합쳐서 10만 명에 이른다. 최근에는 휴대전화 바탕화면의 시계를 이용해 매 시간 기상 및 온도정보를 제공하는 날씨 시계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뿐이 아니다. 지상파·케이블 방송사 및 국내 주요 포털 사이트를 중심으로 기상예보 상품을 다양화시킬 계획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각 방송·포털 사업자와 기상정보 및 콘텐츠 제공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사내에 자체 예보방송 제작 스튜디오 공사를 진행하는 등 막바지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케이웨더의 대표적인 기상예보 주력상품은 ‘파노라마’ 예보다. 파노라마 예보는 지난 1월 선보인 첫 민간 예보로 전국 30여 개 지역에 대한 기상청과 케이웨더의 예보를 동시에 제공하고 기압·구름의 움직임 등을 동영상으로 보여주는 서비스다. 고객 입장에서는 기상정보의 선택권과 함께 여러 기상 자료를 하나의 영상으로 볼 수 있어 기상의 전체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 중에는 ‘라이프사이클 예보’도 선보일 예정이다. 라이프사이클 예보는 하루를 6시간 간격으로 나눠 70여 개 지역에 대한 기상예보를 하는 서비스다. 직업과 생활패턴별로 사람들의 활동시간이 다른 만큼 개인별로 가장 필요한 시간대의 기상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에는 학교, 아파트단지 등을 대상으로 자체 관측망을 구축해 해당 지역의 기상을 공지하는 지역 기상예보 사업도 벌일 계획이다.김 대표는 “민간 예보 서비스를 통해 고객들의 기상정보 선택권과 만족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향후에도 기상정보의 민간 활용과 응용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파생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