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자산주 열풍 분다

지난 1993년 대한민국 주식시장은 자산주 열풍으로 들썩거렸다. 당시 자산주 열풍을 이끈 만호제강은 23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고, 성창기업이 25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자산주들은 경이적인 주가 상승을 기록했다. 그야말로 열풍을 넘은 광풍이었다.

당시 열풍이 분 것은 증권거래법 200조(개인이나 단체는 특정 기업의 주식을 10% 이상 소유할 수 없다)가 폐지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었다. 이 법이 폐지되면 누구나 기업의 지분을 다량 보유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돈 많은 외국인들이 특정기업을 노리고 매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고, 매수 대상 기업은 자산가치가 높은 기업일 것이라는 추측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자산주들은 폭등했다.

2010년에도 또다시 자산주 열풍이 일어날 수 있다. 이번에는 2011년에 도입될 국제회계기준(IFRS)이 불을 댕길 전망이다. 국제회계기준이 어떻게 자산주 열풍을 일으킬 수 있을까? 비밀은 바로 국제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자산재평가’에 있다.

자산재평가란, 말 그대로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건물이나 토지 같은 자산을 다시 평가한다는 뜻인데, 그러면 기업의 숨겨진 자산가치를 시장이 인식할 수 있게 된다. 국제회계기준이 본격 도입되는 때는 2011년으로, 채 1년도 남지 않았다. 그러나 투자자로서 준비하고 대응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회계기준으로 GAAP를 적용해왔다. 민간 주도의 회계기준원에서 국제회계기준을 기초로 만든 것이다. 하지만 자본시장이 점점 국제화 되며 국제적인 회계처리기준의 통일성이 점점 중요해졌다. 이에 작은 단체가 아닌 큰 단체, 바로 해외 국가들의 국제회계기준인 IFRS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IFRS와 한국에서 쓰는 GAAP는 다른 점이 많아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기업들의 재무제표를 제대로 보기조차 힘들었고, 이는 한국 기업에 대한 신뢰성 저하로 이어졌다.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은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었다.

실제로 스위스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2007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전체 경쟁력이 29위였지만 회계 및 감사제도 항목에서는 55개 평가 대상국 가운데 하위권인 51위에 그쳤다. 말레이시아(21위)와 인도(26위), 태국(32위)보다도 낮았다. 외환위기 이후 갖은 노력을 통해 경제를 발전시켜 놓고도 정작 회계기준 때문에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국제회계기준인 IFRS 도입 후 나타날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 그것은 ‘자산재평가의 시가 반영’과 ‘연결재무제표 작성’이다.

대대적 자산재평가 이뤄질 듯

먼저 자산재평가의 시가 반영 효과를 보자. IFRS는 재고, 유형자산, 투자 부동산에 대한 공정가치 평가를 허용한다. 자산가치투자의 중심은 자산이고, 자산의 중심은 부동산이다. 그래서 자산가치투자는 필연적으로 부동산 시장과 연결된다.

현재 기업이 발표하고 있는 투자 부동산의 가치를 장부가가 아닌 공시지가로 변경할 경우, 재무제표상의 기업 보유 토지 가격은 변경 전과 비교해 48%까지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

IFRS가 도입되면 외환위기 사태 이후 10여 년 만에 기업들의 대대적인 자산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다. MB정부는 앞으로 친부동산 정책을 통해 2020년까지 사용 가능 토지를 12%까지 늘릴 예정인데, 결코 낮은 비율이 아니다. 대한민국 전 국토에서 서울과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12%이고, 전 국토 중에서 현재 생활 및 산업 목적으로 사용되는 가용토지는 4%밖에 되지 않는다. 이를 12%로 늘린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부동산 개발을 한다는 뜻이다.

또 하나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MB정부의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이다. 대표적인 것이 4대강살리기 사업이다. 2012년까지 총 14조원을 투입할 예정이고, 또 올해 토지 시장에는 무려 40조원 가까운 토지보상비가 풀릴 예정이기도 하다.

결국 MB정부의 친부동산 정책과 4대강살리기 사업을 중심으로 한 SOC 사업, 그리고 막대한 토지보상비 집행이 이뤄지면 앞으로 기업들의 부동산을 통한 기업가치 상승은 불 보듯 뻔해진다. 이것이 바로 부동산 자산 보유 기업에 더욱 관심을 둬야 하는 이유다.

이번에는 연결재무제표 도입 효과를 보자. 연결재무제표를 주 재무제표로 사용할 경우에 가장 긍정적인 효과는 기업의 규모 측면에서 업그레이드가 이뤄진다는 점이다.

연결재무제표는 지배·종속 관계에 있는 두 개 이상의 회사를 단일 기업집단으로 보고, 각각의 개별재무제표를 종합해 작성하는 재무제표를 말한다.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되는 2011년부터 모든 기업들은 의무적으로 작성해야 한다.

이렇게 연결재무제표를 쓰게 되면 과거 단일 회사만의 개별재무제표 작성 때보다 매출 규모가 훨씬 증가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 이미 IFRS를 적용하고 있는 해외 경쟁 기업들의 기업가치는 그대로인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만 새로 IFRS를 도입하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등이 부쩍 커지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기업가치 상승의 요인이 될 수 있다.

또한 기존에 지분법이익이 큰 회사들은 수혜를 입게 된다. 연결 대상 종속회사의 보유 지분과 관련해 기존에 지배회사의 지분법이익으로 표시되던 부분들이 연결재무제표에서는 영업이익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연결재무제표 도입하면 기업 규모 커져

다우기술이라는 상장기업을 예로 들어 보자. 다우기술은 키움증권이란 알짜 자회사를 갖고 있다. 키움증권은 온라인 주식매매 시장 점유율이 4년 연속 1위인 회사다. 하지만 모회사인 다우기술의 주가는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

2010년 2월10일 기준 키움증권의 시가총액은 9259억원이다. 키움증권 지분의 54.22%를 보유하고 있는 다우기술은 5020억원(9259억원×54.22%)의 값어치를 지닌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날 다우기술의 시가총액은 이에 못 미치는 3369억원에 그쳤다. 따라서 진주를 품고 있는 조개처럼 다우기술에 대한 투자 매력은 충분하다고 볼 수 있겠다.

영업이익 측면도 마찬가지다. 개별재무제표로 작성한 2008년 사업보고서에서 다우기술의 영업이익은 97억원이었는데, 그때 함께 발표했던 연결재무제표에서의 영업이익은 무려 9배 가까이 증가한 945억원으로 집계됐다. 연결재무제표에서는 지분법이익이 영업이익으로 잡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처럼 자회사의 성장은 모회사의 성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최근 정부에서 자회사 상장을 촉진하고 있다는 요인까지 보태면 탄탄한 자회사를 보유한 자산가치주들의 매력은 갈수록 더욱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기회는 준비된 사람한테 찾아오는 것이다. 새로운 회계기준 도입이라는 변화를 통해 수익을 올리고자 한다면, 바뀌는 제도에 대한 이해와 자산가치주 발굴을 위해 지금부터 움직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