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인 자산운용사 ‘트위디 브라운’은 전설적인 투자자 벤자민 그레이엄과 그의 제자 워렌 버핏을 고객으로 뒀던 회사로 유명하다.
이 회사는 80여 년 전 포러스트 버윈드 트위디가 설립했으며 주식 매매 중개회사를 거쳐 세계에서 손꼽히는 가치투자 운용사로 발전했다. 이 회사의 대표였으며, 이름난 가치투자자였던 크리스토퍼 브라운은 아버지 하워드 브라운에 이어 이 회사를 이끌었다. 벤자민 그레이엄, 워렌 버핏, 존 템플턴 등과 함께 한 시대를 풍미한 가치투자의 거장으로 꼽히는 크리스토퍼 브라운은 “1달러짜리 주식을 66센트에 사라”는 명언을 남겼다. 애석하게도 그는 지난 2009년 12월13일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주식투자도 쇼핑하듯 생각해야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은 예상치 못한 악재로 주가가 급락하면 혼란에 빠져버린다. 얼른 시장에서 나와 ‘안전한 자산’으로 옮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크리스토퍼 브라운은 이러한 투자자의 행태는 “매우 잘못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투자자들은 쇠고기나 청바지, 자동차는 세일할 때 더 많이 사면서도 주식시장에서만은 예외다. 주가가 하락해 정작 가격이 할인되고 있을 때는 주식을 외면해버리니 말이다. 투자자들이 이런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보이는 이유는 홀로 남겨지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남들도 나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낀다.
브라운은 “주식투자는 쇼핑하는 것과 같다”며 “같은 상품이라면 가능한 한 더 싸게 사려고 하는 것처럼 주식도 가능한 한 더 싸게 사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브라운에 따르면 재산을 불릴 최선의 방법은 주식을 싸게 사는 것이며 좋은 기업의 주식을 할인 판매 중일 때 사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다. 따라서 그는 악재로 시장이 급락하면 슬퍼할 게 아니라 오히려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로 삼으라고 조언했다.
많은 사람들은 주가가 오를 때 시장에 뛰어들어 높은 수익을 챙기고 주가가 떨어질 때는 재빨리 주식을 팔고 나와서 손해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 투자자뿐만 아니라 일부 시장 전문가들마저도 주식시장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빨리 올릴 수 있는 방법은 정확한 시점을 노려 단기매매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투자의 거장은 “정확하게 시장이 오를지 떨어질지 맞추는 방법은 이 세상에 없다”고 확신했다. 브라운은 주가의 등락을 맞추는 게임에 골몰하는 것보다 좋은 주식에 투자한 뒤 진득하게 시장에 머물러 있는 것이 훨씬 더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주식투자 수익의 대부분은 단기간에 얻어진다. 문제는 투자수익의 대부분이 발생하는 이 짧은 기간, 즉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는 짧은 시기를 정확히 예측해 그에 맞춰 주식을 사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는 단기적으로 언제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 예측하는 타이밍 전략은 효과가 없다는 철학을 갖고 있었다.
브라운은 또한 주식시장에 거의 언제나 투자하고 있으면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르는 시기를 놓치지 않고 최고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주식시장에 항상 있는 것이라고 봤다.
쉽게 설명하는 펀드매니저가 ‘넘버원’
투자자가 펀드를 고른다는 것은 펀드를 운용할 운용회사나 펀드매니저를 선택하는 것과 같다. 본인이 펀드매니저였던 크리스토퍼 브라운은 좋은 펀드매니저를 선택하는 기준도 제시했다.
첫째 기준은 ‘펀드매니저가 투자원칙을 가지고 있고, 이를 투자 문외한인 사람조차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쉬운 말로 설명할 수 있는가? 또 이 투자원칙을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지켜왔는가?’다.
펀드매니저를 직접 만나 투자원칙을 들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개인 투자자는 펀드매니저를 직접 만나기가 어렵다. 이럴 때는 펀드매니저가 투자자들에게 보낸 편지나 자산운용보고서, 또는 펀드 판촉을 위한 홍보 간행물을 찾아 읽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이런 글을 통해 주식시장에 대한 시각이 일관적이었는지, 아니면 상황에 따라 투자원칙이 바뀌었는지 파악해 보는 것이다.
둘째 기준은 ‘과거 수익률은 어땠는가? 그 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펀드에 투자했다면 수익률에 만족했겠는가?’다. 브라운은 펀드매니저를 선택할 때 최소한 과거 10년간의 수익률을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는 경력이 10년은 돼야 주식시장의 상승과 하락 사이클을 몇 번 경험하면서 그가 펀드를 어떻게 운용해왔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수명이 10년이 안된 펀드가 많다는 점이다. 브라운은 투자할 펀드가 최소한 5년은 꾸준히 운용돼온 펀드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가가 가장 싸졌을 때 두려워하며 주식시장에서 도망치지 않으려면 수익률 변화가 심하지 않고 꾸준한 펀드매니저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셋째 기준은 ‘과거 수익률이 누구의 것인가? 즉, 과거 수익률을 기록했던 펀드매니저가 여전히 같은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가?’다. 펀드매니저는 바뀌는 경우가 많다. 어떤 펀드의 과거 수익률이 좋아 투자했는데 그 수익률을 냈던 펀드매니저는 이미 그 펀드를 떠난 경우가 흔하다. 새 펀드매니저가 이전 펀드매니저와 오랫동안 같이 일하며 옆에서 투자원칙과 방법을 배우지 않았다면 펀드매니저가 바뀔 때 운용 스타일도 바뀌었을 가능성이 높아 유의해야 한다.
넷째 기준은 ‘펀드매니저가 자신의 돈은 어떻게 관리하는가? 자신이 운용하는 펀드에 투자하는가?’다. 브라운은 요리사가 자신의 요리를 먹어야 하듯 펀드매니저도 자신의 펀드에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펀드투자자에게 요구하는 투자 위험을 펀드매니저 자신도 직접 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브라운은 ‘펀드매니저가 오너로 있는 자산운용사의 펀드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브라운이 “이것이 언제나 신뢰할 만한 선택기준은 아니다”고 덧붙이긴 했지만 상당히 의미 있는 기준이다. 그는 펀드 마케팅이나 판매 전문가가 자산운용회사를 경영한다면 고객이 맡긴 돈을 잘 운용하기보다는 펀드를 더 많이 팔아서 운용자산을 키우는 데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운용사의 펀드매니저는 펀드 운용 시 장기적으로 투자자에게 이익이 되는 결정보다, 단기적으로 회사에 이익이 되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고 본 것이다. 반면 펀드매니저가 회사의 주인이라면 그들을 해고할 수 있는 사람은 투자자밖에 없다. 따라서 펀드매니저는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결국 투자 성공을 위해서 좋은 운용사나 펀드매니저를 골라 오랫동안 거래하고 시장 급락으로 쌀 때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 크리스토퍼 브라운이 주는 교훈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