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리서치센터는 나름의 기준과 안목으로 시장과 종목을 평가하고 투자의견을 제시한다. 투자자들은 이를 길잡이 삼아 험난한 투자의 길을 걸어간다. 리서치센터는 그래서 증권회사의 두뇌이자 심장이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어떤 리서치센터를 골라 투자의 등대로 삼아야 할지 늘 고민일 수밖에 없다. <이코노미플러스>는 이에 금융정보회사 FN가이드와 함께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을 들여다봤다. 평가 기준은 애널리스트들이 작성한 보고서에서 정량적인 수치화가 가능한 부분만을 골라냈다. 최대한 거품을 제거하고 맨얼굴의 경쟁력을 들여다보자는 취지다. 분석 대상 리서치센터는 총 36곳이었다.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종합 1위’

보고서 양·질에서 타 증권사 압도

2위 대우증권·3위 동양종금·4위 신영증권·5위 하이투자증권 순

종합순위 1위는 대신증권 리서치센터가 차지했다. 세부항목별로도 큰 과락 없는 고른 실력을 보여줬다. 네 가지 영역 중 성실도(애널리스트 1인당 리포트 페이지 수) 1위(100점)를 비롯, 목표주가 정확도 11위(90.67점), 추천 종목 수익률 12위(71.85점), 실적 추정치 정확도 16위(76.05점)였다.

대신증권 리서치센터는 한 마디로 ‘스마트한 성실함’으로 정의할 수 있다. 다른 리서치센터들과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은 엄청난 생산성이다. 지난 1년간 애널리스트 1인당 무려 1214.23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를 냈다. 이에 1인당 보고서 페이지 수를 통해 가늠해본 성실도 평가에서 2위 증권사와 무려 10점 가까운 격차가 나왔다. 그뿐 아니라, 3위 증권사와는 25점 이상 차이가 날 만큼 성실성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사실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본분은 투자자를 위한 보고서 생산이다. 그러나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이 내는 보고서의 분량은 갈수록 줄어드는 것이 요즘의 추세다. 이를 감안하면 대신증권 리서치센터는 기본에 충실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아울러 보고서의 양은 물론, 질적인 면의 역량도 부족하지 않음을 증명했다. 다른 3개 항목 평가에서도 36개 증권사 가운데 평균 상위 30% 안에 들었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은 2007년부터 지속적으로 리서치센터에 투자를 해왔다. 2007년 3월에 우리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을 역임한 베스트 애널리스트(IT업종) 출신 구희진 리서치센터장을 스카우트해 리서치 업그레이드를 맡긴 것이 변화의 시작이었다.

대신증권, 지속적 투자로 역량 ‘Up’

구 센터장은 이후 지금까지 3년여 동안 체계적으로 대신증권 리서치센터를 키웠다. 증권업계에 만연한 타사 애널리스트 빼오기 관행을 버리고, 구 센터장은 다수의 산업계 전문인력을 데려와 애널리스트로 조련했다. 애널리스트들에게는 정기적인 산업계 점검과 이슈를 놓치지 않는 기민함을 주문하며 보고서 생산을 독려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성실함과 실력을 함께 갖춘 좋은 애널리스트들이 많이 양성됐고, 이들은 양과 질을 모두 만족시키는 보고서를 쏟아냈다.

회사의 지원도 적지 않았다.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한 IT 투자는 역량 강화에 밑거름이 됐다. 고객들의 수요를 파악하기 쉽도록 CRM(고객관계관리)망을 구축했으며, 온라인 자동통번역 시스템으로 업무에 드는 시간도 단축시켜줬다. 언제 어디서나 접근 가능한 온라인결재 시스템을 도입해 완성된 보고서가 팀장, 센터장 등의 결재를 거치는 시간도 압축시켰다. 이에 보고서가 기관·개인투자자들을 찾아가기까지의 시차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종합순위 2위에는 대우증권이 올랐다. 대우증권은 추천 종목 수익률(2위·93.68점), 목표주가 정확도(4위·93.46점), 성실도(5위·69.62점)에서는 좋은 성적을 냈다. 그러나 아쉽게도 실적 추정 정확도에서 17위(73.70점)로 밀려 종합순위 산정에서 점수를 잃었다.

종합순위 3위에 오른 동양종금증권은 성실도(3위·74.64점), 추천 종목 수익률(5위·80.53점)에서 호조였지만 실적 추정 정확도(14위·77.38점)와 목표주가 정확도(18위·89.80점)가 다소 부진했다.

이번 증권사 리서치센터 평가 결과에서는 몇 가지 재미있는 시사점들을 찾을 수 있다.

첫째, 종합점수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최종 종합점수는 성실도, 목표주가 정확도, 추천 종목 수익률, 실적 추정 정확도 등 4개 영역을 100점 만점으로 환산한 점수를 합산한 후, 이를 4로 나눠 구한 것이다.

1위인 대신증권의 종합점수가 84.65점으로, 85점 이상을 받은 증권사가 하나도 없었다.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의 잣대를 댈 경우 90점 이상 우등생이 없었다는 의미다. 그나마 80점 이상을 받은 증권사도 대신증권을 비롯해 대우·동양종금·신영증권 등 1~4위 4개사에 불과했다.

종합점수가 낮아진 이유는 성실도(1인당 보고서 페이지 수)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곳이 적었기 때문이다. 성실도 조사에서는 70점 이상을 받은 증권사가 대신·한화·동양종금·신영증권 등 4개사뿐이었다. 성실도에서는 상위와 하위의 격차가 너무 컸다.

둘째, 증권업계를 주도하는 대형사들 가운데 부진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대형사로 분류되는 증권사로는 대우·미래에셋·삼성·우리·현대·한국·하나대투·대신·동양·신한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가운데 종합순위 10위 안에 든 곳은 대우(2위)·삼성(6위)·우리(8위)·하나대투(10위)·대신(1위)·동양(3위)증권 등 6개사뿐이다.

반면 중소형사 가운데는 신영(4위)·하이(5위)·NH(7위)·키움(9위)증권 등이 10위 안에 들어가며 선전해 눈길을 끌었다.

조|사|방|법

증권사 리서치센터 평가, 이렇게 했다


이번 증권사 리서치센터 평가는 금융정보업체 FN가이드의 DB에 개별 종목 리포트를 보내온 증권사 36곳의 리서치센터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FN가이드는 국내 대부분의 증권사, 경제연구소 등에서 생산한 보고서 DB를 국내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평가의 기준은 수치화가 가능한 정량적 데이터로만 한정했고, 여러 가능성을 검토해 본 후 성실도(애널리스트 1인당 작성한 보고서 페이지 수), 목표주가 정확도, 매수 이상 추천 종목 수익률, 실적 추정치 정확도 등 네 가지를 기준으로 삼았다.

1인당 페이지 수는 2009년 발간 보고서가 기준이었다. 여럿이 작성한 경우 대표자 1인의 보고서로 계산했다. 한 보고서의 한글·영문판은 중복으로 처리했다.

목표주가 정확도는 2009년 1~8월까지 제시한 목표주가로 조사했다.

추천 종목 수익률은 종목 추천 후 보유 이하로 투자의견을 바꾼 시점, 만약 추천 후 매수 이상 의견이 계속 유지됐다면 6개월 후 또는 평가 종료일(2010년 2월28일)까지의 수익률로 평가했다.

투자전략 분야는 증권사별 성과 비교 분석에 어려움이 있어 개별 종목(산업 포함) 분석 보고서만을 대상으로 했다. 

♣영역별 평가 공식

(1) 1인당 페이지 수 = 증권사들의 연간 발간 보고서의 총 페이지 수/보고서를 작성한 애널리스트 수

(2) 목표주가 정확도(건별 평균) = [1-(6개월 후 주가 - 목표주가)/목표주가] × 100 

(3) 추천 종목 수익률(건별 평균) = 매수 추천 종목의 수익률(매수 추천 후 보유 이하로 투자의견을 바꾼 시점 또는 6개월 후까지)

(4) 실적 추정 정확도(매출액, 영업이익의 종목별 평균) = 추정월별 가중치 × [1-min(1, |추정치/실적치| - 1)

평가항목별 순위 1

성실도(애널리스트 1인당 보고서 페이지 수)

‘스마트한 우직함’ 대신증권 1위 

 연간 1인당 보고서 1214.23p 작성…2위 한화·3위 동양종금
 

지난 2009년 한 해 동안 애널리스트 1인당 가장 많은 보고서를 작성한 리서치센터는 바로 대신증권이었다. 22명의 애널리스트가 총 2만6713페이지의 보고서를 쓴 것으로 집계됐다. 1인당 1214.23페이지다.

2위는 한화증권이었다. 24명의 애널리스트가 2만6625페이지를 썼다. 1인당 1109.38페이지였다.

흥미로운 것은 이번 조사에서 36개 증권사 가운데 100점 만점으로 환산한 점수가 90점 이상인 증권사는 1위와 2위에 오른 대신증권과 한화증권 단 두 곳뿐이었다는 것이다. 80점대는 아예 없었고, 70점대도 동양종금증권(3위)과 신영증권(4위) 등 두 곳에 그쳤다. 60점대도 대우증권·교보증권·메리츠증권·하나대투증권·현대증권 등 5곳뿐이었다. 60점 이상을 받은 리서치센터는 모두 합해서 9곳밖에 안 된다.

이는 보고서의 분량이 줄어들고 있는 최근의 추세를 나타낸다. 최근 발간되는 보고서들을 보면 한두 장짜리 가벼운 보고서들이 적지 않다. 애널리스트들이 어떤 이슈에 대해 간단한 코멘트만 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1인당 보고서의 분량이 많은 리서치센터의 경우, 그만큼 품이 많이 드는 작업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1위를 차지한 대신증권은 2위와 10점가량 차이가 날만큼 격차가 컸다. 심층 분석한 장편 보고서를 많이 냈거나, 개별 보고서의 건수도 역시 많을 가능성이 있다. 

대신증권 리서치센터는 실제로 다른 증권사들보다 보고서를 자주 쓰고, 심층 리포트도 자주 내도록 독려하는 분위기다.

구희진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로 말하는 직업”이라며 “분기·월간 등 정기적으로 업종별 심층 보고서를 내며, 매주 리서치 프로덕트 회의를 열어 정기 보고서에서 다룬 이슈를 포함해 각 업종별 변수들을 계속 점검해 꾸준히 보고서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대신증권은 종합평가에서도 1위에 올랐는데, 이는 이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들이 그저 양으로만 승부한 보고서를 쓰지 않았다는 뜻이다. 대신증권 리서치센터는 목표주가 정확도에서는 11위(90.67점), 추천 종목 수익률 조사에서 12위(71.85점), 실적 추정치는 16위(76.05점)라는 점수를 얻었다. 다른 분야에서도 36개 증권사 가운데 평균 상위 30% 안에 들어가며 비교적 내실을 갖춘 성실함을 보여준 것이다.

2위(90.45점)에 오른 한화증권은 선전했다. 3위와 15점가량의 큰 차이를 낼 만큼 많은 보고서를 썼다.

하지만 아쉬움이 크다. 목표주가 정확도 30위(83.15점), 추천 종목 수익률 26위(53.70점), 실적 추정치 20위(67.97점)에 그쳤다. 중요도로 따지면 성실성보다 더 핵심적인 역량이라 할 수 있는 영역에서는 그리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 것이다. 한화증권은 1인당 페이지 수 평가 호조에 힘입어 종합순위 12위를 기록했다. 

내실 면에서는 오히려 4위(70.67점)인 신영증권의 성과가 주목할 만하다. 신영증권은 종합순위에서도 4위를 기록했다.

신영증권은 목표주가 정확도에서 3위(95.43점), 추천 종목 수익률에서 6위(77.18점), 실적 추정 정확도에서 12위(78.83점)를 했다. 20명의 애널리스트가 투자자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와 함께 성실하고도 풍부한 보고서를 쓰는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하루에 보고서 한 장도 안 쓰는 곳도

반면 보고서를 적게 쓰는 리서치센터의 경우 애널리스트들이 하루에 보고서를 한 장도 쓰지 않는 곳도 있어 대조를 보였다.

1년 365일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연간 생산하는 1인당 페이지 수가 365페이지 미만인 리서치센터는 한 사람이 일평균 한 장도 안 쓰는 셈이다. 총 8개사(한양·KB·유화·골든브릿지·솔로몬·부국·리딩·흥국 등)가 그랬다. 

이 경우 보고서를 조금 쓰더라도 실력이 있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위 8개 증권사의 다른 분야 성적표를 살펴봤다.

종합순위에서 한양증권은 32위, KB투자증권은 23위, 유화증권은 33위, 골든브릿지증권은 36위, 솔로몬투자증권은 31위, 부국증권은 26위, 리딩투자증권은 24위, 흥국증권은 30위에 올라 있었다. 좋은 성적이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애널리스트 1인당 페이지 수 평가, 왜?

정량적인 수치만을 평가한다는 원칙이어서 보고서의 품질 검증에 설문 조사 등 정성적 평가 방법은 선택하지 않았다. 하지만 각 리서치센터의 성실성이라는 정성적 부분은 수치를 통해 평가해보기로 했다. 리서치센터들이 생산해내는 보고서의 분량을 파악하는 것으로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형사냐 중소형사냐에 따라 리서치센터의 규모 차이가 있다는 것. 덩치가 큰 증권사는 리서치센터에 대한 투자 여력이 커서 그만큼 애널리스트 수도 많고 발간하는 보고서의 절대량도 우위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보고서의 분량은 증권사당 절대량이 아닌, 애널리스트 1인당 분량을 기준으로 삼았다. 아울러 세부 잣대로는 1인당 보고서의 건수가 아닌 페이지 수를 잡았다. 물론 보고서의 양이 많아도 내용이 충실하지 않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보다 심층적인 주제를 폭넓게 다루는 경우에 보고서의 분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짧은 보고서를 자주 발간해 양이 많아졌을 확률도 있지만 이 또한 절대량이라는 측면에서는 성실성의 기준으로 참고할 만한 수단이라 할 수 있다.

평가항목별 순위 2

목표주가 정확도

솔로몬, 목표주가 정확도 79.64%로  ‘톱’

골든브릿지·한맥 제외한 대부분 증권사 70%대 “실력차 없어”

조사대상 중 목표주가를 가장 정확하게 제시한 리서치센터는 솔로몬투자증권이었다. 2위는 NH투자증권, 3위는 신영증권이 차지했다.

1위에 오른 솔로몬투자증권은 지난 2008년 3월에 솔로몬저축은행이 KGI증권을 인수해 간판을 바꿔단 증권사다. 인수 다음해인 2009년 6월에 리서치센터장으로 임홍빈 상무를 새로 영입해 리서치센터를 재정비하고 전열을 가다듬어 왔다.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를 이끌고 있는 임 센터장은 삼성전자·삼성증권 테크팀장을 거쳐 미래에셋증권에서 기업분석 총괄임원을 지낸 IT업종 분야 베스트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선임 당시 증권업계의 많은 관심을 모았다.

솔로몬투자증권은 목표주가 전망에서는 1위를 했지만, 아직 팀워크를 다지는 중이어서인지 다른 분야에서는 좀 더 분발이 요구됐다. 애널리스트 1인당 페이지 수 평가(33위·11.14점), 추천 종목 수익률(30위·46.67점), 실적 추정 정확도(30위·45.38점) 등에서는 부진했다. 이에 종합순위가 31위까지 쳐졌다.

목표주가 정확도 2위를 한 NH투자증권은 전체 순위 7위로 전반적으로 괜찮은 성적을 냈다. 1인당 페이지 수에서 11위(59.04점)에 올라 상위 30% 안에 드는 성실성을 보였고, 추천 종목 수익률도 4위(88.20점)로 투자자들에게 상당한 수익률도 안겨줬다.

하지만 실적 추정 정확도는 22위(65.02점)로 실적 추정의 정확성을 높여야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목표주가 정확도 3위로 집계된 신영증권은 종합순위 4위로 팔방미인의 면모를 과시했다. 신영은 애널리스트 1인당 보고서 페이지 수 순위 4위(70.66점), 목표주가 정확도 3위(95.43점), 추천 종목 수익률에서 6위(77.18점), 실적 추정 정확도에서 12위(78.83점) 등으로 성실도와 실력 면에서 고른 점수를 냈다.

절대평가로 하면 업계 모두 오차 커

목표주가 정확도 조사에서 증권사들은 대부분 100점 만점에서 70점 이상을 맞아 상위권과 하위권의 실력차가 별로 크지 않았다. 하지만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의 잣대로 들여다보면 좋은 성적이라고 하기 어려운 결과다. 

1위를 한 솔로몬의 경우로 예를 들어 보자. 솔로몬의 목표주가 정확도는 79.64%다. 이는 쉽게 말하면 6개월 전에 어느 종목의 목표주가를 79.64원이라고 제시를 했는데, 6개월이 지난 지금 보니 그 종목의 주가가 100원이 됐다는 것이다. 실제주가와 전망치의 괴리도가 20%를 넘는다. 결코 작지 않은 오차다.

문제는 솔로몬뿐만 아니라 조사대상 증권사들 가운데 두 곳(70% 이하)을 제외한 모든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정확도가 일제히 70%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이 제시한 목표주가가 거의 잘 맞지 않았다는 얘기다.

FN가이드 금융공학연구소의 김희수 이사는 “이는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의 관행 때문으로, 상승장일 때는 목표주가와 실제주가 간의 오차가 작아지고, 2009년처럼 하락장일 경우에는 목표주가와 실제 주가 간의 오차가 커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강세장을 만나서 계산했던 목표주가보다 실제 주가가 더 오를 경우에는 애널리스트들이 목표주가를 수정해 실제주가를 따라가기 때문에 오차가 작아진다. 그러나 지난해처럼 약세장 분위기에서는 투자심리 위축에 따른 매수세 감소로 기업가치에 비해 주가가 낮은 경우가 많다. 그러면 실제주가의 부진에 맞춰 목표주가도 낮춰야 하겠지만 그런 경우는 별로 없다.

증권사들이 어느 종목의 목표주가를 낮추면 해당 종목을 매도하라는 신호가 된다. 이는 곧 그 종목의 주가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 경우 그 종목을 보유하고 있던 기관·개인투자자, 그리고 해당 상장기업들은 자산가치가 떨어져 손해를 보기 때문에 증권사 리서치센터에 거칠게 항의하는 경우가 많다.

항의 정도로만 그치지 않고, 그 증권사와의 거래를 중단하는 투자자들도 있다. 상장기업들의 경우 애널리스트의 기업 방문이나 기업 관련 자료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

그래서 증권사들은 투자자들에게 목표주가를 낮추는 ‘간 큰’ 행동을 하지 않는 곳이 많다.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이 배짱을 더 키워야할 부분도 있지만, 투자자들의 비이성적인 행동도 개선되어야 할 문제다. 이는 결국 리서치센터들의 정확한 분석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목표주가 정확도, 어떤 의미 담고 있나

목표주가 정확도는 6개월 전에 종목의 현재 주가를 얼마나 잘 전망했는가를 평가한 것이다. 100점 만점 기준으로 봤을 때는 조사대상 리서치센터들이 대체로 상향평준화된 것처럼 보였다.

90점대를 받은 리서치센터가 17곳, 80점대가 14곳으로, 80점 이상이 조사대상 36개사 가운데 총 31곳이나 됐다. 70점대를 받은 3개사까지 포함하면 조사대상 가운데 두 곳을 제외한 대다수의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전망 능력은 대동소이하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목표주가 계산이 어느 정도 공식화된 ‘기술의 영역’이라는 점이 반영되어서다.

주가는 결국 기업의 가치다.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의 상장기업 주식 거래는 수요공급의 원리에 의해 형성된다. 목표주가란 현재 시점에서 상장기업들의 역량과 여건, 보유자산 등을 고려해 미래에 도달할 적정한 기업가치를 추정한 후, 이 기업가치를 해당 기업의 주식 수로 나눈 수치다.

이때의 기업가치는 수익가치법·자산가치법·상대가치법 등 여러 기준에 의거해 PER(주가수익비율)·PBR(주당순자산비율)·EV(기업가치)·EVA(경제적 부가가치) 등의 지표를 활용해 계산한다. 

즉, 목표주가란 결국 기업가치 평가의 여러 공식들 중 하나를 선택해 상황에 따라 적절한 가중치를 부여해 구한 결과다. 따라서 관련 기법을 잘 익히고 나면 크게 수준 차이를 보일 만한 영역은 아니라는 것이다.

평가항목별 순위 3

추천 종목 수익률

52.56% 수익률 낸 하이투자 ‘최고 족집게’

‘리서치 명가’ 대우증권 2위 ‘추락’…종목 추천 뛰어난 키움 3위 ‘선전’

투자의 기본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 차익을 남기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기본실력 중 좋은 종목을 제때 추천하는 안목은 핵심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이에 각 리서치센터의 매수 이상 투자의견을 제시한 종목들을 추적해 보유 이하로 투자의견을 바꾼 시점 또는 추천 뒤 6개월 후, 혹은 평가 종료일(2010년 2월 28일)까지의 수익률을 측정해봤다.

매수 이상 추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이 가장 높은 증권사는 하이투자증권이었다. 조사기간 중에 157건의 투자의견을 냈고, 이를 따라 투자했을 경우 평균 52.56%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하이투자증권은 2008년에 현대중공업그룹에서 CJ투자증권을 인수해 사명을 변경한 증권사다. 회사의 주인이 바뀌었지만 리서치센터는 큰 영향이 없었다. 투자전략 분야의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이름난 조익재 리서치센터장이 예전 CJ투자증권 시절부터 안정적으로 조직을 이끌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의 성적을 뜯어보면 ‘경제적인 리서치’를 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추천 종목 수익률 2위인 대우증권은 224건의 보고서를 내 평균적으로 49.2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와 비교해 하이투자증권은 대우증권 발간 보고서의 75% 분량인 157건의 보고서로 이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의 ‘경제성’은 애널리스트 1인당 페이지 수 순위 17위라는 점을 고려할 때도 마찬가지다. 적은 분량의 보고서로 투자자에게 좋은 수익률을 전했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추천 종목 수익률에서 2위에 오른 대우증권은 전반적으로 우수한 성적을 냈다. 1인당 페이지 수 5위(69.62점)로 성실하게 보고서를 내고 있으며, 목표주가 정확도 4위(93.46점)에 이름을 올리는 등 선두그룹에 들어간 부문이 여럿이었다. 종합순위도 2위에 올라있다.

대우증권 리서치센터는 증권업계의 대표적인 대형 리서치센터로, 업계의 이름난 리서치센터장들을 여럿 배출해온 곳이다. 전통과 실력을 갖춘 곳으로 정평이 나있다. 하지만 리서치 명가라는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실적 추정 정확도에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17위(73.70점)에 그치며 중간 정도의 실력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추천 종목 수익률 3위(수익률 평균 49.10%)에 오른 키움증권은 다른 분야에서는 그다지 두드러지지 못했지만 괜찮은 종목을 고르는 솜씨 하나는 확실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추천 종목 수익률 외의 분야에서는 중간 정도의 성적을 내 그다지 두각을 보이지 못했다. 1인당 페이지 수 18위(46.09점), 목표주가 정확도 23위(86.28점), 실적 추정 정확도 18위(72.47점)를 기록했다. 키움증권의 리서치센터는 증권업계에서 IT업종과 금융업종 분석에 강점을 지닌 리서치센터로 알려져 있다. ‘족집게’ 솜씨 이외의 실력을 좀 더 연마한다면 업계 상위그룹에도 오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5위 동양 ‘성실한 족집게’

5위(평균 수익률 42.33%)에 오른 동양종금증권은 좋은 종목을 골라내는 안목에다, 1인당 페이지 수에서 3위(74.64점)라는 성실성 등 두 부문의 약진에 힘입어 종합 순위 3위에 올랐다. 하지만 목표주가 정확도(18위·89.80점)와 실적 추정 정확도(14위·77.38점)에서는 다른 증권사들과 비교해 뚜렷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보다 분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편, 조사대상 증권사 가운데 골든브릿지증권은 추천 종목 수익률 계산 결과를 적지 않고, 100점 만점 환산에서 최하점으로 기재했다. 골든브릿지는 조사기간 동안 단 2건의 보고서만을 냈기 때문에 평균 수익률을 내는 것이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었다. 골든브릿지가 추천한 종목 중 하나는 투자 시점 대비 100% 이상 올랐는데, 이를 순위 선정에 반영할 경우 통계가 왜곡될 우려가 있었다.

평가항목별 순위 4

기업실적 추정 정확도

삼성증권, 기업실적 추정 정확도 ‘넘버원’

2위 유진투자증권과는 10점 이상 격차, 압도적 실력 과시

저평가된 종목을 잘 발굴하려면 기업의 가치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실적을 최대한 오차 없이 추정하는 능력이 반드시 요구된다. 기업의 가치를 상장 주식 수로 나눈 것이 바로 주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적 추정 솜씨도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실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 중 하나다. 

이번 조사에서 실적 추정의 정확도가 가장 높은 증권사는 삼성증권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은 실적 추정 정확도 조사에서 다른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을 압도하는 실력을 과시했다. 100점 만점으로 환산한 점수에서 2위에 오른 유진투자증권이 89.61점을 받는 등 2위 그룹들은 1위인 삼성증권(100점)과 10점 이상의 큰 격차를 보였다.

삼성증권은 1인당 페이지 수 10위(769.63페이지)를 기록해 성실성 부문에서 기본역량을 지니고 있는 데다, 실적 추정 정확도에서 경쟁사들을 멀찌감치 따돌린 데 힘입어 종합순위 6위에 랭크됐다. 하지만 삼성증권은 추천 종목 수익률(18위·68.60점)과 목표주가 정확도(26위·85.14점)에서는 점수가 그리 높지 못했다. 뛰어난 실적 추정 솜씨를 감안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유진, 실적 추정은 잘했는데…

삼성증권 외에도 실적 추정 정확도 상위에 올랐지만 이런 강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곳은 또 있다. 연계된 다른 영역에서 그다지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해서다.

2위에 오른 유진투자증권을 보자. 추천 종목 수익률 순위가 22위(59.19점)에 그쳤다. 변별력이 별로 크지 않았던 목표주가 정확도 16위(90.18점), 성실성의 척도인 1인당 페이지 수 24위(41.62점) 등의 성적으로 종합순위 17위를 기록하며 어중간한 위치에 머물렀다.

메리츠증권과 SK증권도 마찬가지였다. 4위 메리츠증권은 추천 종목 수익률 25위(55.14점), 목표주가 정확도 24위(85.19점)였다. 1인당 페이지 수 7위(67.29점)라는 성실함이 하락세를 그나마 지지해 종합순위를 13위로 방어했다.

6위 SK증권은 추천 종목 수익률 27위(52.42점), 목표주가 정확도 17위(90.06점), 1인당 페이지 수 28위(29.08점)로 종합순위 22위를 기록했다. 괜찮은 실적 추정 솜씨가 머쓱한 느낌이다. 하지만 SK증권의 경우, 이번 조사보다는 내년 조사의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2009년 하반기부터 실력 있는 애널리스트들을 외부에서 대거 수혈했고, 통신서비스 분야 베스트 애널리스트 출신 이동섭 신임 리서치센터장이 조직을 가다듬고 있는 중이다. 

이들과 달리, 실적 추정 정확성과 추천 종목 수익률이 비교적 시너지 효과를 내는 곳도 눈에 띄었다.

5위인 한국투자증권은 추천 종목 수익률이 7위(74.83점)여서 비교적 양쪽의 연계가 이뤄지는 모습을 보였다. 1인당 페이지 수 순위 27위(32.49점)를 고려하면 비교적 적은 보고서로 양질의 투자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다만 목표주가 정확도가 34위(77.56점)로 부진해 종합순위는 18위로 심하게 처졌다.

7위 미래에셋증권도 한국투자증권과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미래에셋증권은 추천 종목 수익률 9위(73.62점)를 기록해 실적 추정과 추천 종목 수익률에서 양호한 성적을 보였다. 1인당 페이지 수는 16위(50.92점), 목표주가 정확도는 25위(85.18점)로, 종합순위 14위에 올랐다.

목표주가 정확도의 경우, 상위와 하위 리서치센터들 간에 실력 차이가 크게 나타나지는 않았다. 따라서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같은 패턴일 경우라면 실력 평가에 있어서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실적 추정 정확도 3위는 86.89점을 기록한 우리투자증권이 차지했다. 추천 종목 수익률(14위·71.41점)은 중간 정도의 성적을 냈지만, 종합순위는 8위에 랭크됐다. 목표주가 정확도(5위·93.39점)가 호조였고, 1인당 페이지 수(12위·56.91점)가 크게 밀리지 않아 종합순위에서 비교적 상위에 자리를 잡았다.

실적 추정치 어떻게 평가했나

실적 추정 정확도는 2009년 6~12월 결산 기업들이 발표한 매출액·영업이익(확정치 기준. 없을 경우 잠정치 적용)과 증권사들의 실적 추정치를 비교해 측정했다.

12월 결산 기업들의 실적 발표는 이듬해 3월까지 하는데, 집계가 일찍 끝난 기업들은 그 이전에도 확정된 결과를 밝힌다. 투자자들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최종 확정치를 발표하기 전에 일찌감치 잠정적인 추정치(잠정치)를 먼저 발표한다. 조사의 최종 기준일인 2월28일까지 확정치를 내지 않은 기업의 실적은 잠정치를 기준으로 잡았다. 잠정치가 확정치와 아주 심하게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그리 많지는 않아 큰 무리는 없다.      

결산 시기가 가까워질수록 실적 추정을 둘러싼 변수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이에 애널리스트가 가급적 실적 추정치를 늦게 발표할수록 기업의 실제 실적과 잘 맞을 확률이 높다. 따라서 실적 추정치를 일찍 발표한 보고서에 가중치를 많이 부여하는 방식으로 리서치센터별 실적 추정 능력을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