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5층짜리 건물을 물려받은 A씨가 상속세 상담을 하러 찾아왔다. 상속세에 대한 상담을 진행하면서 대략적인 상속세액을 계산하여 주었다. A씨는 예상보다 많은 상속세에 놀라며 당장 상속세를 낼 현금이 부족하다는 고민을 토로하였다.
부모로부터 재산을 물려받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A씨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상속재산 중 부동산 비중이 높다 보니 당장 상속세를 낼 만큼의 현금이 부족한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상속세를 내기 위해 물려받은 부동산을 모두 내다팔 수도 없는 일이다.
A씨의 경우, 부친의 5층짜리 건물 기준시가가 45억원이고 은행 예금이 5억원 정도로 총 50억원의 상속재산을 신고해야 하는 상황이다. 총 50억원에 대한 상속세는 약 14억원으로 예상되었다. 하지만 아버지 예금이 5억원 정도밖에 없어 모자란 9억원은 대출을 받아야 할 처지다. 이때 A씨가 모자란 상속세 재원을 위해 건물을 시세인 70억원에 매도한다면 당장 상속세에 대한 걱정은 한시름 놓을 수 있다.
이처럼 현실적으로 상속재산 중 부동산이 대부분인 경우에는 상속세 납부재원이 없어 상속받은 부동산을 상속인들이 불가피하게 급매로 처분하게 되어 제값을 못 받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이때 상속세는 상속인들 간에 연대하여 납부해야 하는데 일부 상속인만 상속세 납부금액이 없는 경우 부동산 처분을 두고 형제간에 불화가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건물을 시세인 70억원에 매도할 경우, 상속세가 14억원에서 25억원으로 늘어난다는 점이다. 이는 건물 등 부동산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시세의 60~70% 수준의 기준시가로 평가하여 신고하면 되지만 A씨처럼 건물을 매각하여 시가가 드러나는 경우 기준시가가 아닌 매각금액으로 부동산을 평가하여 상속세를 계산하기 때문이다. 즉, A씨가 건물을 70억원에 매도하는 순간 총 상속재산이 50억원에서 건물 매각대금 70억원과 예금 5억원을 합친 75억원으로 늘어나 상속세도 같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상속세 2000만원 넘으면 분납 가능
이런 경우 상속세 ‘연부연납(年賦延納)’제도를 활용하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연부연납은 상속세가 2000만원을 넘을 경우 최장 5년에 걸쳐 나눠 낼 수 있는 연 단위 분할납부제도다. 내야 할 세금이 많을 경우 일시 납부에 따른 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세금을 나눠 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는 것이다.
단, 연부연납 시에는 연 3.4%의 가산금이 붙기는 하지만 은행 대출 이자가 연 6% 이상 되는 것에 비하면 부담이 적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은행에서 대출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세무서에 상속세의 120% 이상의 담보를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방법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상속세 신고 시 연부연납 신청을 하여 세무서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납세담보는 반드시 본인의 것일 필요는 없고 부모님이나 친척이 소유하고 있는 것도 상관없다. 은행 대출과 방식은 유사하다.
A씨가 상속받은 건물을 담보로 연부연납을 신청하여 허가를 받으면, 부친이 사망한 지 6개월 이내에 총 납부할 상속세 14억원의 1/6인 2억3000만원만 일단 납부하면 된다. 그로부터 매 1년마다 1/6인 2억3000만원과 약 3.4%에 해당하는 가산금을 5년에 걸쳐 납부하면 된다.
물납할 부동산은 투자가치 적은 것으로
연부연납 외에 물납제도도 유용하다. 물납은 상속세를 현금이 아닌 상속받은 부동산으로 낼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가령 토지 등을 상속받은 자녀가 1억원의 상속세를 내야 하는데 현금이 부족하다면 상속재산 중 1억원의 값어치가 있는 토지나 건물 등을 상속세를 대신해 내놓는 것이다. 다만 물납을 할 때는 대상 재산의 평가방식에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상속세를 계산할 때 토지는 개별공시지가로 상속재산을 평가하는데 개별공시지가는 일반적으로 시세보다 낮다. 해당 토지를 물납하지 말고 시가로 매각한 뒤 현금으로 상속세를 내는 게 더 유리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또한 부동산은 앞으로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상속세를 물납할 경우 당장의 상속세 부담은 줄지만 미래에 얻을 수 있는 차익도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물납할 때는 가격 상승 가능성이 희박하고 거래가 잘 되지 않는 부동산을 먼저 내놓는 것이 좋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상속세 재원으로 쓸 수 있는 금융재산을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 전체 자산 중 예금비중이 너무 적다면 적극적으로 부동산을 처분하여 금융재산 비중을 어느 정도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
이런 적극적인 방법이 아니라면 보험 상품을 이용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아버지를 피보험자로 한 종신보험 또는 연금보험에 가입하면, 아버지 사망 시 자녀가 보험금을 받아 상속세를 내는 데 보탤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재산가들은 자녀들이 상속세를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미리 보험에 가입하여 두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처럼 아버지의 사망으로 인하여 지급받는 보험금이라고 하더라도 아버지가 보험계약자로 보험료를 불입하였다면 보험금도 상속재산에 포함되어 상속세가 과세된다. 또한 보험계약자가 아버지가 아니라 자녀라 하더라도 아버지가 실질적으로 보험료를 지불하였을 때에는 부친을 보험계약자로 간주하여 수령하는 보험금을 상속재산에 포함시킨다. 따라서 자녀 본인의 급여나 임대소득으로 아버지를 피보험자로 하여 종신보험에 불입하는 경우가 가장 절세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상속세 재원을 마련할 뿐만 아니라 부친 사망 시 수령하는 보험금이 상속재산에서도 제외되어 상속세 절세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