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간’을 자랑하는 프랑스 요리의 대가

 “요리는 간이 맞아야 합니다. 나의 입맛이 아닌 고객의 입맛에 맞춘 요리가 바로 음식의 기본이지요.”

박효남 밀레니엄 서울힐튼호텔 총주방장(상무)의 요리철학은 심플하다. 요리의 기본, 맛이다. 싱가포르 세계요리대회 등 수많은 세계요리대회에서 우승하고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으며 KCC 한국총주방장회 회장을 맡고 있는 그의 명성을 생각하면 ‘싱거운’ 소리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단순하기 때문에 이루기 어려운 지향이기도 하다. “배우면 배울수록, 알면 알수록 계속 새로운 것이 보이는데 안주할 틈이 어디 있나요. 하루 24시간을 요리에 쏟아 부어도 부족할 정도”라는 말이 그냥 하는 소리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한 번 요리에 세 번 맛을 봅니다”

‘간’에 대한 박 주방장의 신념은 우연한 사건에서 비롯됐다. 1980년대 중반의 일이다. 박 주방장은 자신이 만든 뷔야베스(프랑스식 해물탕)가 고객에게 퇴짜를 맞고 주방으로 돌아온 것을 알았다. 그는 ‘재료가 잘못됐나’라는 생각에 다시 요리를 만들어 웨이터에게 보냈지만 고객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했다. 다시 만든 요리 역시 고스란히 주방으로 되돌아왔다. 결국 박 주방장은 고객을 찾아가 요리를 되돌려 보낸 이유를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단순했다. ‘간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갑자기 멍한 느낌이었습니다. 제 입맛에 맞춰 간을 했지, 고객에 따라 입맛이 다르다는 것을 그때까진 무시했던 거죠. 그 사건 덕분에 제 입맛을 찾을 수 있었죠.”

그는 그때부터 레스토랑을 찾는 고객들의 입맛과 식성을 수첩에 꼼꼼하게 옮겨 적고 고객의 취향에 맞춘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고객들이 다시 올 때 만족했던 그 맛을 찾아 주기 위해서다. 고객을 배려하는 마음에 개개인의 입맛에 맞춘 맛있는 요리, 거기에 세계에서 인정받은 그의 섬세하고 화려한 기술이 첨가된 요리는 미식가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저는 요리를 하면서 세 번 간을 맞춥니다. 최상의 식재료를 쓴다고 해도 그날그날의 상태에 따라 조절이 필요합니다. 때문에 식재료의 상태에 맞춰 첫 간을 맞추고 조리를 하면서 음식의 깊은 맛을 찾을 수 있도록 두 번째 간을 하고, 접시에 담기 전에 한 번 더 간을 본 후 세팅합니다. 배가 부르면 예민한 감각을 발휘하기 어려우므로 최상의 간을 위해 조리 전에는 식사량도 조절하죠.”

자부심 강한 요리사들이 그렇듯 박 주방장 역시 본토 요리사의 맛을 흉내 내기를 거부한다. 서양요리니까 서양 사람들이 더 잘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생각은 그릇된 편견이라고 잘라 말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입맛이 다르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온 유명 셰프들이 한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그 입맛의 차이 때문입니다. 글로벌 시대에 더 이상 요리에 정통성은 없어요. 기본에 우리의 것을 더한 새로운 것이 있을 뿐입니다.”

프랑스 요리를 전문으로 하지만 그 역시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하는 한국인 주방장이기도 하다. 얼마 전에는 스위스에서 개최된 ‘스위스 다보스 한국의 밤’을 총괄한 조리팀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예전에는 한식의 세계화 같은 것은 논의조차 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정부 차원에서 한식을 하나의 문화 상품으로 보고 세계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식의 세계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웰빙음식인 한식은 이미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아가고 있습니다.”

그는 한식을 수출하는 것보다는 우리의 식문화를 알리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한다. 얼마 전 유럽 출장길에 겪은 경험담도 끄집어냈다. 당시 박 주방장이 이용한 외국 항공기는 식사 때마다 김치를 제공했다. 점심시간에 대부분의 외국인 승객들이 김치를 먹는 것을 보고 내심 흐뭇했다. 하지만 저녁시간엔 외국인 승객들이 김치에 손도 대지 않았다.

“점심엔 김치가 샐러드인 줄 알고 먹었는데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거죠. 메인음식과 함께 김치를 곁들여 먹는 우리 식문화를 알았다면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식문화에 대한 홍보가 절실합니다.”

박 주방장은 최근 연세대에서 진행되는 한식 스타 셰프(Star Chef) 양성 과정인 ‘최고위 조리장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한식 세계화에 일조하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과정은 농림수산식품부가 한식 세계화의 일환으로 만든 프로그램이다. 박 주방장은 자신이 배운 프랑스 요리의 화려하고 섬세한 기술을 한식에 접목시켜 세계인의 입맛뿐만 아니라 시각도 사로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자연의 식재료와 맛과 향을 간직한 한식은 그 자체가 웰빙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좋아합니다. 한식에 화려하고 섬세한 장식을 좋아하는 프랑스 요리의 테크닉이 가미된다면 충분히 세계인의 눈과 입을 사로잡을 수 있는 멋진 요리가 탄생할 것입니다.”

밀레니엄 서울힐튼 ‘시즌즈(Seasons)’

고급스런 분위기의 정통 프랑스 식당

밀레니엄 서울힐튼호텔의 프랑스 식당인 ‘시즌즈(Seasons)’는 다른 어느 곳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격조와 우아함을 제공한다. 메인식사코너와 이탈리아에서 주문 제작한 철재 난간으로 둘러싸인 중앙식사코너, 그리고 소규모 모임을 위한 별실을 갖추고 있다. 곳곳에 위치한 유명 작가들의 미술품과 조각상들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시즌즈의 메뉴는 프랑스 각 지방의 특색에 맞는 독특한 요리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름에 걸맞게 계절이 바뀔 때마다 신선한 계절 재료들을 사용한 새로운 요리들을 선보인다. 시즌즈를 자주 찾는 단골 고객들에게는 이미 잘 알려진 ‘구어메 서클(Gourmet Circle)’도 자랑거리다. 미식가들의 만찬 모임인 구어메 서클은 1996년 5월7일, 첫 번째 행사를 시작한 이후 줄곧 1년에 네 번씩 정기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행사는 오후 7시부터 3시간가량 진행되며, 사전에 예약한 고객에 한해서만 참여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