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포츠 리더십으로
평창의 꿈 실현 위해 ‘동분서주’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장 맡은 후 글로벌 네트워크 풀가동
국제 스포츠계 인사들과 접촉면 넓히며 ‘유치 세일즈’ 올인
지난해 9월1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된 ‘2018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창립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이 유치위원장의 대임을 맡으면서 밝힌 소감이다.
조 회장은 평소 대중 앞에 잘 나서지 않는 스타일이다. 그런 조 회장이 국제 스포츠계의 수많은 인사들을 만나야 하는 올림픽유치위원장을 맡은 것은 조금은 의외라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지구촌을 누비는 글로벌 종합수송그룹의 총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가 올림픽유치위원장에 딱 적임자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진그룹 관계자의 말이다. “조양호 회장은 나라를 위해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회사에 조금 손해가 나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분입니다. 한 번도 대외적인 직책을 먼저 맡겠다고 나선 적이 없지만 국가적인 요청이 있을 때는 마다하시는 법이 없었어요. 그만큼 국가관이 뚜렷한 분입니다.”
유치위원장 취임사에서 스스로 ‘심부름꾼’이 되겠다고 밝힌 것처럼 조양호 회장은 요즘 나라 안팎을 분주하게 다니며 마당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올림픽 개최지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외국 인사들을 만나는 데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국내에 체류하는 시간보다 해외에 나가 있는 시간이 더 많다는 게 그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조 회장은 유치위원장 취임 직후부터 바로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지난해 10월 초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121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와 제13차 올림픽 콩그레스가 첫 번째 무대였다. 올림픽 콩그레스는 1894년 쿠베르탱 남작이 올림픽 운동 확산을 위해 처음 개최한 국제 세미나다. 보통 10∼15년에 한 번씩 부정기적으로 개최된다.
지난해 올림픽 콩그레스는 전 세계 200여 개의 국가올림픽위원회(NOC)와 IOC가 인정하는 70여 개 경기단체 외에도 각국의 선수, 학자, 언론 등이 대거 참여한 빅이벤트였다. 조 회장으로서는 국제 스포츠계 거물급 인사들과 접촉면을 한껏 넓힐 수 있는 호기였던 셈이다.
또 지난 2월12일부터 3월1일까지 세계를 달군 밴쿠버 동계올림픽 기간에는 개막일부터 폐막일까지 현지에 머물며 ‘평창 마케팅’에 구슬땀을 쏟았다. 특히 영어가 유창한 조 회장은 세계 각국에서 온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직접 평창을 홍보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서 ‘평창 마케팅’ 주력
하이라이트는 2월13일 문을 연 ‘코리아 하우스’ 개관식이었다. ‘코리아 하우스’는 밴쿠버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한국과 평창을 널리 알리는 홍보센터 구실을 했던 공간이다. 조 회장은 이 날 개관식 행사에서 IOC 및 국제연맹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평창 세일즈에 올인했다.
“가장 효율적인 유치 계획, 최첨단 경기 시설, 그리고 국제대회 유치 경험을 가진 평창이야말로 최고의 2018 동계올림픽 개최지라고 자부합니다. 우리의 약속과 열정, 진정한 올림픽 정신이 ‘꿈을 실현시킨다’는 말을 현실로 만들어낼 것입니다.”
이 날 행사에서 조 회장은 참석자들의 시선을 잡는 에피소드 한 토막을 연출하기도 했다.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장 자격으로 ‘코리아 하우스’를 찾은 IOC 위원들을 안내하며 환담하던 도중의 일이다. 한 IOC 위원에게 마실 것을 권유했는데 때마침 직원들이 주변에 없는 것을 보고는 직접 그에게 ‘서빙’을 한 것.
주변 사람들이 놀라고 당황한 것은 불문가지. 하지만 조 회장은 태연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항공사 CEO로서 서비스가 무엇인지 알고 있어요. 고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기 위해서는 유연성 있는 마인드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렇듯이 저도 전 세계 스포츠 관계자들을 극진히 대접함으로써 평창에 대해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도록 해야지요.”
‘코리아 하우스’ 개관식 며칠 뒤인 2월17일의 일이다. 조 회장은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밴쿠버올림픽 선수회관에서 ‘피스 앤 스포츠(Peace and Sport)’ 대사로 임명된 것. ‘피스 앤 스포츠’는 인종·종교·사회적 편견 등을 초월해 순수한 스포츠를 바탕으로 세계 평화 증진을 위한 활동을 벌이는 비영리 국제단체다. 지난 2007년 조엘 브주 국제근대5종연맹 사무총장이 설립했다. 근거지는 모나코에 있다.
‘피스 앤 스포츠’ 측은 조 회장이 대한탁구협회장 및 아시아탁구연합(ATTU) 부회장으로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국제 교류와 세계 평화 증진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 그에게 대사직을 수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조 회장은 아시아인으로는 처음 ‘피스 앤 스포츠’ 대사로 임명돼 더욱 의미가 깊다. 한국의 스포츠 외교가 그만큼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고 있는 셈이다.
아시아인 최초의 ‘피스 앤 스포츠’ 대사
현재 ‘피스 앤 스포츠’ 대사로 활동하는 인물들은 면면이 쟁쟁하다. 알베르 2세 모나코 국왕, 마리오 페스칸테 IOC 국제관계위원회 위원장, 나와프 파이잘 파드 압둘라지즈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모로코 출신의 육상 중거리 스타인 히참 엘 게루즈, 필립 크래븐 국제 장애인올림픽위원회 위원장 등 IOC 위원만 5명이다. 자연스레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전에 도우미 역할을 기대할 수도 있다.
조 회장은 ‘올림픽 3수’에 나선 평창의 한을 풀기 위해 자신의 발품 외에도 한진그룹 전체의 가능한 역량을 쏟아 붓는다는 계획이다. 우선 대한항공 항공기를 유치활동 지원에 활용할 방침이다. 가령 각국의 IOC 위원들이 대한항공을 이용할 경우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함으로써 한국과 평창에 대한 우호적 평가를 이끌어내는 식이다.
대한항공을 필두로 한진그룹 전체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한 해외 정보 수집 및 홍보활동도 올림픽 유치에 긴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진그룹은 지난 2월 해외 주재 임원들까지 모두 불러들여 전체 임원 세미나를 평창에서 개최한 바 있다. 이 행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한진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본격 가동되기 시작했다는 게 그룹 관계자의 전언이다.
조 회장은 향후 올림픽 유치활동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유치전에 보다 주력하기 위해 총괄사장 이하 각 부사장들의 책임경영 체제를 가동한 것도 그런 이유다. 총수가 부재중이라도 의사결정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한 조치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올인’하다시피 하는 조 회장의 도전이 국민 모두가 원하는 결실로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