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 타깃 ‘뽀로로’ 캐릭터로 ‘대박’…
로열티 수입만도 연간 100억원대
2003년 TV용 애니메이션으로 탄생한 <뽀롱뽀롱 뽀로로>는 출판, 완구, DVD 등 부가수익원으로 대박행진을 하고 있다. 뽀로로가 창출하는 시장은 연간 3700억원에 달한다. 관련 캐릭터 상품만 600여 종이 넘는다. 지난해 아이코닉스가 벌어들인 뽀로로의 국내외 로열티 수입은 100억원을 상회한다.
뽀로로는 해외에서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전 세계 101개국에 수출됐다. 2005년 프랑스 최대 방송인 TF1에서 방송됐던 <뽀롱뽀롱 뽀로로>의 시청 점유율은 47%에 달했다. 현재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동남아, 유럽, 남미의 어린이까지 <뽀로로 시즌 4>의 출시를 기다리고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모티브로 만든 교훈적인 애니메이션이었는데 실패했어요. 원인은 참 단순했어요. 아이들은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를 원하는데, 그런 아이들의 눈높이를 전혀 맞추지 못한 거죠. 어른들의 시각에서 만들었으니까 아이들이 좋아할 리가 없었죠.”
최 사장은 교육적인 가치보다는 아이들이 무조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 기획에 나섰다. 망할 때 망하더라도 후회 없이 해보고 안 되면 같이 죽자고 덤볐다. 마지막 승부수였던 셈이다. 먼저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보고 싶어 하는 것에 기획의 초점을 맞췄다. 당시에 인기를 끌고 있던 미국과 일본의 수많은 작품을 벤치마킹했다. 대부분의 애니메이션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거나 성인용이었다. 최 사장은 3~5살 정도의 유아가 볼 만한 애니메이션이 드물다는 것을 간파했다. 경쟁상대는 일본 애니메이션인 <호빵맨> 정도였다. 장단점을 분석해보니 충분히 경쟁할 만했다.
캐릭터로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에서 찾기로 했다. 향후 해외 판매도 염두에 뒀다. 인종문제나 문화적인 특성을 뛰어넘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친숙한 강아지, 곰, 고양이 등은 이미 세계적인 캐릭터로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이들과 경쟁해서는 이길 수 없었다. 최 사장은 수백 개의 동물 리스트를 만들어 하나씩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주인공으로 결정된 것이 아기 펭귄이었다. 펭귄의 친구로는 북극곰과 비버, 여우, 공룡을 선정했다.
“남극에 사는 펭귄과 북극곰, 비버, 여우와 상상 속의 공룡이 한 마을의 친구로 지낸다는 것을 어른들은 이해하지 못하죠. 하지만 동심의 세계에선 이런 것이 전혀 문제되지 않습니다.” 그가 혹독한 실패에서 얻은 뼈아픈 교훈이었다.
지금의 캐릭터가 나오기까지 6개월 이상이 걸렸다. 시나리오는 최 사장이 당시 7살, 4살이던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고 직접 썼다.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고 난 이후에 글을 쓰다 보니 새벽 한두 시를 넘기는 것은 일상다반사였다. 그때 버릇이 지금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2년여의 작업 끝에 <뽀롱뽀롱 뽀로로>는 2003년 11월, EBS에서 첫 전파를 탔다.
“호응도 좋았고, 시청률도 잘 나왔어요. 하지만 이것이 캐릭터 사업으로 이어지진 않더군요. 일본 캐릭터를 돈 주고 사오는 업체들도 국산 캐릭터인 뽀로로에는 고개를 흔들었어요.”
중국 시장 공략위한 현지법인 설립 추진
오기가 발동했다. 캐릭터 사업을 직접 하기로 했다. 먼저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한 그림동화책을 만들었다. 하지만 유통이 문제였다. 어느 출판사도 선뜻 나서지 않았던 것이다. 적자를 보전해 주겠다는 최 사장의 과감한 제의에 겨우 한 출판사가 움직였다. 뽀로로 그림동화책은 출시 2주 만에 베스트셀러 자리에 올랐다.
DVD는 출시하자마자 판매 1위에 올랐다. 2004년 하반기부터는 해외 수출 길이 열렸다. 이렇게 되자 ‘설마 한국 애니메이션이 캐릭터 상품화에 성공할까’라고 주저하던 업체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캐릭터 상품 등, 부가판권이라는 새로운 수익원도 활짝 열렸다. 뽀로로의 캐릭터를 이용한 완구나 유아용품업체 등으로부터 받는 로열티 수입만 해도 연간 100억원 이상이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은 뽀로로의 브랜드 가치를 3700억원으로 추산했다.
“TV 방영으로는 제작비의 10% 정도만 건집니다. 캐릭터를 이용한 부가수입이 없었다면 살아남을 수 없었죠.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스토리와 디지털 그래픽이 동심을 사로잡았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뽀롱뽀롱 뽀로로>는 그동안 시즌 3까지 182편이 제작됐다. 현재 제작중인 시즌 4를 올해 안에 공개하고, 내년에는 극장용 애니메이션도 출시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 법인 설립을 앞두고 있다.
“한국 애니메이션은 안 된다는 고정관념이 지금도 팽배해 있는 게 사실입니다. 지상파 방송사를 비롯해 케이블 방송사들도 일본 애니메이션은 돈 주고 사오면서도, 한국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이 볼 수 없는 새벽시간대에 편성하기 일쑤입니다. 우리나라가 애니메이션 최대 하청국이었지만 성공한 캐릭터는 없었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뽀로로를 통해 한국 애니메이션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