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봄이다. 봄이 오면 으레 사람들은 산으로 들로 나들이를 계획하게 되는데, 서울 한복판에 사는 팍팍한 도시인으로서 아쉽게 생각되는 것이 있다. ‘왜 우리 서울에는 집에서 한 발짝만 나가면 그냥 일상처럼 쉴 수 있는 멋진 공원 하나 없을까’ 하는 것이다. 미국 뉴욕 한복판의 센트럴 파크나 영국 런던의 하이드 파크와 그 주변을 이어주는 작은 공원들은 참으로 부러운 도시 풍경들이다.

좋은 공원 이름이 도시 가치 올린다?

얼마 전 아침 출근길에 라디오 DJ가 서울의 가장 아름다운 봄꽃 나들이 장소를 소개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1위 여의도 공원을 비롯해 서울숲, 북서울 꿈의 숲 등이 있었다. 이제 서울 도심에도 제법 공원들이 많이 생기는 모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소개된 곳 가운데 4위에 오른 ‘북서울 꿈의 숲’이 바로 1년여 전에 메타브랜딩에서 개발한 브랜드네임이다. 공원 이름도 브랜드가 되나 싶지만, 실은 이미 많은 국가나 도시들이 실제로 계획된 전략적인 브랜딩 활동을 통해 공원이나 도시명의 가치를 높여나가고 있다. 센트럴 파크, 에버랜드, 디즈니랜드 등의 (테마)공원, 그리고 할리우드와 같은 도시들이 그 예인데, 이들의 명칭은 엄청난 가치를 지닌 브랜드라 할 수 있다. 그럼 이제부터 ‘북서울 꿈의 숲’ 브랜드 개발 스토리 속으로 들어가 보자.

2008년 여름, 서울시로부터 프로젝트 의뢰가 들어왔다. 공원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강북구에 새롭게 들어설 공원으로, 시민공모전을 실시하였으나 적당한 안을 찾지 못하여 브랜딩 전문업체를 찾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서울시 “공원 이름 지어 주세요”

이 프로젝트는 ‘맑고 매력적인 세계도시 서울’이라는 서울시의 비전과 함께 서울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정책과제 중의 하나로 진행되고 있었다. 서울 시민들의 팍팍하고 힘든 도시 생활에 푸른 여유와 행복을 제공하고, 세계도시 서울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도시 브랜딩이라는 점에서 사명감이 더욱더 큰 프로젝트였다.

이 근린공원의 위치는 서울 강북구 번동 산28번지로, 예전 드림랜드를 포함하고 있는 오동근린공원을 대지 약 89만 평방미터(27만여 평)의 대형 근린공원으로 새롭게 조성, 자연친화적이고 현대적인 전시관 등 새로운 시설을 지어 도심 속의 푸른 문화 숲으로 재창조될 예정이었다.

도심 재창조 프로젝트인 만큼 공원의 이름을 짓는 프로젝트를 위해 사회 문화 전반의 전문가들로 브랜드위원회를 꾸렸다. 위원회는 한국문학관협회의 회장이자 문학의 집 이사인 김후란 시인과 홍익대·서울예술대 교수 등 문학계와 학계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이 위원회와 메타브랜딩의 브랜드 개발팀은 함께 회의와 아이데이션(ideation; 아이디어 도출), 커뮤니케이션을 지속적으로 진행하면서 브랜드 구체화 작업에 나서게 되었다. 브랜드의 콘셉트는 ‘모두에게 열린 공간, 모두가 함께하는 공간’으로 정하고, 핵심 키워드로는 ‘개방과 어우러짐’을 채택했다.

작업을 하면서 어려웠던 것 중의 하나는 이곳의 정체성을 선택하는 작업이었다.

1차 보고 준비회의에서 ‘서울ooo vs 북서울ooo’로 의견이 나뉘어 간격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전자는 서울 도시 브랜딩 차원에서 서울의 대표성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었고, 후자는 강남북의 균형점을 맞추는 차원에서 지역구의 대표성을 가져가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장장 3시간의 발표와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그러나 ‘서울’ vs ‘북서울’이라는 이견은 절충되지 못했다. 결국 서울을 대표하는 상징성 반영과 지역구를 대표하면서 서울의 또 하나의 랜드마크 표현이라는 두 가지 방향 모두를 서울시장께 보고하게 됐다.

당시 1차 보고에서 제시한 공원의 이름들은 다음과 같다. 공원의 조감도를 보면 공원 센터의 모양이 마치 새의 모습과 흡사해서 만들어진 ‘서울 새마지 공원’, 북서울이라는 입지를 대표하는 이름으로 나온 ‘북서울 공원’, 열림과 어우러짐을 바탕으로 제시된 ‘열린 숲’, 시민들의 삶과 꿈을 심어주는 의미를 지닌 ‘꿈의 공원’, 자연과 사람이 둥글게 어우러진 공원이라는 뜻을 반영한 ‘O! Nature’ 등이었다.

1차 보고 후 서울시에서 “되도록 아름다운 우리말을 활용한 이름을 쓰고 싶다”는 의견을 전해와 2차 개발에 들어갔다. 30여 개의 대안을 가지고 브랜드위원회의 회의를 거친 결과, ‘서울 새마지 공원’, ‘북서울 공원’, ‘서울 푸르뫼 공원’, ‘꿈의 공원’, ‘푸른 서울 공원’ 이렇게 5안으로 압축이 되었다.

2차 보고 전에 우리는 이 이름들에 대해서 서울시민 200명, 시청 내부 고객 200명, 기자단 16명 등 총 416명을 대상으로 선호도 조사를 실시하였는데, 이 조사에서는 ‘서울 새마지 공원’이 1위를 차지했다. 조사 데이터와 위원회 종합 의견을 바탕으로 우리는 ‘서울 새마지 공원’과 북서울을 대표하는 ‘북서울 공원’ 등 두 건을 최종 추천 안으로 서울시장께 보고했다.

‘서울 새마지 공원’과 막판 경합

보고 후에 의견을 나누는 자리에서도 나쁘지 않은 반응이었기에 공원의 이름은 ‘서울 새마지 공원’으로 결정되는가 싶었다. 그러나 보고한 다음 날, 아침 일찍 시청에서 새로운 피드백이 전달되었다.

서울시는 “서울 강남북 균형발전의 상징성을 반영할 수 있는 ‘북서울 공원’을 바탕으로, 시민들에게 행복과 꿈을 심어줄 수 있는 정서적 효익을 반영한 새로운 안들을 제시해 달라”고 했다. 또한 시장께서 기존 ‘서울숲’도 있으니 ‘oo숲’ 형태의 이름은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전해왔다.

다시 하루를 꼬박 새워 새로운 후보안을 마련해 서울시에 제안했다. ‘북서울 꿈의 숲’, ‘북서울 대공원’, ‘꿈의 숲 북서울 대공원’, ‘서울 새마지 공원’이 그것이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북서울 꿈의 숲’이 선정되면서 70여 일간의 프로젝트는 종료되었다.

2010년 봄, ‘북서울 꿈의 숲’은 서울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숲으로서 울창하고도 아름다운 문화와 휴식의 숲으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