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덱스 펀드로 자금 유입 가속화 … 투자 매력 ‘업그레이드’

펀드 환매가 놀랍다. 지난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연간으로 7조7000억원의 자금이 환매되었다. 2010년 들어서는 그 환매 강도가 더 높아지고 있는데 연초 이후 현재(2010년 4월9일) 기준으로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3조3000억원이 유출되어 작년보다 그 속도와 강도 면에서 더 빠르게 환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환매 폭탄 속에서도 인덱스펀드로는 그 규모는 크지 않지만 오히려 자금이 유입세를 보이고 있어 대조적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2010년 들어 국내 주식형 펀드의 특징은 일반 액티브펀드(펀드매니저들이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펀드)들의 수익률이 KOSPI지수를 쫓아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4월9일 기준으로 KOSPI가 3.7% 오른 동안 국내 주식형 펀드는 평균 2.3%의 상승세에 불과해 KOSPI보다 1.4%포인트 성과를 하회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지수 관련 ETF(상장지수펀드) 및 KOSPI200 인덱스펀드만이 현재 수익률 면에서 선전을 하고 있다. 올해 들어 국내 주식형 펀드들의 수익률이 고전하고 있는 이유는 주가 상승을 이끄는 종목들이 일부 분야로 압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초 이후 수익률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펀드들이 모두 지수 및 IT, 자동차 관련 섹터 ETF들이다.

현재 국내 펀드 운용사들은 펀드를 운용할 때 운용사 모델 포트폴리오의 70~80%에 해당하는 종목을 편입한 후 일정부분에 대해서는 펀드매니저 재량으로 종목을 편입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몇몇 종목만으로 지수가 올라갈 경우 KOSPI 수익률을 하회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현대증권 WM센터의 분석 대상 펀드들을 기준으로 인덱스와 테마펀드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의 삼성전자 편입비중을 분석한 결과, 최근 성과에서 분명한 차이점이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자산 편입 내역이 10%를 하회하는 경우 벤치마크나 유형 평균 수익률이 크게 떨어졌다는 점이다. 따라서 최근의 이러한 시장 흐름이 지속된다면 대형주, 삼성전자의 편입비에 따른 펀드 성과의 차별화 현상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문득 생각난 점은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의 행보다. 지난 2008년에 워런 버핏과 헤지펀드 회사인 프로떼제 파트너스의 회장 테드 지데스 프로떼제는 향후 10년간의 수익률을 비교하여 승자를 가늠하자는 내기를 한 적이 있다. 워런 버핏은 뛰어난 인덱스펀드 운용사인 뱅가드운용의 S&P500 인덱스펀드에 투자하고, 테드 지데스 프로떼제는 5개의 헤지펀드를 엄선하여 투자한다는 것이 내기의 주된 내용이었다.

과거의 단순 수익률만 비교한다면 헤지펀드의 수익률이 우수하다고 볼 수 있지만 수수료를 제외한 수익률을 고려할 경우 워런 버핏은 인덱스펀드가 이길 확률이 60%나 된다고 보았다. 이는 장기적으로 펀드매니저들의 운용능력이 시장 수익률을 뛰어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고, 결국은 저렴한 비용으로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오히려 더 좋은 투자 수단이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인덱스펀드의 장기성과가 우수하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현대증권 WM센터에서는 2003년 3월부터 2010년 2월까지 이익과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 수준)을 고려한 주가의 변화를 유동성, 실적, 밸류에이션, 버블 붕괴 장세로 구분하여 펀드 스타일별 성과를 분석해봤다. 그 결과 각각의 장세에서 특별히 좋은 성과를 거둔 스타일 펀드가 있었지만 인덱스펀드의 경우 장기간 성과가 꾸준히 좋게 나타났다. 인덱스펀드는 이런 점에서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표1>을 보면 인덱스펀드는 밸류에이션 장세를 제외하고서는 전 구간에서 양호한 성과를 나타냈다. 특히 급락장세에서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 큰 특징이다.

요즘은 인덱스펀드의 선택 폭도 넓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인덱스펀드의 종류가 단순히 KOSPI100 또는 KOSPI 200만을 추구하는 것들 위주여서 수동적 투자자에게만 적합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공격적 투자자들도 인덱스펀드를 충분히 활용할 수가 있다. 기존의 단순 지수 추종형의 인덱스펀드들이 레버리지 또는 역레버리지(리버스)를 활용할 수 있게끔 다양화됐기 때문이다.

인덱스펀드, 뭐가 좋은가

인덱스펀드의 장점으로는 ▷저렴한 수수료로 투자 효율성 증대 ▷잘못된 펀드 선택에 의한 오류 최소화 ▷개별 기업에 존재하고 있는 비체계적 위험 제거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펀드 투자자들이 2010년 들어 인덱스펀드의 장점을 점차 인식하면서 인덱스펀드로의 자금 유입세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는 장기적 관점에서 긍정적이라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최근의 펀드 환매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인덱스펀드로 들어오는 신규자금이 늘어난다는 것은 이 투자자금의 성격이 보수적이고 장기적인 측면을 고려하고 있다는 판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박스권 장세에도 불구하고 현 국내 증시는 PER(주가수익비율; 배수가 낮을수록 저평가 상태)이 9.59배로 다른 나라 증시 대비 저평가된 수준이다. 수익성, 국가의 재정 건전성, 통화가치 안정, 향후 선진국지수 편입 가능성, 기업의 건전성 등을 고려할 때도 매력적인 수준으로, 추가 급락에 대한 리스크는 크지 않아 보인다.

지수가 추가로 더 하락한다고 해도 큰 폭의 조정에 대한 두려움은 많지 않은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