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업무 향상에 도움 된다” 85.3<%BR>“업무에 부정적인 동료 있다” 84.3<%/FONT>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A씨는 요즘 들어 사는 게 참 분주해졌다. 아침잠이 많은 스타일이지만 일찍 일어나 외국어학원을 다니고 직장에 가서는 야근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게 다 새로 들어온 B씨 때문이다. 능숙한 외국어 실력과 똑소리나는 업무 처리로 상사의 인정을 듬뿍 받는다. 자꾸 비교되는 것 같아 의기소침해질 때도 있었다.
B씨의 활약에 A씨는 심기일전을 다짐했다. 게을리 했던 자기계발에도 공을 들이고 업무도 더 열심히 하리라 결심했다. 당장은 아니라도 언젠가는 알아주는 날이 오리라 희망도 품는다. 가만 생각하면 B씨가 전근해 온 것이 자신에게 행운이라는 생각도 한다. 아니었다면 여전히 대충대충 살고 있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좋은 동료와 함께 일해야 자신도 발전할 수 있다는 선배들의 말이 실감나는 요즘이다.

동료와 나는 경쟁관계 61.0%
삼성경제연구소는 <보이지 않는 힘: 동료효과>라는 보고서에서 ‘동료의 행동과 사고방식에 영향을 받아 개인의 행동이 변하는 것을 동료효과’라고 정의한 뒤 기업은 ‘동료효과를 잘 활용할 경우 큰 비용 투입 없이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으므로 동료효과의 전략적 활용이 요구된다’고 주문했다. 부서의 팀만 잘 구성해도 성과를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직원 개인 입장에서도 동료는 중요하기 이를 데 없는 존재다. 마음에 맞지 않고 거슬리는 동료를 만나면 일 자체가 하기 싫을 수도 있다. 반대로 배울 것이 있고 배짱이 잘 맞는 동료와 함께라면 힘든 줄 모르고 직장생활을 할 수도 있다. 우리 직장인들에게 동료란 둘 중 어느 쪽일까. 이는 직장인들의 업무 만족도를 좌우하는 지표가 될 수도 있다.
<이코노미플러스>와 잡코리아가 직장인 69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우리 직장인들은 동료가 자신의 업무 효율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답했다. 매우 긍정적이라는 답이 13.6%, 대체로 긍정적이라는 응답이 71.7%로 전체의 85.3%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여성보다는 남성 직장인이 긍정적이었다. 여성이 81.3%, 남성이 88.4%였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 사이엔 일정한 관계가 형성되는 법이다. 직장 동료가 업무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답이 월등한 것처럼 이번엔 ‘경쟁적’이라는 표현이 키워드였다. 경쟁 상대라는 답이 61.0%였다. 이중 순수한 경쟁관계라는 답이 6.9%, 경쟁적이긴 하지만 협조 대상이라는 답이 54.1%, 보완관계가 34.3%, 무관심이 4.7%였다. 여성보다는 남성이 경쟁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남성이 64.5%, 여성이 56.6%였다.
경쟁자가 있다는 것은 자신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 흔히 말하는 라이벌 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동료와 경쟁관계를 맺고 있다는 직장인들, 과연 자극이 되는 동료는 얼마나 될까. 84.4%가 업무 효율을 더 높여야겠다는 자극을 주는 동료가 있다고 답했다. 조직과 본인의 발전을 위해 좋은 일이다.
자극을 가장 많이 주는 동료는 입사동기였다(38.3%). 이는 자연스런 결과다. 경쟁은 자기와 엇비슷한 사람과 관계에서 가장 빈번하고 강하게 일어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직장에선 입사동기가 이에 해당한다. 그 다음은 직속상사였다(33.9%). 본인의 업무를 가장 먼저 평가하는 사람이라는 측면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후배직원(12.5%)과 임원(8.3%)이 그 뒤를 이었다.
자극을 주는 동료에 대한 남성과 여성의 답변은 적잖게 차이가 나 흥미를 끌었다. 남성의 경우 입사동기(32.2%)보다 오히려 직속상사(38.3%)의 자극에 더 민감한 반면 여성은 입사동기(46.1%)가 직속상사(28.3%)에 비해 훨씬 민감했다. 이는 중간관리자가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할 때 남성과 여성에 따라 다르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일 잘하는 동료 ‘이기고파’ 46.8%
동료의 어떤 점에 직장인들은 자극받을까.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동료의 뛰어난 업무 능력(34.2%)이 가장 자극이 됐다. 이는 직장 동료와 경쟁적 관계라고 답한 직장인이 가장 많았다는 점과도 일맥상통하는 결과다. 그 다음이 능수능란한 처세(30.8%)였다. 업무 외에 조직에 잘 적응하는 능력 역시 직장에서 필수적인 덕목임을 확인할 수 있다. 긍정적이고 성실한 자세(13.7%), 철저한 자기관리(9.8%)와 조직에 대한 충성도(8.8%)가 그 뒤를 이었다. 이 항목에서도 남녀 차이가 나타났다. 남성은 뛰어난 업무 능력에 최고점(37.0%)을 준 반면 여성은 능수능란한 처세(32.6%)에 가장 예민했다.
자극을 받는다고 모두가 똑같이 대응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마다, 자극의 강도에 따라 후속 대응이 달라질 수 있다. 46.8%는 다른 방식으로 동료를 앞지르기 위해 노력한다고 답했다. 역시 경쟁관계였다. 일단 나보다 우수한 동료를 따라 해보는 직장인도 많았다(22.2%). 이 역시 개선에 대한 욕구에서 비롯된 태도다. 이에 비해 부정적이거나 자포자기형 대응도 상당했다. 자극은 되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응답이 13.9%, 해당 동료에 대한 반감이 발생하는 직장인이 10.8%였다.
조직에는 다종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기 마련이다. 업무 효율에 긍정적인 동료가 있는가 하면 부정적인 동료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직장인들이 부정적인 동료가 있다고 답했다. 무려 84.3%가 그렇게 답했다. 1명이라는 답이 33.5%, 두 명 이상이란 답이 50.8%였다. 모두가 긍정적이란 답은 15.7%에 불과했다.
부정적인 이유는 다양했다. 남에게 일을 미루는 무임승차형(23.1%)이 가장 많았고 부정적인 자세로 업무 의욕을 꺾는 사기저하형(21.6%), 자신의 주장이 지나치게 강한 막무가내형(19.7%), 업무를 잘 수행하지 못하는 무능형(17.0%) 등이 고르게 지적됐다. 이 항목에선 직급에 따라 반응이 엇갈렸다. 사원은 무임승차형을, 대리와 과장·임원은 사기저하형을, 차·부장은 막무가내형을 가장 부정적인 동료로 꼽았다.
조직 구성원들이 서로 친하면 업무에 어떤 영향을 줄까.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조직원이 모두 서로 친한 경우와 친한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경우 전자의 생산성이 후자보다 10%가량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굳이 연구의 결과를 빌지 않더라도 직장인들은 이를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었다. 친한 동료가 있을 경우 업무 효율이 향상되는 효과가 있다는 대답이 96.7%에 달했다. 도움이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원활한 커뮤니케이션’(66.2%)이었다. 성별 불문, 직급 불문 모두 같은 결과였다. 커뮤니케이션이 조직의 생산성에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결과로 풀이된다. 스트레스 해소(22.6%)와 경쟁심리 자극(7.6%)이 그 뒤를 이었다.
친한 동료가 오히려 짐이 될 때도 있다. 공과 사의 구분이 모호해서 불편할 수도 있고(35.3%), 사적인 감정 때문에 일을 그르칠 수도 있고(26.5%), 편 가르기로 분위기를 망칠 수도 있고(19.9%), 경쟁심리가 지나쳐 스트레스가 가중될 수도 있다(16.3%). 결국 중요한 것은 친한 동료의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부정적인 효과는 최소화하는 관리 능력이다. 이 역시 조직 운영에서 참고할 만한 사안이다.

동료 평가와 승진 결과 일치 94.3%
조직은 다양한 사람들의 집합이다. 일을 잘하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친한 사람이 있고 불편한 사람이 있다. 이들이 어떻게 조합되느냐에 따라 조직의 성과가 차이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직장인들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동료 구성이 잘되면 업무 생산성이 향상된다고 생각하는 직장인이 97.7%였다.
문제는 어떻게 구성하느냐이다. 직장인들은 다양하거나 친밀도 높은 조직을 원했다. 우수한 직원이 절반인 조직(34.9%), 친밀도 높은 직원으로 구성된 조직(33.6%)이 선호됐다. 소수의 우수직원이 섞여 있는 조직(20.0%)과 100% 우수한 직원으로만 구성된 조직(10.3%)이 그 뒤를 이었다.
동료를 평가하고 조직의 개선을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자신이 어떤 동료인지를 성찰해보는 것도 발전의 계기가 된다. 직장인들의 태도는 낙관적이었다. 대체로 긍정적인 동료(54.9%)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도움이 되지 않아도 피해는 주지 않는 동료(34.0%), 롤 모델에 해당하는 동료(8.2%)의 순으로 결과가 나왔다. 자신이 조직에 부담이 되는 동료라는 응답은 2.6%에 불과했다. 이는 84.3%의 직장인이 조직에 부정적인 동료가 있다고 답한 결과와 묘하게 어긋나는 측면이 있다. 자신에겐 관대하고 타인에겐 혹독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들을 여지가 있어 흥미를 자아낸다.
자신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직장인들, 만약 자신이 빠지면 조직의 업무엔 어떤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할까. 약간의 타격에 그칠 것(58.5%)이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듯이 직급별로 반응이 달랐다. 모든 직급에서 ‘제한적인 타격’이 가장 많은 지지를 얻었지만 직급이 높을수록 타격의 정도가 클 것이라 생각한 반면 직급이 낮을수록 영향이 미미하거나 없을 것이라 응답했다.
기업은 직원의 능력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평가해 보상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늘 옳지는 않다. 또 같이 일하는 동료가 평가하는 것과 기업이 평가하는 결과도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도 직장인들은 동료에게서 좋은 평가를 받는 직원이 결국 회사의 인정도 받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94.3%가 동료의 평가와 승진 결과가 일치한다고 답했다. 소수이긴 하지만 일치하지 않는 경우 그 원인은 사내 정치의 결과(42.6%), 경쟁자들의 견제(25.5%), 회사의 판단 오류(19.5%)에서 찾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불일치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동료의 평가를 승진의 기준에 포함해야 할까. 85.3%가 그래야 한다고 답했다. 세계적인 경영학자인 게리 하멜에 따르면 동료평가제는 기업의 성과를 높이는 데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직장인들도 그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