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이 PC 회사라는 이미지를 벗어나 기업용 종합 솔루션 제공업체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델 인터내셔널(이하 델코리아)도 마찬가지다. 한국 시장에서 델의 변신을 주도하고 있는 이홍구(53) 사장을 만났다.

PC 회사에서 종합 솔루션 제공업체로 변신…

“고객·직원과의 소통 깊고 넓게 해나가겠다”

 “델은 PC에서 종합 솔루션 제공업체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시대 변화에 맞춰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고 있는 것이죠. 하드웨어 유통뿐만 아니라 경쟁력 있는 컨설팅과 서비스 등이 신규 비즈니스의 축이 될 겁니다.”

이홍구 사장은 “델의 기업 부문 사업 전략은 고객이 원하는 IT 인프라를 맞춤형 통합 솔루션으로 제공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산업별로 특화된 파트너들과 함께 각각의 기업에 적합한 솔루션을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전형적인 엔지니어 출신 전문경영인이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IBM·컴팩코리아를 거쳐 한국HP 부사장을 지냈다. IBM과 컴팩에서 10년, HP에서 거의 10년 등 글로벌 기업에만 20년 넘게 근무했다. 한국HP에서는 개인용시스템그룹(PSG) 총괄을 맡아 국내 PC 시장에서 HP의 위상을 빠르게 끌어올린 주역이다. 그는 지난 1월 델의 새로운 수장을 맡았다.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어요. 델은 가장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회사라고 생각했어요. 장·단기 균형만 잘 맞추면 이러한 잠재력을 폭발적인 성장의 원동력으로 바꿀 수 있다고 봤지요.”

델은 1984년 마이클 델에 의해 설립돼 미국 텍사스 주 라운드록에 본사를 두고 있다. 최초로 직접판매 모델 방식을 채택해 세계  1위의 PC공급업체에 올랐다. 현재 200여 개국에 5만여 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델코리아는 1995년 설립됐다.

“델은 PC 회사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기업용 솔루션의 매출 비중이 거의 절반에 가깝습니다. 이미 기업 솔루션에서만큼은 검증된 전문가라는 얘깁니다. 앞으로 이러한 기업용 시장을 공략하는 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델이 컨설팅과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하는 것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미 IT 환경이 급변하면서 어떤 기업에라도 종합적인 솔루션을 제공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죠.”

그는 서버와 스토리지 등 제품 자체보다는 IT 인프라스트럭처를 통합 솔루션으로 제공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라며 지금까지의 기업용 솔루션은 기업의 규모나 형태 등을 가리지 않고 획일적으로 공급됐지만 델은 기업의 환경에 알맞은 경쟁력 있는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는 매출 50% 비중을 차지하는 PC에 대한 의존도를 점차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대신 노트북을 비롯해 개인, 중소기업, 엔터프라이즈 솔루션을 성장 동력으로 삼아 새로운 비즈니스를 개발한다는 것이다. 특히 델의 혁신적인 온라인 유통 방식이 컨설팅과 서비스에도 그대로 접목된다. 델은 고객에게 직접 주문을 받아 컴퓨터를 만들어 중간 유통상을 거치지 않고 직거래하는 혁신적인 판매기법(direct model)으로 컴퓨터 가격혁명을 일으켰다. 이를 컨설팅과 서비스 사업에도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예컨대 이런 겁니다. 한국 기업이 온라인을 통해 필요한 컨설팅 등을 제안하면, 이를 미국이나 다른 국가의 전문가와 연계시켜 준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시스템이 전 세계의 전 국가로 확장될 겁니다.”

변화를 위해서는 고객과의 소통 중요

“변화의 기본 방향은 델의 이미지로 고정돼 있는 ‘PC’를 넘어서겠다는 것입니다. 향후 3년간의 델의 변화는 지난 25년 역사 동안의 변화보다 더 많을 겁니다. 델코리아가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서도록 해야죠.”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선 이홍구 사장의 경영 키워드는 ‘고객 및 직원과의 소통’. 변화를 위해서는 고객과의 소통이 먼저 이뤄져야 하고, 고객과의 소통이 잘 이뤄지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고객과 경험을 나누기 위해서는 고객과 소통을 깊게, 그리고 더욱 넓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객의 의견을 경청하고 그 의견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죠.”

델이 고객과의 소통에 나선 것은 온라인 위주의 비즈니스에 대한 자기반성에서 출발한다. 델의 온라인 거래 건수는 아마존닷컴을 능가한다. 하지만 그것은 거래 건수일 뿐 고객과의 소통은 아니었다. PC를 주문하고, 이를 배송하는 것 이상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온라인 비즈니스에 치중하다 보니 단기적인 성과에 목 맬 수밖에 없었죠. 물론 단기 실적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장·단기 전략의 균형이 중요합니다. 이제는 고객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면 지속적인 발전이 불가능합니다. 델이 고객과의 쌍방향 소통에 나선 것은 이 때문입니다.”

델이 기업 고객을 위해 ‘24시간 365일 서비스’ 체제를 구축하고, 서비스 시간도 오후 6시에서 7시로 늘린 것도 이의 일환이다. 이 사장은 취임하자 제일 먼저 서비스를 점검하고 고객 중심으로 시스템을 바꿨다.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은 단기 실적과 같은 결과만 따지기 십상인데 고객과 소통을 먼저 챙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컴퓨터가 먹통이 되거나, 전산 시스템이 다운되면 그만큼 답답한 경우가 없습니다. 1시간 연장이지만 업무 후 서비스를 응대했을 때 고객이 느끼는 체감 효과는 상당합니다.”

그는 치열한 하드웨어 시스템 시장의 생존경쟁에서 델을 차별화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동력이야말로 서비스에 있다고 믿었다.

그는 고객이 어떤 부분을 필요로 하는지 듣고, 정말 필요로 하는 솔루션을 공급하겠다며 비단 고객뿐만이 아니라 델코리아 내부 직원들과도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겠다고 말했다.

변화는 결국 직원이 하는 것

“변화는 결국 사람에 달려 있습니다. 저도 그래서 단기적인 성과를 요구하기보다는 실질적인 공감대 형성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이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 직원들과의 1대 1 미팅이다. 닫힌 마음을 열고 허심탄회하게 소통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지금까지 만난 직원은 4명. 그는 올 연말이면 250명 전 직원을 모두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해야 될 얘기, 해선 안 될 얘기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델의 직원으로서, IT 업체 종사자로서, 선·후배로서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는데, 저는 주로 듣는 편입니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델이 한국 시장에서 실질적인 리더가 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불어 넣는데 주력했다. 이 역시 자신감 있고, 성취감 있는 조직을 만들기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직원들과 함께, 앞에서 같이 갈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라며 “회사의 모든 비전과 생각, 계획을 직원과 공유하고 조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델코리아는 지난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는 본사와의 비밀 유지 협약 때문에 실적을 공개할 수 없지만 ‘어마어마’하게 성장했다고 밝혔다.

“한국 시장이 델의 전체 지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 내외입니다. 시장도 시장이려니와 비즈니스 측면에서 한국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한국 기업들이 부품 공급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본사에서도 전 세계 사업이 잘 되려면 한국과의 관계 설정이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 직원들에게 주도적 위치에 서자고 합니다.”

그가 추구하는 것은 ‘즐거운 효율’이다. “효율만이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효율을 높인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닙니다. 서로 이율배반적이지만 그렇다고 양립할 수 없는 것도 아닙니다. 직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비즈니스 면에서 그는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기업용 솔루션 부문은 1위와의 격차를 줄여 확실한 ‘투 톱’ 구도를 만들겠다며 효율과 비용에 민감한 기업 시장에서 델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모든 분야에서 3위 안에 들 것이라고 장담했다.

“시장 점유율을 몇 퍼센트까지 올리겠다는 목표는 세우지 않았습니다. 제대로 전략을 수립하고 실천하면 단기실적과 함께 시장 점유율은 뒤따라 올 겁니다. 역량을 집중해 제품과 서비스가 필요한 고객이 먼저 찾을 수 있도록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