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사업구상·소통 보좌하는
‘키 플레이어 참모’로 동분서주
CEO의 일과는 하루하루가 전쟁과 같다. 무한경쟁 시대에 리더는 생명이 단축될 정도로 엄청난 업무 강도와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세상은 자고 나면 급변하고 있고, 정보는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경영 환경 속에서 신속하고도 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CEO들에게 비서라는 존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이 때문에 비서의 역할이 차 심부름이나 손님 접대에 머무르고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고, CEO 업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비서에 대한 의존도 역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 업무보조에서 참모 역할까지
비서를 ‘가방모찌’라고 부르던 때도 있었다. 항상 상사 옆에서 서류가방을 들고 다니며 운전기사 역할까지 하던 비서들을 낮춰 부른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단순 업무보조가 아닌 각종 조언을 통해 CEO를 보좌하는 참모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비서의 경쟁력이 곧 CEO의 경쟁력인 세상이 된 것이다. 비서의 역할이 전문화하면서 기업의 CEO를 보필하는 중요한 핵심참모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최애경 이화여대 국제사무학과 교수는 “아직도 비서의 역할을 수동적으로 심부름만 하는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없진 않지만 전문비서로서의 역할이 점차 늘고 있다”며 “글로벌 시대에 넘쳐나는 정보를 선별해 CEO의 신속·정확한 판단과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비서 역할은 갈수록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비서에 대한 인식은 아직 양극화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 교수의 말을 더 들어보자. “국내 굴지 그룹의 사장단 인사가 날 때는 비서를 추천해 달라는 전화로 업무가 마비될 정돕니다. 떠나는 CEO가 유능한 비서를 데리고 가는 것도 이유이기도 하지만, 새로 온 CEO가 이전 비서를 믿지 못하고 다른 비서를 원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대기업의 오너 CEO가 충성도 높은 비서를 원하는 반면, 외국계 기업의 CEO의 경우 능력 중심으로 비서를 채용하는 것 역시 비서에 대한 양극화를 보여준다는 것이 최 교수의 설명이다.
최방원 한국비서협회 이사도 “비서를 전문사무직으로 보는 견해가 요즘 많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비서의 이미지를 허드렛일을 하는 직원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화여대가 비서학과를 국제사무학과로 개칭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1968년 설립 이래 비서를 전문적으로 양성해온 이화여대는 비서라는 직업에 국한하지 않고 가르치는 내용을 그대로 학과명에 반영하기 위해 2006년 비서학과를 국제사무학과로 바꿨다. 국제사무학과 졸업생들은 비서직뿐만 아니라 금융, 외국계 기업 등 각 분야에 두루 포진해 있다. 국제사무학과는 매년 졸업생 40~50명을 배출하고 있지만 학과로 들어오는 취업 의뢰 수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최 교수의 설명이다.

이처럼 국내 기업의 경우 전문비서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이 대세다. 이사나 상무와 같은 직급을 부여하거나 1억원 이상의 연봉을 지급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유능한 여비서들은 CEO와 오랫동안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현역 최장수·최고령 비서인 전성희(68) 대성산업 이사. 그는 30년째 김영대 대성 회장을 보좌하고 있다. 이화여대 약대 출신인 전 이사는 김 회장과 고교 동창인 남편의 권유로 대성에 입사했다. 그는 1980년대 후반 김 회장이 해외 출장으로 280여 일간 자리를 비웠을 때도 매끄럽게 업무를 조율해 능력을 인정받았고, 1989년에는 독일의 헨켈에서 1년 간 공부하고 돌아와 양 사 간 합작의 가교 역할을 하기도 했다.
CEO가 자리를 옮길 때마다 함께 움직이는 경우도 많다. 비서 10년차인 심승아(38) 강앤컴퍼니 차장은 비서 업무에서 탁월함을 보여 지난 2000년부터 강찬수 회장의 비서로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강 회장이 서울증권에서 나와 지금의 새로운 회사를 창업할 때도 함께 움직였다.
이화여대 비서학과를 졸업한 심 차장의 첫 직장은 항공사였다. 당시만 해도 항공사 승무원은 여대생들이 가장 꿈꾸는 직업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잘 맞지 않은 옷이었다. 결국 5년 만에 전공을 살리기로 했다. 비서로의 이직은 어렵지 않았다.
“비서학을 전공했지만, 현장 업무는 아는 게 없었죠. 다행히 승무원이나 비서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적응은 어렵지 않았어요.”
한국투자공사의 외국인 투자운용본부장의 비서인 김신영 대리 역시 상사를 따라 직장을 옮긴 케이스다. 불어불문학을 전공한 김 대리는 프랑스상공회의소, 법무법인 두우를 거쳐, 푸르덴셜자산운용에서 만난 상사를 9년째 모시고 있다.
차 심부름은 기본…CEO의 신사업 구상까지
비서의 기본 업무는 일정 조정, 회의와 업무 준비, 전화 응대, 내방객 안내와 차 접대 등이다. 상사가 자신의 핵심적인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다.
이 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업무는 ‘차 심부름’이다. 비서들은 차 심부름이 회사와 상사를 찾은 손님을 정성껏 대접하는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손님이 가지는 회사의 첫 이미지가 비서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최애경 교수는 “비서가 하는 일 중에 하찮은 일은 하나도 없다. 작은 일부터 잘해야 유능한 비서”라며 “유능한 비서가 CEO의 일을 수월하게 한다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성희 이사는 찾아오는 손님의 커피 기호까지 알고 있을 정도로 김 회장 주변에 대해 훤한 것으로 유명하다. 전 이사는 커피 심부름조차 즐기라고 말한다. 하찮은 일이라도 최고여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하라는 것이다.
비서들은 차 심부름 때문에 울고 웃기도 한다. 김신영 대리는 신입 비서 시절 첫 번째 ‘차 심부름’을 잊지 못한다. 처음으로 차를 내는 날, 너무 긴장한 나머지 손님 앞에 차를 엎지르고 만 것이다.
“탕비실에서 여러 차례 연습까지 했어요. 그래도 얼마나 긴장했든지 그만 사고를 친거죠. 아, 이제 잘렸구나 생각했죠. 그런데 다행히 녹차였고, 손님이 웃으면서 넘어가, 상사도 그냥 넘어가 줬어요.”

한 번 찾아온 손님의 취향은 메모해 두는 편이지만 차 대접을 하기 전 꼭 물어본다. 시원한 음료를 찾는 중동 손님에게 내놓은 매실차는 대성공이었다고 한다. 매실차를 마신 손님들이 그 시원한 맛에 반해 한 잔씩 더 요청했다는 것이다. 김 대리는 아마 그 차 한 잔에 회사와 우리나라에 대한 이미지가 더 좋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 차장 역시 자신의 집을 찾은 손님 대접하듯이 차 심부름을 한다고 말했다. 차 심부름은 비서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서비스 이상의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정관리와 커뮤니케이션 조정 등도 비서들의 중요한 업무로 꼽힌다. 상사의 국내 일정뿐만 아니라 해외 일정까지도 꿰뚫고 있어야 한다. 한 마디로 비서는 상사의 ‘시간 관리자’인 셈이다.
상사와 업무 부서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또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외부전화를 선별해 받는 것도 비서가 겸비해야 할 능력 중 하나다.
김 대리는 “외부에서 전화 통화나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전부 연결해 줬다간 상사는 아무 일도 못할 것”이라며 “상사가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사전에 걸러 다른 부서나 담당자에게 먼저 연결해 주기도 하고 아예 차단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스의 연속… 사생활 거의 없어
비서는 상사의 일정뿐 아니라 전 부서가 진행 중인 일도 훤히 꿰고 있어야 한다. 상사에게 올라가는 서류는 모두 꼼꼼히 들여다보면서 미비한 부분은 부서에 보충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 업무에 정통해야 부실한 서류에는 간혹 ‘퇴짜’를 놓을 수도 있다.
기업의 글로벌화는 비서 업무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자료와 일정 정리 등의 수준에 머물렀던 비서 업무가 이제는 데이터베이스 관리부터 영어 이메일 처리 등을 포함한 외국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까지로 확대된 것이다. 특히 해외 출장 수행이나 업무 처리 영역까지 넓어져 순차 통역할 수 있는 영어 실력은 필수적이다.
비서는 상사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면서 경영진과 같은 수준의 고급 정보 등을 알고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알아도 모르는 척, 봐도 못 본 척해야 하는 것이 비서의 임무다. 회사와 관련된 온갖 정보를 알고 있지만 ‘실세’라는 얘기를 듣고 싶지 않아, 또 상사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입을 다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심 차장은 “승진 인사와 같은 직원들이 알기 원하는 내부정보를 많이 알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누구에게도 얘기를 안 하는 게 철칙”이라고 말했다. “비서실에 고급 정보가 몰리는 것은 당연합니다. 사장님 책상을 치우다 보면 보지 않으려 해도 안 볼 수 없는 경우도 있지요. 그래도 모르는 척, 못 본 척 해야 합니다.”
비서는 멀티플레이어가 돼야 한다. 전화 받기부터 CEO의 사업 지원까지 해내는 전문가여야 한다는 뜻이다. 한 중견기업의 비서팀장은 상사가 고민하는 신규 사업 등에 대해서도 조언해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상사의 평소 생각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비서들의 업무가 쉬운 것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스트레스도 엄청나다. 최 교수는 비서는 감정노동이 어느 직업보다 심해 스트레스가 누구보다도 높다고 말했다.
심 차장의 경우 상사와 함께 단 둘이 창업을 하면서 건물 임대에서부터 사무실 인테리어 등을 혼자서 처리해야 했다. 그는 지금도 비서뿐만 아니라 오피스 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다. 심 차장의 말이다. “언제, 어떤 일이 터질지 모릅니다. 주기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있는가 하면 갑작스레 터지는 일도 많지요. 휴가도 마음대로 가지 못해요. 이틀 이상 쉰 적이 없어요.”
상사가 부르면 주말도 없다. 그래서 가족들에게 가장 미안하다는 것이 이들의 한 목소리였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둔 심 차장은 “학교에서 학부모를 부를 때가 많지만 아직 한 번도 참여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했다.
상사가 휴가를 가거나, 해외 출장을 가더라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심 차장은 “상사가 해외 출장을 나갈 때 더욱 긴장하고 있다”며 “혹시라도 상사가 찾는 전화를 놓칠까봐 휴대전화에서 손을 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김 대리도 마찬가지다. 상사가 출장 중일 때도 그는 휴대전화를 아예 손에 쥐고 다닌다. 그를 찾는 상사의 전화가 언제 걸려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퇴근 후 집에서도 메일을 확인하는 것이 습관이 됐다.
외국인 상사를 보좌하고 있는 김 대리의 경우, 일이 더 많다. 한국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상사의 가족들까지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컴퓨터가 고장 나 A/S를 신청할 때나, 아이가 아파 병원에 갈 일이 있을 때는 그의 도움이 절실하다.
이 때문에 상사들은 비서들에 대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심 차장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일 오후 6시면 ‘칼 퇴근’을 한다. 김 대리 역시 늦어도 오후 7시 정도면 집으로 향한다. 다른 부서의 직원들이 부러워 할 정도다.

하지만 남자 비서팀장이나 수행비서는 자기 생활이 없을 정도다. 비서팀장 출신으로 지금은 신사업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이모씨. 그는 “모시고 있던 보스가 1년에 일주일을 채 쉬지 않고 일만 하는 분이었다”며 “거의 몇 년 동안 주말 없이 일만 했고, 사생활은 없었다”고 회상했다.
“일찍 출근하는 보스보다 먼저 나오는 것은 기본이죠. 출근하면 일정을 미리 보고하고, 외부 손님의 약력을 꿰고 있어야 합니다. 거의 매일 저녁 약속이 있는 보스가 집으로 떠난 뒤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귀가하면 거의 자정 무렵입니다. 드러눕기 바쁘죠.”
뜬금없는 질문에도 막힘없이 대답할 수 있어야
비서의 생명력은 실력이다. 비서는 먼저 상사의 중요한 업무를 훤히 꿰뚫고 있어야 한다. 여기에 기본적인 요건으로 ‘센스’를 갖춰야 한다.
심 차장의 얘기를 들어보자. “서울증권에서 강 회장을 모시고 있을 때 증권 관련 자격증 3개를 땄어요. 주위에선 모두들 왜 하냐고 했지만, 상사가 하는 일을 알지 못하면서 옆에서 도울 수 없잖아요. 이러한 노력 덕분에 강 회장을 따라 회사를 옮긴다고 했을 때, 오히려 인사팀에서 저를 붙잡을 정도였어요.”
김신영 대리는 전략기획팀 소속이다. 상사가 준비해야 할 문서를 기안·기획하고, 이를 각 업무부서와 함께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 내 돌아가는 상황을 알지 못하면 일이 중구난방이 된다. 말단사원이 아니라 임원급 정도의 마인드를 가지고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사의 뜬금없는 질문에도 막힘없이 대답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김 대리는 “상사가 무언가를 지시했을 때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대답할 때가 가장 부끄럽다”며 “그래서 회사 관련 업무뿐만 아니라 상식 등을 갖추기 위해 자기 계발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고 말했다.
심 차장은 “마감시간이 정해져 있는 일보다 지시를 받으면 그 자리에서 해결해야 할 업무가 더 많다”며 센스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상사의 의중을 잘 읽어야 합니다. 여러 지시 중에서 일의 우선순위를 두고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시키는 일만 해선 안 된다. 프로페셔널한 비서가 되기 위해선 100%에 1%를 더해야 한다는 것이 한 목소리다.
최장수 비서인 전성희 이사가 그토록 오랫동안 비서직을 잘할 수 있었던 비결은 ‘철저한 자기 관리’ 덕분이다. 전 이사는 매일 하루 1시간 정도는 외국어 공부를 한다. 이 덕분에 불어, 중국어, 일본어에도 능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애경 교수는 “CEO들이 선호하는 비서는 자신의 모든 것을 맡겨도 될 정도의 신뢰감 있는 사람”이라며 “상사들은 자신의 비서로 충성스러우면서도 입은 무겁지만 일도 잘하는 사람을 원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성’이다. 비서로서 오랜 생명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상사와의 조화’가 관건이다. 상사와 인간적인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마인드 셋(Mind Set)이 문제다. 비서가 하는 일이 봉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김 대리는 “조직과 상사에 대한 충성심이 먼저”라며 “나를 먼저 버려야 좋은 비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심 차장도 상사와 비서 간의 관계는 ‘상·하’ 관계가 아니라고 했다. “지근거리에서 모시다 보면 개인적이며 사소한 일까지 알게 되죠. 좋은 면을 볼 수도 있고, 싫은 면을 볼 수도 있죠. 하지만 좋고 싫은 것을 판단하거나, 내색하지 않아요. 그냥 프로답게 제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죠.”
그래도 비서실은 요직 중 요직
비서실을 거친 사람들은 대부분 승진이 보장된다. 바로 윗자리로 승진하거나, 원하는 자리를 골라가기도 한다. 남자 비서실장의 경우 계열사 CEO로 가기도 한다. 삼성이나 현대·기아차 등 대기업 계열사 사장에 비서 출신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최고경영자의 최측근으로 바로 옆에서 경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게 되는 것도 비서직의 장점이다. 출판계의 여사장 시대를 연 김혜경 푸른숲 사장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직속비서였다. 김 사장은 퇴직 후인 1991년 수억원의 부채를 떠안고 있는 푸른숲을 인수해 건실한 대형 출판사로 키웠다. ‘왕 회장’에게서 배운 경영철학이 밑거름이 된 것은 물론이다.
이렇듯 비서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여비서의 경우 결혼과 동시에 퇴사하던 관행도 사라지고 있다. 오히려 평생 직업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심 차장은 “비서를 관둘 생각은 전혀 없다”고 했다. 김 대리 역시 “지금까지 비서로서 만족한 적이 없다”며 “끊임없이 실력을 쌓아 10년 후에는 비서가 되고 싶은 누군가의 롤 모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