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시대가 계속되면서 복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 상품은 수익률이 일정하더라도 복리인지 단리인지에 따라 나중에 손에 쥐는 금액에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즉 재투자 수익률이 생기느냐 아니냐에 따라 돈 불리기 효과가 크게 달라진다는 얘기다. 예컨대 월복리로 늘어나는 적금에 월 30만원씩 3년 불입하면, 단리로 운용되는 일반 적금에 비해 만기 이자가 4만원 가까이 많다. 그래서 경제학자들이 복리 효과에 대해 ‘경제의 마술’이라느니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복리 상품에 가입하면, 일정 기간의 이자가 원금에 가산되어 다시 투자되기 때문에 장기로 투자하면 종자돈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다만 현재 금융권에서 복리 상품을 찾기란 쉽지 않다. 고객 입장에서야 이자 수입이 불어나서 좋지만, 금융회사들은 이자 부담이 만만치 않아서 슬금슬금 없앴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심을 갖고 살펴보면, 숨어있는 복리 상품을 발견할 수 있다.
복리 상품을 파는 대표적인 금융회사로는 은행, 저축은행, 보험사 등을 꼽을 수 있다. 은행들은 오래 전에 복리 상품 판매를 중단했기에 복리로 돈을 굴리고 싶어도 여의치 않았다. 그런데 신한은행이 지난 3월 월복리로 운용하는 적금을 내놓으며 포문을 열었다. 정부의 친(親)서민 정책에 호응하기 위해 출시한 상품인데, 반응이 뜨거워 50영업일 만에 20만 명 넘는 신규 계좌를 창출해냈다.
회전식 정기예금도 복리 상품
고객 호응이 좋자 신한은행은 내친 김에 지난 5월12일엔 월복리 정기예금까지 새로 내놨다. 개인만 대상이며, 최소 가입금액은 300만원(인터넷 신규 시 50만원), 최고 가입금액은 3000만원이다. 앞서 출시한 월복리 적금은 분기당 100만원이 최대한도다. 1년제 기본금리는 연 3.5%이며 여기에 ‘생애주기 거래에 따른 가산이율’ 연 0.1%를 우대 적용하면 1년제 최고 연 3.6%로서 단리로 환산 시 연 3.66%의 효과가 있다.
회전식 정기예금도 넓은 의미에서 복리 상품에 속한다. 회전식 정기예금이란, 회전 주기를 3개월로 선택했을 경우 3개월마다 이자와 원금이 다시 예치된다. 이자가 복리식으로 계산된다는 얘기다. 다만 회전식 정기예금은 일반 정기예금에 비해 금리가 낮게 책정되어 있어 복리식으로 계산해도 단리식보다 이자가 적은 경우도 간혹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저축은행들이 판매하는 정기예금 상품은 은행권 정기예금보다 기본 금리가 1%포인트 정도 높으면서도 매달 이자가 붙는 월(月)복리라는 게 장점이다. 다만 만기에 원금과 이자를 한꺼번에 찾아가는 경우에만 복리를 적용한다. 일정 주기마다 이자를 찾아간다면 단리가 적용된다.
은행과 저축은행이 비정기적으로 발행하는 후순위채권도 만기에 원리금을 찾을 경우엔 복리가 적용된다. 후순위채권이란 금융회사가 문을 닫을 경우 상환 순위가 가장 뒤로 밀리는 채권을 말한다. 매월 또는 3개월마다 이자를 받으면(이표식 후순위채) 단리로 계산된다.
보험사의 복리 상품은 저축보험이 대표적이다. 현재 일부 중소형사들이 고객 유치 차원에서 현재 연 5%대 전후의 고금리를 적용해 저축보험을 취급하고 있다. 저축보험 금리는 은행 정기예금(연 3%대 초반)보다는 약간 높은 편이다. 10년 이상 가입하면 이자소득에 대해 비과세 혜택까지 주어진다.
다만 저축보험은 가입자가 납입한 보험료 전액에 대해 연 5%씩 이자가 붙는 게 아니라, 설계사 수수료와 보장보험료 등을 제외한 액수에 대해 연 5% 이자가 붙기 때문에 가입 전에 득실을 잘 따져봐야 한다. 가입 기간이 짧다면, 나중에 만기가 되어 가입자의 손에 실제로 남는 액수는 은행이나 저축은행권의 복리 상품보다 적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보험사들은 대부분 저축성보험을 많이 팔고 있다. 금리는 대형사보다는 중소형 보험사가 다소 유리한 편이다. 금리가 높은 곳을 고를 것인지, 아니면 회사의 탄탄한 안정성을 고를 것인지, 가입자 자신의 선호도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비과세 또는 절세 여부 확인 필수
1년씩 정기예금에 단리식으로 가입했다가 만기가 되면 돈을 찾은 뒤, 다시 1년짜리 정기예금으로 묶어두는 식으로 재테크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를 통해 어느 정도 복리 효과를 얻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만기가 되어 목돈을 찾게 되면 이상하게도 꼭 돈을 쓸 곳이 생기고, 결국 결심이 흔들려서 돈을 써버리게 되어 진정한 복리 효과를 누리기 어렵게 된다.
복리 상품에 가입해 돈을 불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면, 거북이 같은 질긴 인내심이 필수다. 다음과 같은 복리투자 성공 3계명도 꼭 기억해 두자. 우선 복리 상품으로 성공하려면, 단기간 돈을 적립한 다음에 길게 투자해야 한다. 복리 상품은 가입 기간이 길수록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보통 복리 상품에 3~4년 정도 납입한 상태에서 통장을 들춰 보고선 수익률이 낮아 실망하는 사람들이 있다. 단리나 복리나 별로 다를 게 없다고 불평하기도 한다.
복리는 적어도 7년 이상은 지나야 경쟁력을 갖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복리 상품 투자는 장거리를 뛰는 마라톤처럼 인내심을 갖고 장기간 투자해야 효과를 본다는 뜻이다.
둘째, 복리 상품에 가입할 땐 비과세 혹은 절세 선택이 필수적이다. 오랫동안 복리 상품에 가입해 풍성한 이자를 얻었다고 해도 이를 세금으로 모두 빼앗기게 되면 억울하기 짝이 없다. 특히나 복리 상품은 이자가 많이 붙기 때문에 가입 전에 비과세 여부와 세금우대 여부를 꼭 확인해야 한다. 통상 만 20세 이상 성인은 1인당 1000만원까지 이자소득세가 9.5%로 낮아지는 혜택을 누릴 수 있고, 만 60세가 넘으면 1인당 3000만원까지 이자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생계형 저축 가입이 가능하다.
셋째, 복리는 계산주기가 짧을수록 유리하다. 1년 단위로 이자가 붙는 연(年)복리보다는 매달 이자가 계산되는 월(月)복리가, 월복리보다는 하루 단위로 이자가 붙는 일(日)복리가 수익률 측면에선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