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또 다시 불안에 휩싸였다. 이제 겨우 미국발 세계 경제위기에서 탈출하는가 싶더니 또 다시 유럽발 위기의 그림자가 전 세계를 뒤덮고 있다.
월스트리트 역사상 가장 성공한 펀드매니저이자 마젤란 펀드를 세계 최대 뮤추얼펀드로 키워낸 피터 린치(Peter Lynch)라면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투자했을까? 그는 1977년부터 1990년까지 13년간 마젤란 펀드를 운영하면서 단 한 해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지 않았다.

투자 성공은 머리보다 배짱
그렇다고 그가 활약했던 시기에 활황장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1979년의 2차 오일쇼크, 1987년 10월의 블랙먼데이 등 13년간 아홉 번의 큰 하락장을 겪었다. 그는 “주식이나 주식형 펀드를 고를 때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 궁극적으로 투자의 성패는 투자가 성공을 거둘 수 있을 만큼 오랫동안 세상의 비관론을 무시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며 “주식 투자자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머리가 아니라 배짱”이라고 말했다. 겁 많은 투자자는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불길한 운명을 예고하고 다니는 사람들의 말에 넘어가 주식시장에서 도망쳐 나오기 마련이다.
생각해 보면 좋은 뉴스보다는 걱정하는 뉴스가 많은 곳이 투자시장인 것 같다. ‘또 다시 안개 속으로, 금융위기 또 오나, 경제 불안 가중’ 등등의 기사 제목도 익숙하다. 이러다 보니 투자자들은 항상 주가 하락을 걱정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주가가 오른 폭이 하락한 폭보다 훨씬 컸다. 지난 2001년 7월부터 2009년 6월까지 96개월간 월간 코스피 등락을 분석해보면, 하락한 달의 하락폭은 1.16%였던 반면 상승기간 상승폭은 무려 6.2%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피터 린치는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주말 걱정 증후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말이 되면 모처럼 시간적 여유가 생겨 TV나 신문에 보도되는 암울한 뉴스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지구 온난화, 지구 냉각화, 경기 침체, 인플레이션, 재정 적자 등등. 이 같은 비극에 앞서 금융 시스템이 붕괴되고 세상이 무너진다면 누가 주식에 투자하고 싶겠는가.
약간 과장된 것 같지만 이런 종류의 주말 걱정 증후군은 은밀히 효력을 발휘한다. 실제로 월요일에는 매도 주문이 쏟아지는 경향이 있고 역사적으로 월요일에 큰 폭의 하락이 많았다.
린치는 1986년부터 매년 미국의 대표적인 투자 전문지인 <밸런스>에서 주최하는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했다. 라운드 테이블은 최고의 전문가만 참석할 수 있는 수준 높은 토론회로 정평이 높다. 그는 한 해 경제와 시장 전반에 대한 의견을 라운드테이블에서 매년 반복하는 것은 일종의 주말 걱정 증후군이었다고 회상했다.
라운드 테이블 전문가들이 경제와 시장에 대해 가장 낙관적이었던 때는 다우존스지수가 직전 고점 대비 1000포인트나 폭락했던 블랙먼데이가 벌어진 1987년 초였다. 그리고 1991년 라운드테이블이 열렸던 주의 <밸런스> 기사 제목은 ‘시장에 드리워진 불안과 걱정의 두꺼운 장막’이었다. 그러나 이 기사가 나간 직후 주식시장은 강한 상승세를 분출하며 다우존스지수를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렸다.
린치는 “최적의 투자시점을 연구해 주가가 오를 것이란 확신이 들 때 시장에 들어갔다가 전망이 불확실해지면 빠져나오는 사람보다는, 오히려 경제와 시장 상황에 무심한 채 계획에 따라 정기적으로 투자하는 사람이 더 좋은 성과를 얻는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그는 악재가 두려워 시장에서 도망치지 않기 위해서는 매달 정기적으로 일정 금액을 투자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추천한다. 이러한 대표적인 투자 방법으로 적립식 펀드, 연금 투자 등이 있다.
급락 두려우면 주식투자 금물
요 근래 저조한 펀드 수익률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대거 증권사 랩어카운트(전문가들에게 투자를 맡기는 서비스)로 옮겨가고 있다. 증권사 역시 펀드 대체 상품으로 랩어카운트를 추천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물이 무섭다고 연못에서 나와 바다로 뛰어드는 꼴’이다. 주식펀드보다 랩어카운트가 더 ‘고위험 고수익 상품’이기 때문이다.
사실 단기적인 수익률 하락을 견디지 못하는 투자자는 애초부터 위험 주식 상품에 투자하지 말아야 한다. 워렌 버핏은 보유한 주식이 50% 급락하는 것을 견뎌낼 자신이 없는 사람은 주식투자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린치 역시 “자신이 투자한 펀드가 단기간에 20~30%씩 하락하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은 주식형 펀드에는 투자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펀드의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투자해야 성공할 수 있는 법이다.
이미 많은 투자자들이 펀드에 가입해 있다. 문제는 가입한 이후 어떻게 할지 좀처럼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 이런 투자자라면 피터 린치의 ‘6등분 투자 방법’도 참고로 삼을 만하다. 그에 따르면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돈을 똑같이 6등분해서 6개의 펀드에 나눠 넣는 것이다. 돈을 추가로 투자할 때도 마찬가지로 똑같이 6등분해 6개 펀드에 나눠 넣으면 된다. 이때 좀 더 복잡한 방법은 지금 부진한 펀드에 새로 투자할 돈을 집중 투입한다. 이런 식으로 계속 여러 펀드의 비중을 조정한다.
좋은 펀드를 고르는 방법에 대해 린치는 “과거 수익률을 기준으로 펀드를 고르는 노력은 시간 낭비”라고 지적한다. 지난 1년간 수익률이 좋았던 펀드는 지난 1년간 관심이 집중됐던 분야 중 특정한 한 산업이나 한 기업에 집중 투자했다가 운이 좋아 대박이 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가장 최근의 수익률과 최신의 유행을 좇아 이 펀드 저 펀드 옮겨 다니는 것보다는 지속적으로 꾸준히 좋은 수익률을 내는 펀드를 우직하게 계속 보유하는 것이 낫다”고 강조했다.
피터 린치의 투자 황금률
▷▶ 투자는 재미있고 흥분되지만 위험하다. 기업에 대한 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 주식시장이 하락하는 것은 1월에 눈보라가 치는 것만큼이나 일상적인 일이다. 대비만 돼 있다면 주가 하락이 당신에게 타격을 줄 수 없다. 주가 하락은 공포에 사로잡혀 폭풍우가 치는 주식시장을 나가려는 투자자들이 내던진 좋은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다.
▷▶ 누구나 주식시장에서 돈을 벌 수 있는 머리는 있지만 배짱은 아무나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만약 당신이 주가 하락에 두려움을 느끼며 모든 것을 팔아치우는 성격이라면 주식투자는 물론 주식형 펀드 투자도 피해야 한다.
▷▶ 부정적인 소식과 걱정거리는 늘 있기 마련이다. 주말에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고 뉴스의 부정적인 전망들을 무시하라. 주식을 팔려면 그 기업의 펀더멘털이 악화됐을 때 팔아라. 세상이 무너질 것 같다는 이유로 주식을 팔지 마라.
- 피터 린치, 존 로스차일드 지음, <피터 린치의 이기는 투자>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