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연구결과 하나가 의료계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당뇨병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생각되었던 엄격한 혈당조절이 필요 없다는 내용이었다. 정상인들의 혈당은 공복 시 100 이하고, 식사 후 2시간이 지나면 140 이하가 된다. 3개월 평균 혈당치를 나타내는 당화혈색소라는 수치는 5.7 이하다. 당뇨환자들은 공복 시 혈당이 126 이상이고, 식사 후 2시간이 지나면 200이 넘는 혈당치를 보이며, 당화혈색소는 대부분 6.5를 넘는다. 당뇨가 진행될수록 혈당치는 올라가고, 혈당치가 올라가면 여러 세포들의 기능이 망가진다. 때문에 이전까진 당뇨환자들에게 혈당을 가능한 정상인에 가깝게 조절하도록 권유했다.
그런데 새로 나온 연구결과에 따르면 혈당을 대충 조절하나 엄격히 조절하나, 합병증의 발생률과 이로 인한 사망률은 비슷하다. 오히려 혈당을 제대로 조절하려고 노력할수록 저혈당과 같은 부작용이 많이 발생해 더 해로울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런 연구결과가 대중매체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전달되면서 많은 당뇨환자들로부터 질문이 쇄도했다. 의사들도 처음에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감했으니 일반 환자들이야 오죽하랴 싶었다.
사실 이와 비슷한 연구들은 많았다. 일례로 심장병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측되었던 여성호르몬 치료를 해도 심장병이 줄기는커녕 더 늘었다. 중풍과 같은 혈관질병이나 치매겙奏鳴平塚?유발하는 호모시스테인을 줄이는 치료를 해도 질병이 더 줄어들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그렇다면 앞으로 질병은 ‘확실히’ 치료하는 것보다 ‘적당히’ 치료하는 게 더 나은가? 물론 그런 것은 아니다. 이런 연구결과들이 의미하는 것은 첫째, 질병 치료도 적절한 시기가 있다는 것이다. 적절한 시기에 빨리 치료하는 것이 제대로 치료하는 것 못지않게, 아니 오히려 더 중요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당뇨병의 경우 당뇨가 발생하자마자 치료를 하게 되면 결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게 된다. 즉 조기의 당뇨 치료에선 혈당이 적절히 조절될수록 합병증도 눈에 띄게 줄어든다. 또 추후 제대로 관리되지 않더라도 빨리 치료한 효과가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여성호르몬 치료도 동맥경화가 발생하기 전에 실시하면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훨씬 크고, 호모시스테인도 조기에 치료하면 좋은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질병 치료에는 가장 치료가 잘 되는 시기가 있고, 이 시기를 넘기면 치료의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둘째로는 당뇨병과 같은 만성 생활습관병의 치료는 복합적인 원인을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혈당이 올라가는 이유는 식사를 함부로 하고,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스트레스 관리를 제때 못했으며, 췌장의 대응 능력이 떨어지는 등 여러 복합적 요소들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런 요인들에 대해 포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단순히 약만 사용해서 혈당을 떨어뜨리는 것은 효과를 조금밖에 얻을 수 없으며, 운동겱컥訣뗌?스트레스 관리 등 관련된 여러 요소들을 함께 조절할수록 효과가 증가된다.
운동하고 체중 조절하는 게 가장 ‘확실’
결국 새로 발표된 연구결과들은 질병을 대충대충 치료해도 된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오히려 그 반대다. 질병은 제대로 치료하는 것만으론 부족해 가능한 빨리 치료해야 하며, 치료 방법 또한 한 가지 방법이 아니라 여러 포괄적인 방법들을 동원할수록 효과도 좋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질병이 발생하고 증상이 생겨야 치료가 시작되었는데, 요즘 관점에서 보면 효과가 매우 떨어질 수밖에 없는 치료방법이다. 최근 들어 유행하는 건강검진은 이런 의미에서 보면 더 나은 방법이다. 증상이 발생하기 전에 질병을 발견해 조기에 치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일 좋은 방법은 건강검진에서 발견되기 전부터 관리하는 것이다.
최근 건강검진을 받으러 오는 분들을 보면 질병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자신의 건강에 해로운 생활습관을 변화시키지 않으려는 경우를 꽤나 자주 보게 된다. 과거에는 이런 경우 수진자들에게도 해줄 말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이젠 이런 경우도 생활습관 변화를 추천하게 된다. 최근의 연구결과들을 이용한 ‘건강위험요인평가’라는 것을 하게 되면 현재의 건강위험행동 때문에 어떤 질병들이 발생할지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이다. 질병이나 증상이 나타나기 전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는 흡연겙珦퐗과식겱뵈?뭣?등의 습관이나 행동을 줄이고, 적절한 운동량과 체중을 유지해줌으로써 질병을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유전적으로 어떤 질병의 소인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면서 조기에 질병을 관리해주면, 질병의 확진 전 단계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질병이 합병증으로 번지는 일은 방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사들보다 생활습관을 관찰하고 지적해주는 가족이나 친구들이 건강에 더 의미 있는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질병이 나타나야 진단하고 치료해주는 의사들에게 얻을 수 있는 효과가 ‘한 개’라면 미리 좋은 습관을 유지하게 해주고, 건강한 식생활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서 받는 효과는 ‘열 개’를 넘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가족이나 친구들의 ‘간언’ 없이도 가능하다. 귀찮더라도 꾸준히 실시하는 만 보 걷기와 절주겚駙?등이 질병예방뿐 아니라 지금 내 몸에 이미 싹튼 질병을 조기에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바란다. 물론 이렇게 해도 질병이 발생했을 경우 가능한 조기에 의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질병을 키워 치료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