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업계에 스마트폰의 라이벌이 생겼다. ‘넷폰’이다. 복잡한 기능은 줄이고 핵심기능은 살린 넷폰에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기능 단순·인터넷 공짜 ‘엑설런트!’

제약회사 영업사원으로 근무하는 장정민씨(30·남)는 얼마 전 휴대전화를 새로 구입했다. 줄곧 사용해오던 스마트폰을 잃어버려서다. 새로 구입한 것은 소위 ‘넷폰’이라 불리는 모델이다. 무선랜(와이파이)을 탑재한 휴대전화로 일반 휴대전화의 3세대(3G) 통신망을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고 빠르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과거에도 무선랜이 설치된 휴대전화는 있었지만 인터넷 전화 기능에 머문 수준이었다.

장씨가 굳이 스마트폰을 새로 구입하지 않은 것은 스마트폰이 비싸서가 아니다. 스마트폰의 갖가지 기능들이 번잡스럽게 느껴져서다. 스마트폰의 앱스토어에서 갖가지 애플리케이션을 내려 받을 수 있다곤 하지만 장씨는 그다지 관심이 가지 않았다. 그가 자주 사용하는 기능은 이메일 확인과 지도검색 정도다. 넷폰의 무선랜으로 얼마든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것들이다. 

넷폰의 인기가 뜨겁다. 대표주자는 LG전자의 ‘맥스폰’, 지난 3월 출시 이후 LG텔레콤을 통해 지금까지 10만대가량 개통됐다. LG전자 휴대전화 라인에선 히트작으로 손꼽히는 수준이다. 특히 IT 트렌드에 민감한 20대 구매자들이 선호한다. LG전자는 SK텔레콤 전용인 ‘카페폰’, KT 전용인 ‘조이팝폰’ 등 넷폰 모델을 이동통신 3사에 모두 적용시키고 있다. 연말까지 10여 종의 모델을 더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넷폰이 스마트폰 경쟁에서 한 발 뒤쳐진 LG전자의 ‘전략폰’인 셈이다.

넷폰 시장을 겨누고 있는 것은 LG전자만이 아니다. 팬택계열도 지난 3월과 4월에 KT용 ‘웹홀릭폰’과 SK텔레콤용 ‘판도라폰’을 출시했다. 6월 현재까지 각각 8만 대, 3만 대가 팔려 스마트폰의 열풍 속에서 선방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넷폰을 출시하지 않았다. ‘갤럭시S’ 등 스마트폰으로 관심이 쏠려 있어 당장엔 개발 여력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잠재력이 큰 제품으로 평가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시기는 확정할 수 없지만 조만간 넷폰 모델을 출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이 넷폰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스마트폰에 거부감을 가진 소비자들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전자제품 트렌드에 민감한 20·30 소비자들의 스마트폰 사용 패턴을 밀착 조사한 결과,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의 강점인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를 불편해하거나 귀찮아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상당수 소비자들이 인터넷을 간편하고 신속하게 사용할 수 있다면 굳이 스마트폰을 구입하진 않을 것이라 답변했다”고 덧붙였다.

넷폰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영수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IT 업계에서 다양한 기능으로 무장한 ‘컨버전스’ 제품이 유행할수록 거꾸로 기능을 단순화시킨 ‘디버전스’ 제품도 함께 부상하게 된다”며, “스마트폰이 컨버전스 제품의 대명사라면 무선인터넷 기능을 특화시킨 넷폰은 디버전스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컴퓨터 산업에서 한동안 넷북이 고사양 노트북과 동반성장한 것처럼 넷폰도 스마트폰과 나란히 시장 파이를 키울 수 있을 것이란 소리다. 스마트폰이 대세로 굳어지는 휴대전화 시장에서 넷폰이 틈새시장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넷폰 시장이 그러나 무작정 성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넷폰 시장이 성장하려면 무엇보다 무선랜의 접근성이 뛰어나야 한다. 현재까진 아직 무선랜 사용 기반이 미비한 실정이라는 지적이다. 한 연구위원은 “스마트폰 사용자들도 와이파이존이 부족해 대부분 3G로 접속하는 상황”이라며 “무선랜 속도가 빠르고 어디서나 접속이 가능해야 넷폰의 효용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통신사들의 무선망 확장 속도가 넷폰 시장의 성장률을 좌우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점에서 이동통신사들이 경쟁적으로 와이파이존(무선랜 접속지역)을 구축중인 것도 넷폰 공급자들에겐 긍정적인 신호다. KT는 6월 현재 2만 개가량인 와이파이존을 올 9월까지 2만7000개로 늘릴 방침이다. KT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에 대비하기 위해 무선인터넷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라며 “아이패드 같은 태블릿PC, 전자책 단말기 등 무선망을 이용하는 모바일기기 시장의 팽창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인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다. LG텔레콤과 SK텔레콤도 올해 중으로 각각 1만1000개, 1만 개씩 와이파이존을 증설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SK텔레콤은 타 회사들의 이동통신 가입자들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무선망을 개방했다. 정액요금제에 가입하지 않은 사용자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무선랜 사용을 전면 무료화했다. 무선망 사업의 선두인 KT를 추격하기 위해서란 설명이다. 이동통신사들의 무선망 경쟁이 넷폰의 흥행 요건을 마련하는 셈이다.

용|어|설|명

와이파이(Wi-Fi)/ 와이파이존  와이파이란 초고속 무선인터넷을 할 수 있는 근거리통신망이다. 노트북, 넷북,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휴대용 컴퓨터와 차세대 모바일기기로 접속할 수 있다. 한편 와이파이존은 와이파이 접속이 가능한 지역이다. 공항·철도 등 교통시설, 쇼핑몰, 도서관, 병원, 커피숍, 주요 거리 등에 건물·지역 단위로 설치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