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감한 M&A로 성장 동력 확보 …
해외 현지화 통해 시너지 창출
단 한 번의 마이너스도 없이 줄곧 성장해온 기업이 있다. 연평균 성장률 40%의 온라인게임 업체 넥슨이다. 지난해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며 NHN의 한게임을 제치고 게임 업계 1위로 등극했다. 넥슨의 지난해 연결매출은 7037억원, 전년 대비 성장률은 56%다. 추세대로라면 올해 1조원을 무난히 넘길 것이란 전망이다. 게임 업계에선 넥슨이 본격적인 ‘1조원 기업’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넥슨의 고성장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업황이 양호하다. 최근 들어 온라인게임은 가파른 성장세를 타고 있다. 2008년 한 해 동안만 세계 온라인게임 시장은 20% 성장했다. 반대로 전체 게임 시장에서 온라인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5%가량이다. 아직 개척할 여지가 많다는 얘기다. 홍유진 콘텐츠진흥원 책임연구원은 “중국, 동남아시아, 인도 등 신흥시장의 초고속인터넷 보급이 급증하는 추세라 이 지역 온라인게임 수요도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체적인 성장 동력도 풀가동하고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적극적인 인수합병이다. 실력 있는 게임개발사들을 품으로 끌어들여 자체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게임 포트폴리오와 시장 다변화, 개발 역량이라는 넥슨 성장의 3대 성장엔진의 마력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넥슨은 플랫폼을 다양화하는 등 신성장 동력도 확충하고 있다. 특히 모바일기기에 개발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차세대 모바일기기의 급부상으로 모바일 게임 시장도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넥슨은 자회사인 넥슨모바일을 통해 올해 안으로 6개 이상의 스마트폰 게임을 선보일 예정이다. 휴대용 게임기 시장에도 접근해 닌텐도와 공동 개발한 닌텐도DS 전용 ‘메이플스토리DS’를 출시해 10만 장의 판매 성적을 거뒀다.

성장엔진 1
다양한 소비자층 겨냥한 ‘다품종화’
넥슨의 근원적인 경쟁력은 다품종의 게임을 개발하고 서비스할 수 있는 능력이다. 현재 서비스하는 게임만 30여 종에 이른다. 장르도 다양하다. 자동차 경주(‘카트라이더’)나 퀴즈게임(‘퀴즈퀴즈’)처럼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캐주얼 게임’이 있는가 하면 레벨업·아이템 수집 등 장시간의 몰입을 요구하는 RPG(역할수행게임)도 있다. 액션성이 강한 1인칭 총싸움 게임(FPS)도 주력무기다. 게임 소비자들의 다양한 기호를 반영한 전략이 넥슨의 게임 포털 사이트에 사람들을 몰리게 하는 힘이다.
다양한 장르의 게임이 불러오는 시너지 효과도 상당하다. 사이트를 방문하는 소비자들이 호기심 삼아 여러 게임들을 접해 보게 되는 것이다. 넥슨의 게임 중 ‘국민게임’으로 불리는 것들이 탄생한 배경이다. 자동차 경주 게임 ‘카트라이더’의 경우 국내 회원은 1700만 명, 중국 회원은 2억 명이다. 우리 국민 셋 중 한 명이, 중국인 여섯 중 한 명이 이 게임을 해봤다는 것이다.
소비자층이 다양하다는 것도 넥슨 게임의 특징이다. 60개국 1억 명의 회원들에게 서비스되는 ‘메이플스토리’는 아기자기한 캐릭터와 쉬운 조작법이 주무기다. 국내에선 초등학생, 중학생과 20대 여성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게임이다. 이는 타 회사 온라인게임 사용자층이 대개 20대 이상 남성인 것과는 현저히 다른 점이다. 넥슨의 게임 저변 확대 전략의 결실이다.
다품종의 게임을 개발하는 데는 적잖은 공력이 들어간다. 넥슨은 ‘창의성 장려제도’로 개발인력들을 지원하고 있다. ‘실험실’과 ‘연구소’라는 독특한 제도를 운영하는 것. 실험실은 게임이 아니더라도 신규 사업을 제안하고 실험할 수 있도록 하는 사내 인큐베이터다. 연구소는 직원들이 게임 개발 엔진, 가상현실 등 기초 기술을 최소 6개월 이상 연구하고 싶을 때 몰두할 수 있도록 허용한 조치다.
성장엔진 2
해외 소비자 끌어안는 현지화 전략

넥슨이 본격적인 성장 모멘텀을 확보한 것은 2000년대 초반, 해외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면서다. 2002년 일본법인, 2005년 미국법인, 2007년 넥슨 유럽법인을 설립하면서 아시아, 북미, 유럽 등 주요 시장에 거점을 마련했다. 현재 넥슨의 서비스 지역은 71개국. 회원 수는 3억5000만 명이다. 지난해엔 전체 매출의 67%를 해외에서 올렸다. 금액으론 4714억원, 국내 온라인게임 전체 수출액의 27%를 차지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넥슨의 1위 등극은 해외시장에서의 약진의 덕이 컸다. 특히 중국에서의 성공이 큰 기여를 했다. 주력게임인 ‘던전앤파이터’의 경우 지난해 동시 접속자 수 220만 명을 기록하며 중국 내 온라인게임 1위로 올라섰다. 같은 해 ‘카스 온라인’도 동시 접속자 수 50만 명으로 중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미국 시장에서의 성과도 컸다. 지난해 북미 게임 시장은 경기 악화로 고전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넥슨의 미국법인은 오히려 지난해 3분기의 경우 전년보다 매출이 36% 늘었다. 회원 수가 크게 는 덕분이다. 지난해 600만 회원을 넘어선 ‘메이플스토리’의 경우 국내 시장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게 됐다.
넥슨이 성공적으로 해외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국가별로 적절한 현지화 전략을 구사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주력시장인 미국과 일본에서의 현지화다.
넥슨은 미국에서 독자적인 결제수단을 만들었다. 바로 ‘넥슨게임카드’다. 게임 시 결제가 필요하면 카드 뒷면의 번호를 입력해 게임머니가 채워지도록 한 것. 미국이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해 신용카드 외엔 별다른 결제수단을 도입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신용카드가 없는 14~17세 청소년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장치였다. 미국의 대형할인점에서 애플의 ‘아이튠스카드’ 다음으로 많이 팔리는 것이 넥슨게임카드다.
일본에선 게임 시장이 주로 RPG(역할수행게임) 위주로 발달해 있으므로 주로 RPG게임을 서비스했다. 일본 사용자들은 해외 업체들에 배타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이에 넥슨은 올해 3월 ‘지바 롯데 마린스’와 공식후원 계약을 체결했다.
성장엔진 3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외형 확장
넥슨의 가장 큰 관심사는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이다. 지난 4월과 5월에만 엔도어즈와 게임하이를 인수했다. 매출 400억원 규모의 중견업체들로 ‘아틀란티카’, ‘서든어택’ 등 인기게임을 보유한 기업이다. 서민 넥슨 대표이사는 “개발력을 갖춘 인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 회사라면 의욕적으로 인수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혀 적극적인 확장 의지를 드러냈다.
넥슨의 네오플 인수가 이뤄진 것은 2008년 7월. 인수한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것은 지난해부터다.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 매출이 고스란히 넥슨의 실적으로 반영됐다. ‘던전앤파이터’는 회원 수가 1억 명에 달하는 초대형 인기작으로 국내뿐 아니라 일본, 중국, 대만, 미국에서도 서비스되고 있다.
넥슨은 지금까지 총 8곳의 게임 회사를 인수했다. 넥슨의 폭발적 성장세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 넥슨의 M&A 전략이다. 넥슨이 M&A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활약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막강한 자금력 덕분이다. 인수전에 나설 실탄이 두둑한 것. 넥슨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40%를 웃돈다. 일반 제조업체의 영업이익률이 5~8%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현저히 높은 수치다.
M&A 효과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피인수사의 게임을 수익원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메이플스토리와 던전앤파이터의 경우 넥슨의 전체 매출에서 1, 2위를 차지한다. 두 게임의 회원 수만 2억 명으로 전체 넥슨 회원 수의 절반을 훌쩍 뛰어넘는다. 단기간에 여러 종류의 게임을 갖출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게임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성할수록 게임 포털을 방문하는 소비자들이 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히 인기 게임과 개발사를 사들인 것으로만 성과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 넥슨의 경우 이미 해외에 갖춰둔 광대한 유통망이 피인수사의 게임과 시너지를 일으켰다. 운영 노하우도 성공의 중요한 요소다. 일례로 넥슨의 첫 작품인 ‘바람의 나라’는 15년째 인기리에 서비스 중이다.
Tip | 넥슨, 업계 과금구조 혁신 선도
부분 유료화 도입 … 업계 수익모델로 정착
▷▶▷ 게임에 대한 과금방식은 크게 둘로 나뉜다. 정액제와 부분 유료화다. 정액제는 보통 1개월 단위로 일정 금액을 내고 무제한 게임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게임 업체 입장에선 수익이 안정적인 것이 장점이지만 게임 이용자가 줄어드는 것이 단점이다. 특히 직장인이나 학생처럼 시간에 쫓기는 경우 단 몇 시간의 플레이를 위해 한 달 치 결제를 해야 했다.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엔 불합리한 모델이다.
▷▶▷ 부분 유료화는 게임은 무료지만 게임 내의 아이템을 유료로 구입하는 경우다. 넥슨이 국내 게임 업계에서 최초로 시행한 것이 바로 부분 유료화다. 정액제에 비해 소비자 한 명으로부터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은 줄어들지만 소비자들을 불러 모으는 데는 훨씬 유리하다. 특히 구매력이 없는 저연령층을 끌어들이는 데 적합하다. 메이플스토리와 마비노기가 초겵森紵剋?등 저연층으로부터 큰 인기를 끄는 것도 부분 유료화 덕분이라는 지적이다.
▷▶▷ 현재 부분 유료화는 게임 시장의 일반적인 과금형태로 자리 잡았다. 엔씨소프트와 블리자드 등 몇몇 게임 업체를 제외하곤 처음부터 부분 유료화를 채택하는 회사들이 대부분이다. 넥슨이 도입한 부분 유료화 모델이 과금형태 중 하나를 넘어 업계의 보편적인 수익모델이 된 셈이다.

Mini Interview 서민 넥슨 대표이사
“부지런히 신작 프로젝트 추진, 외형 키우겠다”
서민(39) 넥슨 대표이사가 회사와 첫 인연을 맺은 것은 1996년 세계 최초의 그래픽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를 개발하면서다. 넥슨의 올챙이 시절이었다.
Q: 그로부터 14년 만에 게임 업계 1위로 올라섰다.
A: 넥슨을 포함해 국내 게임 업체들의 해외 수익이 대폭 증가했다. 산업적 측면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넥슨이 매출 1위라니까 자랑스럽긴 한데 그렇다고 외부에 자랑할 만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Q: 한 번도 역성장하지 않으면서 업계 1위로 올라선 원동력은 무엇인가.
A: 넥슨이 남다른 시도를 잘한다. 예전에 세계 최초의 그래픽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를 개발했을 때도 그랬고, 처음 부분 유료화를 시도했던 퀴즈퀴즈 때도 그랬고…. 창의적인, 그런 시도들이 쌓여서 넥슨이 된 것이다.
Q: 지난 4, 5월 두 건의 M&A가 있었다. 엔도어즈, 게임하이 등은 중견업체들로 장르별 톱 수준의 게임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어떤 이들은 넥슨이 개발력은 뒷전이 아니냐고 비꼬기도 한다.
A: 게임 회사가 커나가는 방식엔 두 가지가 있다. 개발력으로 밀어붙여 대작 게임들을 쏟아 내거나, 적극적으로 회사의 외형을 불리거나. 나는 두 가지가 다 필요하다고 본다. 넥슨은 실제로 그렇게 했기 때문에 커 온 것이고. 앞으로도 부지런히 신작 프로젝트들을 추진해 나가면서 회사의 외형도 키워나갈 것이다.
Q: 게임의 플랫폼들이 휴대용 게임기에서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으로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A: 자회사인 넥슨모바일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넥슨 게임들을 아이폰, 안드로이드폰 등에 적용되도록 만들 것이다. 계열사들을 통해 PC 외의 차세대 플랫폼들을 공략할 수 있도록 지침을 내려둔 상태다.
Q: 게임 업계의 발목을 잡곤 하는 것이 게임중독 등 부작용이다. 달갑지 않은 지적일지라도 피해선 안 되는 문제일 것 같다.
A: 게임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을 때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이지 게임 그 자체로 나쁠 까닭은 없다. 하지만 한국게임산업협회를 중심으로 과몰입 예방과 치료를 위한 자율규제 방안들을 찾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