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카~홀리카~Holic”…
주문 외우면 예뻐진다?
지난 2010년 3월의 어느 날, 필자는 서울 명동 중앙로 2가 뷰티숍과 패션 쇼핑몰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좁은 골목길 안으로 발을 들여놓고 있었다. 2009년 겨울부터 2개월 남짓 네임 개발 작업을 했던 뷰티로드숍(화장품 거리매장) 브랜드가 어떤 모습으로 태어났을까 하는 설레는 궁금증이 발걸음을 재촉했다.
명동 중앙로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그들 뒤로 보라와 분홍색으로 뾰족하게 솟아있는 유럽의 교회 시계탑을 연상케 하는 입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3시 정각 교회 탑 모양의 입간판에 장식된 시계가 종을 세 번 친다. ‘댕! 댕! 댕!’ 묘하게 울려 퍼지는 종소리와 함께 엔프라니의 뷰티로드숍 ‘홀리카홀리카’가 스타트 리본을 끊었다. 시작부터 다른 뷰티숍들과는 단연코 시청각적인 차원이 달랐다.

‘홀리카홀리카’는 모던하고 이지적인 다국적 브랜드들이 넘쳐나는 21세기 명동 한복판에서 ‘한 번도 본 적 없고, 경험할 수 없었던’ 마법을 걸 듯한 분위기로 소비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몽환적인 컬러와 동화에 나오는 마법사의 집처럼 신비로운 분위기의 이 매장이 명동 중앙로의 새롭고 독특한 또 하나의 상징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홀리카홀리카’는 왜 여성들이 화장을 하는지에 대한 답을 주는 브랜드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0대 청소년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가 외모라고 한다. 그런 이유로 10대들을 위한 화장품 브랜드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으며 10대들을 위한 아기자기한 캐릭터에서부터 그녀들의 고민인 피부 트러블을 위한 기능성 라인까지 다양한 제품들이 10대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예뻐지고 싶으면 홀리카홀리카 주문을 외워봐’라는 타이틀을 내 건 ‘홀리카홀리카’는 10대에서 20대 초반의 숙녀가 되고 싶어 하는 소녀들을 위한 마법 코스메틱 브랜드다.
‘마법’이라는 단어는 팍팍한 현실에서 잠시라도 벗어날 수 있게 하는 현실도피적인 면과 희망적인 측면이라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신데렐라의 호박마차, 백설공주의 요술거울은 여자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꿈꿔왔던 판타지일 것이다. 그래서 네임을 개발하면서 소설, 영화, 만화 등 모든 이야기들 속에 나왔던 주문들을 찾아 나섰다.
한때 인기였던 노래 제목 <아브라카타브라>는 주문을 외울 때 하는 말로 ‘말하는 대로 이루어지리라’라는 뜻이다. 당시 하나의 아이콘이 되었던 ‘아브라카타브라’는 네임 개발의 첫 번째 단서였다. 긍정과 부정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면서 묘한 매력을 전달할 수 있는 주문과도 같은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과제였기 때문이다.
백설공주에서 왕비가 거울을 보면서 외우는 주문 ‘mirror mirror on the wall(벽에 걸린 거울아 거울아)’, 만화 바람돌이에 나오는 주문 ‘카피카피룸룸’을 패러디한 ‘매지카 룸룸’, 우리나라에서 쓰는 주문 ‘수리수리마수리’를 좀 더 세련되게 변형한 ‘마즈마슈리’, 여성들의 수다를 의미하는 단어 ‘블라블라(blah blah)’를 주문처럼 만든 ‘메지카블라’, 중세 고딕 성에 사는 여성의 이미지를 차용한 ‘미르미카 위시’, ‘루시테루시트리’ 등 우리는 마법이라는 콘셉트를 표현하는 수많은 안들을 개발했다.
그러나 화장품다워야 할 것, 유혹적이어야 할 것, 발음과 기억이 용이할 것이라는 삼박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주문은 쉽게 나타나지가 않았다.
그러다 ‘무엇인가에 매료되는, 빠져드는’이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인 ‘홀릭(Holic)’, 이 단어가 아브라카타브라에 이어 두 번째로 영감을 던져주었다. 홀릭, 홀릭, 홀릭…. 수없이 되뇌다가 우리말 ‘홀리다’까지 생각이 흘러갔다. 재미있는 발견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아름다운 주문 ‘홀리카홀리카’가 탄생했다.

‘홀리카홀리카’의 매력은 이름에서 풍기는 뉘앙스가 매우 시청각적이라는 데 있다. 이름을 들었을 때 귀를 자극하는 발음과 함께, 머릿속에서는 마치 한 여자아이가 거울을 보면서 주문을 외우는 듯한 이미지를 상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런 유의 브랜드들을 ‘공감각적인 브랜드’라고 하는데 쉽게 말하면 사람의 오감(五感)을 활용한 오감 자극 브랜드라는 것이다.
귀로 듣고 상상하는 오감 자극 브랜드
오감 활용은 성공적인 브랜드 네임 개발의 좋은 방법 중에 하나다. 오감을 활용하는 쉬운 방법은 의성어와 의태어 활용이다. 의태어나 의성어는 의미를 시각, 청각으로 즉각적으로 전달해 브랜드의 인지나 기억 용이성에서 훨씬 더 우월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의성어, 의태어 브랜드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꿈틀이’, ‘꽈배기’는 모양새나 움직임을 브랜드로 표현한 스테디셀러다. 브랜드의 외관을 잘 표현하여 제품과 브랜드 이름을 쉽게 연상하게 하므로 브랜드 기억에 매우 용이하다.
‘펩시’는 콜라병을 딸 때 나는 소리를 가지고 만든 브랜드이고, ‘농심 후루룩 국수’는 국수를 먹을 때 나는 소리를 브랜드에 그대로 활용했다. 소리를 통해서 식감을 자극하는 훌륭한 아이디어인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인터넷 포털 사이트 브랜드 ‘야후(yahoo)’는 어떠한가? ‘야후!’라는 이름은 ‘Yet Another Hierarchical Officious Oracle’이라는 긴 이름의 약자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매력은 ‘신이 나서 외치는 소리’인 ‘야후(yahoo)’ 그 자체일 것이다.
정보는 소리의 형태로 기억된다. 소리가 기억되지 못하면 정보도 기억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브랜드 네임은 기본적으로 의사소통의 수단일 뿐만 아니라 기억의 단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소리나 모습을 활용한 브랜드들은 매우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아름다워지는 주문 ‘홀리카홀리카’는 오감을 활용하여 국적을 뛰어넘어 명동 쇼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일본인 관광객들로부터 반응이 뜨겁다고 한다.
‘홀리카홀리카’는 태어난 지 이제 겨우 3개월이 되었지만 그 행보는 위의 말처럼 꽤나 힘차다. 네임에 마법의 주문을 걸었듯이 이제 소비자들에게 아름다운 마법의 주문이 通(통)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