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파산? 금융 위기?

  별것 아냐!”

여전히 금융시장은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불확실성 투성이다. 금융 위기를 벗어났나 싶더니 어느새 유럽 재정 위기가 불거지면서 시장은 또 다시 어두운 터널 속으로 빠져들었다. 게다가 중국 위안화 절상과 금리 인상, 우리나라 금리 인상 등 시장은 온통 변수로 가득 차 있다. 유럽의 전설적인 투자자인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이런 시장의 상황은 그 본래의 특성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18세에 파리 증권계에 입문해 1999년 죽기 전까지 거의 80년 동안 투자자로 살았던 진정한 ‘투자의 거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시장이 투명하다면 그것은 더 이상 시장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시장이 투명하지 않은 것은 투자자들 스스로가 쓸데없는 수다로 혼탁하게 만들고 그 혼탁한 물에서 낚시질을 하기 때문이라는 것. 매스컴은 그러한 ‘증권시장의 가르침’을 널리 퍼뜨린다. 언론의 보도와 해설에는 온통 혼란만이 가득하다. 그리하여 대개는 주가지수가 먼저 변하고, 급히 만들어낸 이유들이 그 뒤를 따르게 된다.

과거의 경험을 뒤돌아보면 주가는 거의 항상 정도 이상으로 하락하거나 상승했다. 이런 원인은 코스톨라니의 지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듯하다. 결국 어떤 위기라도 한 발짝 물러서서 보고 시간이 지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시장의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균형감 있는 자세가 필요한 시기다. 코스톨라니는 “국가 파산? 금융 위기? 그에 대한 답변은 단 한 가지밖에 없다. ‘아무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소란을 떠는 것’이다”라고 일갈했다.

코스톨라니는 유머가 넘치고 인생의 멋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었다. ‘투자자’보다 ‘예술가’로 불러주기를 바랐던 그는 많은 경험과 사색에서 나오는 주옥같은 지혜를 투자자들에게 남겼다. 그는 “국제적인 우량주에 해당되는 주식을 몇 종목 산 다음, 약국에 가서 수면제를 사먹고 몇 년 동안 푹 자라”고 조언했다. 만일 투자자가 이 조언을 명심한다면 그의 예언대로 편안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적지 않은 투자자들이 “주가가 계속 오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던진다. 이런 생각 때문에 주식투자란 오를 때 들어가서 떨어질 때 빠져나와야 하는 투기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주식시장은 장기적으로 경제와 결코 분리할 수 없다. 따라서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서는 세계경제를 정확하게 관찰하고 분석해야 할 것이다. 다만 여기서 주의할 것은 과거가 아닌 미래를 봐야 한다는 사실이다.

경제가 별다른 장애 없이 성장한다면 주식시장 역시 장기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그 결과 주가는 떨어질 때보다 올라갈 때가 많고 투자자는 이익을 볼 기회가 더욱 많아진다. 코스톨라니는 “경제 성장의 추진력은 더 높은 생활수준에 도달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경제는 앞으로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만일 부자들이 나태해지고 교만해지기 시작하면 또 다른 부류의 사람들이 계층 상승을 위해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할 것이다. 이렇게 세상은 항상 앞으로 나아가게 마련이다. 장기적으로 투자에 대해 낙관적인 자세를 가져야 하는 이유다.

주가는 장기적으로 오르겠지만 중기적으로는 항상 등락을 거듭한다. 이렇게 주가가 움직이는 원인은 무엇일까? 코스톨라니는 그 답으로 ‘돈과 심리’를 꼽았다.

먼저 돈은 산소 혹은 차를 움직이는 기름 같은 것이다. 돈이 없으면 아무리 전망이 좋고 평화가 지속돼 경기가 좋아도 주식 거래가 성립되지 않을 것이다. 돈이 없으면 주식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은 돈만 가지고 움직이지 않는다.

두 번째 요소인 심리를 보자. 투자심리가 부정적이어서 누구도 주식을 사고자 하지 않으면 주가는 오르지 않는다. 결국 이 두 요소, 즉 돈과 심리가 긍정적이면 주가는 올라가고 부정적이면 시세는 하락한다. 한 요소가 긍정적이고 다른 요소가 부정적이면 흐름은 중화돼 커다란 동요가 없고 재미없는 주식시장이 계속된다. 따라서 중기적으로는 이 돈과 심리의 흐름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끊임없는 파동 속에서 성공적인 투자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코스톨라니는 “소신파에 속해야 하고, 남들과는 반대로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장이 악재에도 더 이상 하락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시장이 과잉매도 상태에 있다는 징후라고 볼 수 있고 이는 곧 바닥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반대로 시장이 호재에도 별다른 반등을 보이지 않는다면 이것은 과잉매수 상태를 알리는 것이며 이미 최고점 근처에 와 있다는 의미다.

2008년이나 요즘처럼 대중매체나 전문가들이 불황을 이야기할 때 여론에 반해 투자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마지막 결단의 순간에 “머리로는 지금 투자해야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를 수도 있어”라며 주저앉게 된다. 코스톨라니는 “투자자가 대중의 히스테리에 파묻히지 않으려면 훈련을 해야 하며 냉정하다 못해 냉소적이기까지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성공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이러니 투자에서 성공하는 사람은 소수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실 여론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을 갖기란 결코 쉽지 않다. 특히 요즘처럼 인터넷이나 TV를 통해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서는 말이다. 코스톨라니는 이에 대해 TV를 팔고 인터넷 연결을 끊으라고 말한다.

투자자는 냉정해야

이 투자의 대가는 어떻게 종목을 골랐을까? 그는 종목 발굴에 그다지 연연해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생선보단 생선 잡는 기술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강세장에서는 최악의 종목을 선택했다고 하더라도 조금은 벌어들일 수 있으나 약세장에서는 최고의 종목이라도 수익을 얻기가 어렵다. 따라서 일반적 추세를 보고 그 다음에 주식을 선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주식시장이 상승 추세라고 판단한다면 투자자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주식을 찾아야 한다. 이럴 때 우선 어떤 산업 분야가 앞으로 가장 전망이 좋은지 알아야 한다. 새로운 분야는 지그재그 식으로 발달한다. 앞으로 나갔다가 다시 뒤로 물러나고 그러면서 성장과 후퇴를 반복한다. 이런 흐름을 보며 투자자는 성장산업을 대중보다 먼저 알아내야 한다. 그래야만 적정가격에 탑승할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이렇게 미래 성장 계열군을 미리 알아내고 그 중에서도 우량 기업을 잡는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코스톨라니는 따라서 턴어라운드 주식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턴어라운드 기업은 총체적 위기에서 극적으로 회생한 기업을 말한다. 코스톨라니는 1970년대에 자동차 회사인 크라이슬러 주식을 3달러에 사들인 바 있다. 그는 크라이슬러에 투자하면서 당시 걸출한 CEO였던 크라이슬러의 리 아이아코카를 생각했고 그의 판단은 큰 수익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