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 정보 전산망 정교…

“큰코다칠 수 있다”

고객들과 상담하다 보면 토지나 주택을 다른 사람 명의로 구입해 놓아 곤란을 겪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묶여 있는 알짜배기 땅에 투자하기 위해 현지인 명의로 땅을 사거나 다주택 소유에 따른 양도소득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친척이나 형제 명의로 아파트를 구입한 경우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재산을 취득했다가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우선 부동산은 부동산실명법에 의해 명의신탁이 인정되지 않는다. 아울러 부동산을 타인의 명의로 취득한 사실이 세무 당국에 적발되면 부동산 가액의 30%에 달하는 과징금을 내야 한다. 1995년 7월1일부터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 관한 법률이 시행됨에 따라 시장·군수 등은 명의신탁 등 법률위반 시 당해 부동산가액의 100분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의 범위 안에서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명의신탁임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에는 실권리자가 명의자에게 부동산 취득자금을 증여한 것으로 인정해 고액의 증여세를 추징당할 수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부동산을 매도하여 명의자가 실권리자에게 돌려주는 경우, 자칫하다가는 현금을 증여한 것으로 인정해 재차 증여세를 납부하는 경우도 있다. 차명 부동산을 매각하여 현금으로 다시 환수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이를 염두에 두고 다음 사례를 살펴보자.

사례1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하고 있는 김씨는 양도세 비과세 혜택 유지를 위해 아파트 한 채를 추가로 취득하면서 친척 명의로 등기할 것을 고려중이다. 이 경우 나중에 소유권을 되찾거나, 혹시 명의신탁 사실이 드러날 때 불이익이 있을까 걱정이다.

부동산실명법 시행일 이후에 이뤄진 명의신탁 부동산의 경우 대법원 판례에 의해 보호되는 재산권은 ‘매매대금’뿐이다. 예컨대 김씨가 10억원짜리 주택을 취득해 친척 이름으로 등기해 둔 주택이 20억원으로 올랐다면 소송을 통해 되찾을 수 있는 금액은 당초 매입자금 10억원에 한정된다. 부동산실명법에 의해 6억원(20억원×30%)의 과징금이 부과되므로 실제 찾아오는 금액은 4억원에 불과해 손해가 크다. 따라서 부동산 취득 과정에서 명의신탁을 하지 않는 게 좋다.

부동산실명법에 따르면 △종중이 종중 외의 자의 명의로 등기한 경우 △배우자 명의로 등기한 경우에는 특례가 적용돼 명의신탁으로 처벌받지 않을 수 있다. 단, 조세포탈이나 강제집행의 면탈, 법령상 제한의 회피를 목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조건이 붙는다.

사례2

이씨는 ○○세무서장의 증여세 과세예고통지를 받고, 명의신탁 반환으로 증여세 대상이 아니라며 적부심을 청구한 데 대하여, 국세청장은 명의신탁 반환이 인정되므로 증여세 과세예고통지를 취소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동시에 이는 부동산실명법 위반으로 과징금징수 통보대상이라는 결정도 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이씨는 2006년 8월경 언니로부터 재건축 중인 아파트의 입주권을 증여받은 것으로 하여 증여세 4000만원을 신고·납부하였다. 관할세무서장은 증여 당시의 매매사례가액 9억원을 증여가액으로 신고하여야 함에도 분양가인 5억2000만원으로 신고하여, 3억8000만원을 과소신고한 이씨에게 증여세 1억2000만원을 과세예고통지하였다.

이에 대해 이씨는 당초 신고와 달리 1998년 아파트 취득 당시 언니에게 명의신탁하였던 것을 반환받은 것일 뿐, 증여받은 것이 아니라며 과세예고통지를 취소해 달라는 과세전적부심사청구를 하였다. 국세청장은 명의신탁의 반환이라는 이씨의 청구 주장이 사실로 인정되므로 이를 증여받은 것으로 보아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결정함과 동시에,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에 따른 과징금 징수 대상으로 관할 시청에 통보하라는 결정을 하였던 것이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주식을 비롯해 등기 및 명의개서가 필요한 재산을 타인 명의로 해 놓은 경우에는 증여세가 부과된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이 같은 행위를 부동산과 같이 명의신탁이 아닌 증여로 해석하여 과세하고 있다.

사례3

분당에 사는 임씨는 세무서로부터 주식 취득 금액에 대한 자금 출처를 소명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2008년 임씨의 아버지가 임씨 명의로 주식 3억원어치를 매입한 것에 대한 세무조사였다. 주식의 현재 평가액은 5억원 정도. 당시 대학원생이던 임씨로서는 주식을 살 돈이 없었기 때문에 아버지가 임씨의 명의를 빌려 주식에 투자한 것으로 소명할 수밖에 없었다.

임씨에게는 증여세가 부과될까? 증여 금액은 취득 당시 3억원일까, 아니면 현재 평가액인 5억원으로 봐야 할까?

당초 임씨 명의로 취득한 주식이 실제로는 아버지의 소유라고 주장한다면 차명주식에 해당돼 2008년 당시의 가액으로 증여세가 과세될 것이다. 현재 주가가 많이 올라 손해는 아니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명의신탁한 주식에 증여세가 부과되더라도 벌금의 성격일 뿐 여전히 실제 주식의 소유자는 아버지라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이후 실제 주식 소유자인 아버지가 돌려받지 않고 명의자인 임씨가 주식을 팔아 다른 재산을 취득하는 등 임씨에게 실제로 증여했다면 그 시점에 다시 증여세가 과세될 수 있다. 따라서 명의자인 아들 임씨에게 실제로 증여할 목적이라면 주식 취득 당시 아들에게 실제로 증여한 것으로 소명해야 증여세를 한 번만 부담하게 된다.

현실적으로 국세청이 소액주주들의 거래를 일일이 조사해 증여세를 추징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최근 국세청에서는 급격한 재산 증가가 있었다면 자금 출처 조사를 할 계획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결국 자녀 이름으로 주식을 투자할 때는 미리미리 증여세 신고를 해두는 것이 안전하게 절세하는 방법이다.

이에 비해 예금·펀드·보험 등 금융자산은 명의신탁 시 증여세 과세를 피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실명제에도 불구하고 예금 등은 차명계좌가 인정되는데, 세법상 차명계좌에 예금을 하는 것은 증여로 해석되지 않는다. 단,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부과할 때는 차명계좌가 실권리자의 재산으로 인정된다.

그러나 차명계좌도 예금의 출처, 예금의 수익자, 예금통장의 관리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실질적으로 계좌를 관리한 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증여세가 부과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때 차명예금이라는 사실을 입증할 책임은 세무 당국이 아닌 납세 의무자에게 있다.

정보기술이 발전하면서 국세청의 과세정보 전산망도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편법으로 세금을 회피할 수 있는 여지가 점점 줄어드는 것이다. 옛날 생각만 하면서 재산을 타인의 명의로 취득했다가는 오히려 더 많은 세금을 낼 수도 있다는 점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