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역할 잘하는 비법? 

  동물의 왕국에 힌트 있지요”

A 사장, 경쟁은 치열해지고, 사업 환경은 날로 힘들기만 하다. 그런데 조직 곳곳에 구멍이 보인다. 신제품 개발이 지연되고 마케팅 아이디어는 엉터리 같다. 위기라고, 임직원들에게 정신무장하라고 거듭 강조하지만 정작 직원들은 앞에서만 ‘예예’하는 것 같다. 속이 터진다. 게다가 스무고개 수수께끼 푸는 것도 아닌데 한 고비 간신히 넘기면 또 다른 고비가 줄줄이 사탕이다. 경쟁사 상대하기도 버거운데 엉뚱한 곳에서 고객을 잠식하니 미칠 노릇이다. 컴퓨터 만들던 애플이 아이폰 들고 나왔을 때 전 세계 휴대전화 회사 사장들이 이런 심정이었겠지. 과연 10년 후에도 우리 회사가 잘 굴러갈까? 이 생각만 하면 자다가도 식은땀이 난다.

그런 A 사장에게 누군가 묻는다. “사내에 당신의 말이 제대로 먹히고 있습니까? 영원한 위기의 시대를 이겨낼 전략은 마련했나요? 당신 회사의 진짜 경쟁상대를 제대로 파악했습니까? 10년 후 먹고 살 것을 준비하셨나요?” 

이 질문에 추호의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사장들은 대한민국에 과연 얼마나 될까?

서광원 생존경영연구소장은 최근 내놓은 <사장의 자격>을 통해 대한민국 사장들에게 이를 직설적으로 물었다. 그리고 고맙게도 모범답안을 찾아갈 수 있는 지도를 그려줬다. 재미있는 것은 지도를 그려가는 과정이다. ‘사자도 열 번의 사냥 중 여덟 번은 실패한다’며 ‘기업 경영도 원래 그런 것이니 몇 번 실패했다고 너무 좌절하지 말라’는 식이다. 사자, 늑대, 영양 등 동물 세계의 생태를 경영 현장과 엮어내는 솜씨가 절묘하다.

앞서 <사장으로 산다는 것>(2005)으로 20만 사장들의 공감을 얻은 그는 CEO의 입장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경영전문 필자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몇 년 전부터 ‘생태계와 경영의 접목’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개척하고 있다. 그가 처음으로 이를 구체화한 결과물은 아프리카 세렝게티를 다녀와 쓴 <사자도 굶어 죽는다>(2008)이고, 신작 <사장의 자격>은 그 연장선상으로 생태계에서 실전경영의 노하우를 뽑아낸 엑기스라 할 수 있다.

동물의 세계에 경영의 본질이 숨겨진 것은 대체 어떤 연유일까?

“TV에 나오는 <동물의 왕국>을 보면 사자가 사냥을 참 잘하죠. 하지만 그건 이기는 장면만 편집해서 그렇습니다. 실제로는 열 번 중 두 번만 성공해요. 사자는 한 끼 식사를 위해 뛰지만 가젤이나 얼룩말은 잡히면 죽음뿐이니 목숨을 걸고 달리죠. 인간도 결국 동물의 일종이니 행동이 동물과 별반 다를 게 없는데, 그건 사람들이 모여 있는 인간 사회와 경영현장에서도 마찬가지인 겁니다.”   

서 소장은 “경영과 리더십에 관해 공부를 하다 보면 모든 사회의 토대인 인간의 본성이란 무엇이냐는 질문에 닿게 되는데, 그럼 인간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과 같은 본성을 지니게 된 건지 그 진화과정이 궁금해졌고, 인간도 결국 동물의 일종이라 보다 순수한 동물의 세계로 관심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그는 “‘자연스럽다’는 말이 사실은 매우 무서운 얘기”라고 했다. 사자의 사냥 성공률 20%를 경영에 대입해보면 한 사람의 CEO가 열 번의 사업에서 여덟 번 실패한다는 것이니, 그만큼 실패가 흔하다는 것이다. 

“CEO들은 이렇게 수없이 많은 실패를 잘 해석해야 합니다. 어떤 사업에 실패했을 때 ‘이제 끝이로구나’하며 좌절할 수도 있고, ‘다시 해보지 뭐’하며 툭툭 털고 일어날 수도 있죠. 하지만 원래 사냥 성공률이 20%라는 것을 생각하면 실패는 그저 시행착오에 불과한 겁니다. 그걸 알면 서너 번 사업에 실패했다고 CEO들이 자살까지 생각할 이유가 없겠죠.”

서 소장은 “인간이 진화를 통해 생존율을 높여온 것처럼 CEO들의 리더십도 성공비율을 높이며 진화해왔다”며 “<동물의 왕국>을 볼 때 약육강식의 현장만 볼 게 아니라 그 안의 생존 비결을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사장의 자격>을 쓴 이유가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사장들의 한숨 섞인 고민 토로가 늘어 이를 원천봉쇄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사장이라는 위치에 있는 한 사람이 겪는 마음고생이 만만찮다는 것이다.

“경영이 힘든 것은 정답이 없기 때문입니다. 매번 상황에 따라 해법이 다르거든요. 경제 위기 상황이라서 더 힘든 것이 아닙니다. 경영이 원래 힘든 것입니다.”

사장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무엇일까? 서 소장은 “결정의 외로움”이라고 잘라 말했다.

“잘된다는 보장도 없는데, 몇 천억원 규모의 엄청난 투자가 본인의 사인 하나에 좌우된다고 생각해 보세요. 마음이 편할 수 있겠습니까. 가업을 잇는 2세, 3세 경영인들이 힘들어 하는 부분도 그런 거죠. 자칫 잘못하면 지난 수십 년의 역사를 지닌 회사가 쓰러질 수 있다 생각하면 얼마나 무섭겠어요.”

위에서 시키는 지시에 따라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때 되면 월급 받는 즐거움에 직장을 다니는 직원의 입장에서는 절대 알 수 없는, 무시무시한 중압감이 있는 자리가 바로 ‘사장’ 혹은 리더의 위치인 것이다.

서 소장은 “문제는 사장들이 스트레스 해소를 잘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우려했다. 앞만 보고 달리다가 과로로 쓰러지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자기관리’를 잘 못하는 사장들이 너무 많습니다. 대개 사람들이 바쁘게 살면서 경력이나 인맥 챙기는 걸 자기관리라고 생각하지만 진짜 자기관리는 그런 게 아니에요.”

‘사장의 자격’이란?

서 소장이 생각하는 ‘사장의 자격’은 무엇일까?

“리더라면 먼저 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하고, 둘째로는 남을 이끌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능력은 누구나 후천적으로 노력하면 얻을 수 있어요. 리더들이 처음부터 리더로 타고나는 건 아니거든요.”

사장 노릇을 잘하는 노하우가 있을까? “사업의 핵심 키워드를 파악하고, 사장 자신의 그릇의 크기를 알고 있으면 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사장이 뭐든 다 꿰고 있다면 제일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대신 사업이 어떤 역학에 따라 움직이는지 그 ‘핵심 키워드’를 잘 잡아내야 합니다. 또한 사장이 자신의 그릇이 얼마나 큰지 모르면 매출이 커지는 만큼 조직이 따라가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요.”

만일 자신의 그릇이 작다는 걸 깨달았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한 우물로 성공한 중소기업 보셨죠? 확장하는 대신 본업을 더 깊이 파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