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인기따라 수요폭발
차세대 TV 주력 기술로 진화
#1<마이너리티리포트>, <아바타>처럼 그간 SF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투명 디스플레이가 등장했다. 5월24일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가 아몰레드(AMOLED: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를 이용한 투명 디스플레이를 공개한 것. 19인치 크기의 투명한 영상 뒤로 배경이 훤히 비친다. 상용화되기만 하면 자동차 앞 유리나 패션몰 쇼윈도를 TV처럼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26월23일 갤럭시S가 출시됐다. 삼성전자가 애플에 던지는 회심의 카드로 그간 스마트폰에서 보인 부진을 한꺼번에 만회할 기세다. 갤럭시S의 주무기는 4인치 ‘슈퍼 아몰레드’, 초고화질의 일반 아몰레드 디스플레이보다 다섯 배 이상 선명한 화질을 구현한다. 현존하는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가운데 가장 깨끗한 영상을 보여준다.
아몰레드의 진군이 시작됐다. 한동안 세계적으로 물량이 달려 삼성전자의 아몰레드폰 등 일부 제품에만 탑재됐다. 그러나 스마트폰 대전 덕에 아몰레드가 참전 기회를 넓히고 있다. 삼성의 갤럭시 시리즈뿐만이 아니다. 팬택의 시리우스와 베가, HTC의 디자이어 등 아몰레드를 탑재한 스마트폰들이 줄줄이 출시되고 있다.
아몰레드의 급증세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올해부터 아몰레드가 탑재된 휴대전화의 보급이 본격화된다. 올해는 지난해 2049만 대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로 4280만 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연평균 31.6% 성장해 2015년까지 1억6868만 대가 보급될 것이란 관측이다.
접거나 구부리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가능
아몰레드란 전기 자극을 받으면 스스로 빛을 내는 디스플레이 소재다. 별도의 조명장치가 필요 없어 LCD보다 훨씬 얇은 디스플레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 화질도 뛰어나다. 아몰레드의 반응속도는 LCD의 1000배. 잔상이 거의 남지 않아 영상 속 움직임이 실물에 가깝다. 시야각도 180도에 가까워 어느 방향에서 시청하든 화면의 왜곡이 없다. 전력 소요도 현저히 적어 친환경적이다.
아몰레드의 진정한 가치는 꿈의 디스플레이라 불리는 ‘플렉서블(flexible)’ 디스플레이를 실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판에 아몰레드를 곧바로 붙여 가공하는 방식이라 유리판 사이에 액정을 넣는 LCD보다 훨씬 유연하다. 접어서 가방 안에 넣거나 둘둘 말거나 도배지처럼 벽에 바르는 형태의 차세대 디스플레이들이 탄생할 수 있다. 삼성전자 등 가전 업체들이 아몰레드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현재 아몰레드 시장을 주도하는 곳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다. 전 세계 아몰레드 생산량의 98%가 이 회사에서 나온다. 이 회사는 아몰레드 독점체제를 보다 확고히 굳힐 태세다. 올해 6월 충남 아산 탕정에 2조5000억원을 투입, 5.5세대 신규라인을 건설한 것. 내년 7월 공장이 가동되면 3인치 기준으로 현재 수준의 10배인 3000만 매까지 패널 생산량이 늘어난다. LG디스플레이도 뒤질세라 2500억원을 들여 아몰레드 생산시설을 내년 하반기까지 확충한다. 대만의 AUO도 3.5세대 LCD 라인을 아몰레드 생산기지로 전환 중이다.

국내 업체들 ‘플렉서블 TV’ 선점 서두를 것
아몰레드가 가장 각광 받을 분야는 TV다. LED TV를 뛰어넘는 초고화질의 TV가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아몰레드를 적용한 TV를 내놓은 곳은 LG전자와 소니 정도다. 그나마 각각 15인치, 11인치의 소형 TV라 47~52인치 LCD·LED TV 라인과 경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SMD도 40인치급 아몰레드 TV용 패널을 개발해 둔 상태지만 제품화는 미루고 있다.
TV를 만들 만큼 대용량의 패널 양산은 어렵기 때문이다. 일례로 국내에서 양산되는 것은 SMD의 4세대가 가장 큰 패널이다. 기판 하나로 겨우 40인치 TV 패널 하나를 만들 수 있다. 내년에 양산될 5.5세대도 TV 제조용으론 무리라는 지적이다.
아직까지 LCD TV가 가전 업체들의 주종인 탓도 있다. 아몰레드 TV가 거꾸로 LCD TV 매출을 잠식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현재 가동 중인 브라운관·PDP·LCD 생산라인의 감가상각이 좀 더 진행돼야 아몰레드 TV 양산이 검토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김상수 SMD 사장은 최근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한 심포지엄에서 “2015년께 아몰레드가 차세대 TV의 주력기술이 될 것”이라고 아몰레드 TV 출시 시점을 예고한 바 있다.
당분간은 모바일 기기가 아몰레드의 주요 보급선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몰레드 기반의 플렉서블 TV가 좀 더 빨리 태어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박성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내 업체들이 브라운관 TV에서 LCD·LED TV, 다시 3D TV로 가는 과정을 선점해 왔다”며 “차세대 플렉서블 TV 시장의 선점도 서두를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