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을 Bag으로…” 철자 하나 빼 멋진 브랜드 개발

기업들은 언제나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 다양한 보상책(리워드)을 생각해 낸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캐쉬백(cashback) 서비스라 할 수 있다. 마일리지 적립 포인트를 현금으로 되돌려주는 캐쉬백 마케팅은 신용카드사에서 가장 활발히 구사하는 편이다.

한 카드사가 자사고객들을 대상으로 신용카드 부가서비스에 대한 설문을 한 결과에 따르면, 고객들이 가장 유용한 서비스로 꼽은 것이 바로 적립 포인트인 캐쉬백이었다. 이어 신용카드사가 제공하는 서비스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도 응답자의 54.5%는 캐쉬백이라고 응답했고, 실생활에서 가장 혜택이 큰 서비스를 고르라는 항목에서도 캐쉬백 서비스가 1위에 올랐다.

한마디로 사람들은 각종 카드 서비스 중에서 마일리지 적립 포인트를 현금으로 되돌려주는 캐쉬백을 가장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카드 부가서비스로 단단히 자리 잡은 캐쉬백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로 꼽히는 것이 바로 ‘OK캐쉬백’이다. 이번호에서는 이 ‘OK캐쉬백’의 개발 스토리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브랜드를 개발하기 시작한 시점은 1999년의 시작을 알리는 1월이었다. 당시 ㈜SK에서 마일리지 적립 포인트 사업을 준비한다며 브랜드 명칭을 지어달라는 의뢰를 해왔다. 이 사업은 ㈜SK가 그 동안 해온 고유의 사업들과는 전혀 다른,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였다. 따라서 새로운 시장 개척과 고객층 확대라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현재 OK캐쉬백 사업은 SK마케팅앤컴퍼니로 이관).

SK 대신 ‘OK’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그룹 브랜드인 SK의 보증을 통한 후광효과가 절실히 필요했다. 그러나 개발 초기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SK그룹의 전체 브랜드를 총괄 관리하는 그룹브랜드위원회에서 이 마일리지 적립 포인트 사업의 브랜드에 SK를 활용하는 것을 허가하지 않은 것이다.

SK라는 그룹 브랜드를 활용할 수 없다면 이미 확보된 그룹의 신뢰도를 끌어올 수 있는 다른 방안을 찾아야만 했다. 몇 날, 며칠 고민이 이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당시 한창 전파를 탔던 SK그룹 이미지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OK SK.’ 필자는 무릎을 탁 쳤다. “아, 저거다!”

‘OK SK’는 그 당시 SK의 메인 슬로건이었다. 기업 브랜드와 슬로건이 동음반복 구조이면서 철자 구성도 유사해서 사람들이 기억하기 쉬운 형태였으며, 광고로도 워낙 많이 노출돼 인지도가 꽤 높은 편이었다. 그룹 브랜드를 직접 쓸 수 없다면 슬로건을 브랜드의 핵심요소로 활용하여 간접적으로나마 기업의 보증효과를 가져오자는 생각이었다.

‘OK+OOO’이라는 틀을 만들고 시안 개발에 들어갔다. 당시만 해도 포인트와 마일리지 적립이 핵심이었기 때문에 ‘OKpointage’라는 시안을 추천안으로 내심 결정을 하고 프레젠테이션에 들어갔다.

프레젠테이션 도중에 고객사 측에서 새로운 제안이 나왔다. 캐쉬백 자체를 차별화 요소로서 활용하자는 것이었다. 경쟁사들이 빅보너스나 하이카드, 멀티카드 같은 효익을 표현한 브랜드들로 커뮤니케이션하기 때문에 캐쉬백이라는 카테고리 대표 키워드를 선점하여 포괄적이고 차별적인 이미지를 강화시키자는 것이었다.

돈가방으로 변신한 캐쉬백

대세는 ‘OKcashback’으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캐쉬백(cashback)을 그냥 사용하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캐쉬백(cashback)은 일반적인 용어로, 그 자체로는 상표권의 보호를 받을 수 없었다. 또한 너무 직접적인 설명형 이름으로는 장기적으로 차별성을 갖기가 어려우며 향후 브랜드 확장의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사실을 고객사에 주지시키고, ‘cashback’이라는 개념을 선점하면서 법적 배타성과 차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안을 다시 제안하기로 했다. 새로운 안은 ‘cashback’을 포함하면서 좀 더 포괄적인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이어야 했다.

선점과 차별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서 ‘cashback’이라는 키워드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해부를 시작했다. 현금처럼 쓰는 포인트∙현금돈∙지갑으로 키워드를 전개해 나가면서 back을 bag으로 바꿔봤다. 캐쉬백(cashback)이 돈가방(cashbag)이 된 순간이었다. 단어의 철자 하나를 바꿈으로써 서비스의 속성과 효익을 명확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다시 포장한 것이다.

그리고 194대 1의 경쟁을 뚫고 이 캐쉬백 서비스의 이름은 ‘OK캐쉬백(cashbag)’으로 결정되었다. OK캐쉬백은 아무도 캐쉬백을 얘기하지 않았을 때 먼저 캐쉬백을 이야기함으로써 카테고리를 선점했고,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차별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면서 카테고리의 대명사가 된 것이다.

만약에 캐쉬백이 ‘cashbag’이 아닌 ‘cashback’이었어도 그 결과가 마찬가지였을까? 그것에 대해서는 좀 다른 생각이다. 캐쉬백(cashback)이라는 용어는 서비스를 지칭하는 경영학상의 보통명사다. 상표로서 독점권을 가지지 못하는 용어이므로 브랜드로 사용한다면 반쪽짜리 브랜드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돈가방’이란 의미를 내포한 OK캐쉬백(cashbag)은 실질적으로 용어의 독점권을 갖는 브랜드가 됐다. ‘cashbag’은 고유명사이면서도 발음상으로 ‘cashback’과는 구분이 어렵다 보니, 보통명사인 ‘캐쉬백(cashback)’의 인지적인 영역에서의 선점권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참신한 브랜드 개발을 위해서 항상 뭔가를 찾고 수많은 자료들을 수집한다. 그러나 해답은 언제나 문제 속에 있다는 말을 이런 프로젝트를 통해서 깨닫게 된다. 곰팡이를 없애주는 제품인 ‘팡이제로’ 또한 그런 류의 브랜드다. 문제를 풀기 위해 주변에 늘 있는 것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생각하는 것, 그것이 어쩌면 새롭고 특별한 답을 찾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