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은 ‘짧게’ 대출은 ‘고정금리’로

지난 7월 한국은행이 2%에서 2.25%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전격 인상하면서 재테크 전략 새 판짜기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계속돼 왔던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렸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금융 위기 속에서 경기 활성화를 목표로 저금리 기조를 유지해 왔지만 마침내 ‘금리 정상화’로 방향을 틀었다. 금리는 직접적으로 예금과 대출에 영향을 미친다. 금리가 오르면 대출이 줄어들고 예금이 늘어나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더구나 앞으로 추가적인 금리 인상도 예상된다는 점은 신(新)투자 지도를 만들 때 꼭 감안해야 하는 사항이다. 금리 상승기에 투자자들이 알아두면 돈이 되는 3대(大) 체크포인트를 소개한다.

금리가 오른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한숨 쉬는 건 아니다. 이자를 많이 받을 수 있어 예금 고객들은 반갑다. 기준금리 인상 이후, IBK기업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예·적금 금리를 상품 종류와 가입 기간에 따라 바로 0.1~0.3%포인트 인상하는 조치에 나섰다. 다만 연내에 추가로 금리가 올라갈 가능성이 더 높은 만큼, 예·적금을 들 때 만기를 장기보다는 단기로 짧게 끊어서 추가 금리 인상 혜택을 놓치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

예금은 짧게 - 회전시켜 이자 더 챙겨라

또 은행이나 저축은행들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고금리 특판 상품을 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올 12월쯤 만기가 되어 돈을 찾을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도 방법이다. 1년, 2년 등 장기로 금리를 확정시키지 말고, 3개월이나 6개월마다 시장금리 변동에 따라 금리를 조정하는 실세금리 연동형 상품(일명 회전식 예금)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예를 들어 1년 만기 회전식 정기예금을 들면서 회전기간을 3개월로 해놓으면 3개월이 지날 때마다 금리가 바뀐다. 시장금리가 오르면 예금금리도 함께 오르는 구조이기 때문에 금리가 오를수록 이득이다. 반대로 금리가 내리면 내린 금리가 적용되기 때문에 금리 하락기에는 불리하다. 확정금리 상품과 실세금리 연동형 상품에 7대 3의 비율로 넣어두면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금리가 올랐기 때문에 은행 빚으로 집을 샀던 사람들은 앞으로 집값은 빠지면서 대출이자는 오르는 이중고에 시달릴 수 있다. 그동안 초저금리가 계속되면서 대출금을 상환하기보다는 다른 곳에 투자하겠다고 계획을 세웠던 사람들이 많았지만, 금리 인상을 계기로 실익 여부를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신규대출은 고정금리로 굳혀라 

펀드나 주식 등에 투자해서 대출 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올리면 좋겠지만, 말처럼 그렇게 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향후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이 높은 만큼, 대출 비중이 높은 가계는 지출 항목을 구조조정해서 대출금 상환 비중을 더 늘려야 한다. 만기가 돌아오는 예·적금이 있거나 혹은 수익이 난 펀드가 있다면 돈을 빼서 대출 상환에 힘써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실수요자들에겐 올 하반기나 내년 초에 좋은 기회가 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귀띔했다.

김지현 신한금융투자 일산지점 PB는 “아파트나 토지 같은 부동산은 대부분 은행 대출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금리 인상 후폭풍이 예상된다”며 “지금보다 더 싼 값에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올 테니 현금을 확보하고 기다려라”고 말했다.

내 집 마련을 위해 새로 대출을 받는다면 금리 상승에 따른 부담이 덜한 고정금리형 대출 상품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주택금융공사가 현재 판매 중인 고정금리형 보금자리론의 금리는 10년 만기의 경우 연 5.1~5.3%(7월 기준)인데, 이는 공사 설립 이후 최저 수준이다. 다만 이미 대출 받은 사람이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전환하는 것은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금리 차이와 대출 전환 시 물어야 할 중도상환수수료 등 득실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만약 대출을 갈아타기로 마음먹었다면 기존 대출 받은 은행 등 금융회사에서 상담하는 것이 좋다. 처음 대출 받았을 때 내야 하는 설정비를 또다시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증시 영향 제한적, 채권 비중 줄여라

통상 금리 인상은 시중의 유동성 감소로 이어져 주식시장에는 부정적이다. 그러나 앞으로 한국은행이 정책금리를 1%포인트 가까이 올린다고 해도 여전히 저금리 상황이기 때문에 주식 매력도는 높다. 특히 이번 금리 인상은 금리 정상화 과정에서 이뤄지는 것인 만큼, 금리 변수보다는 오히려 실적 변수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하반기에 목표수익률을 어느 정도 달성하면 차익을 실현하는 전략도 나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유럽발 위기 등 해외 돌발변수들이 여전히 산적해 있는 데다 실적 장세가 끝나면 다소 조정을 겪을 수 있다는 예상에서다. 투자 호흡을 길게 가져간다면 경기 회복과 함께 인플레이션 가능성까지 살펴보는 것도 좋다.

채권은 금리 상승기에 신중히 접근해야 하는 투자 대상으로 꼽힌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반대로 떨어져 손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이미 사놓은 채권이 있다면 만기 때까지 가져가는 게 낫다. 채권투자는 중간에 사고팔면 손해 볼 수 있지만, 만기까지 보유하면 미리 약정된 이자를 받아 은행 예금 금리 정도의 수익은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으로 투자 매력이 떨어진 채권형 펀드투자도 신중히 접근하는 게 좋다. 채권 값과 금리는 서로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통상 금리 상승기에 채권형 펀드는 추위를 탈 수밖에 없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파트장은 “여유자금이 있다면 차라리 초단기 은행 예금이나 머니마켓펀드(MMF) 등에 맡겨두고 기다리는 전략이 낫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