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99년 창업한 이래 2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JP모건체이스는 세계 금융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여러 차례의 M&A을 거쳐 현재 2조달러의 자산으로 전 세계 50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JP모건체이스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회로 활용하여 또 한번 세계 금융시장의 강자로 거듭나고 있다.

JP모건체이스라는 초대형 종합금융지주회사는 ‘JP모건’과 ‘체이스맨해튼은행’이라는 두 개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금융기관에 뿌리를 두고 있다. JP모건은 미국에 중앙은행이 없었던 1913년 이전에 사실상 중앙은행 역할을 담당했을 뿐만 아니라 철도 산업의 M&A 추진, 에디슨전기회사 및 GE 설립, US스틸 인수 등 실물경제계에서도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제1차 세계대전 및 대공황 시에는 위기를 적극적으로 활용, 1930년대 중반 JP모건은 상장기업 자산총액의 40%를 차지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체이스맨해튼은행의 전신은 1799년 설립된 맨해튼은행과 1877년 설립된 체이스내셔널은행이다. 뉴욕의 수도 공급회사인 ‘맨해튼 컴퍼니(The Manhattan Company)’의 자회사로서 모회사 지원 역할을 주로 수행한 맨해튼은행과는 달리 체이스내셔널은행은 1920년대까지 수많은 소형 은행들과의 M&A를 거치며 성장했다. 특히 1930년에는 ‘에퀴터블 트러스트 컴퍼니 오브 뉴욕’을 합병하여 당시 세계 최대의 은행으로 도약했다.

JP모건체이스의 성장과정

1933년,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겸업을 금지하는 ‘글래스-스티걸법(Glass-Steagal Act)’이 제정되면서 당시 여느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두 업무를 모두 수행하고 있었던 JP모건과 체이스맨해튼은행의 사업영역에 큰 변화가 발생했다. 결과적으로 두 은행 모두 투자은행 업무를 분리하고 이후 1999년 글래스-스티걸법이 폐지될 때까지 공식적으로는 상업은행 업무를 영위하는 은행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투자은행부문이 부진하여 미련 없이 증권부문을 매각했던 체이스맨해튼은행과 같은 부문의 경쟁력이 높았던 JP모건은 상업은행이라는 비즈니스 테두리 하에서도 서로 다른 부문을 공략하며 성장했다.

초대형 유니버셜뱅킹의 탄생

1987년 CP, MBS, 지방채 등의 인수 업무를 허가받은 후 1989년에는 기업 부채 인수 업무를, 1990년에는 주식 인수 업무를 허가받은 JP모건은 글래스-스티걸법 제정 이래 최초로 일부 투자은행 업무를 겸업하는 상업은행이 되었다. 이후 1990년대 대대적인 규제 완화 움직임 속에서 투자은행 업무를 더욱 확대한 JP모건은 1990년대 후반에는 증권 및 채권인수부문에서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게 된다.     

반면 1955년, 맨해튼은행과 체이스내셔널은행이 합병하면서 탄생한 체이스맨해튼은 JP모건과는 대조적으로 끊임없는 M&A를 실행하며 소매금융, 모기지, 신용카드 업무 등을 중심으로 미국 내 가장 큰 규모의 상업은행으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1990년대 초반의 부동산 경기 침체를 계기로 실적이 부진해지면서 1995년에는 업계 6위로 밀려났고 급기야 당시 4위 은행이었던 케미컬은행에 의해 합병되기에 이른다. 그러나 체이스맨해튼이라는 브랜드가 가진 높은 인지도를 고려하여 이후에도 체이스맨해튼이라는 사명은 그대로 유지된다. 합병을 계기로 체이스맨해튼은 다시금 미국 최대 규모의 은행으로 등극한다.

금융 겸업화의 금지로 미국 은행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해 간다는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1999년, 금융지주회사를 통한 겸업을 공식적으로 허용하는 금융서비스현대화법(Financial Services Modern-izations Act)이 통과된다. 이는 미국 금융산업의 대대적인 재편으로 이어졌고 대다수의 미국 금융기관들이 자구책으로 M&A를 시도하였다. 이러한 미국 금융가의 합병 흐름 속에서 2000년, 상업은행부문이 강했던 체이스맨해튼은 투자은행업의 강화를 위해 당시 엔론 사태의 여파 등으로 영업실적이 급격히 악화된 JP모건을 전격 인수한다. 이로서 현재의 초대형 종합금융그룹인 JP모건체이스가 탄생한다.

합병 이후 JP모건체이스라는 지주회사 아래 JP모건은 투자은행으로 특화되고 체이스는 소매금융을 전담하는 체제를 구축하였다. 합병에 따른 중복사업의 정리가 더디게 이루어지는 등 합병 이후 한동안 상당한 시행착오를 겪은 JP모건체이스는 2003년 말까지 모든 사업영역의 영업력을 전반적으로 제고하는 데 성공, 제2의 도약을 준비하게 된다.

2004년 JP모건체이스는 기업금융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한 소매금융부문을 보완하기 위해 소비자 금융 및 신용카드에 강점을 지닌 ‘뱅크원’을 인수한다. 당시 뱅크원은 자산규모 6위의 대형 은행으로 중서부와 남서부 일대에 1800개가 넘는 지점을 보유하고 있어 뱅크원의 인수는 미국 동부를 주 활동무대로 하던 JP모건체이스의 영업활동 범위를 크게 확대시켰다. 뿐만 아니라 JP모건체이스는 당시 뱅크원의 CEO였던 제이미 다이먼(Jaime Dimon)을 영입했는데 그의 뛰어난 경영능력과 리더십은 JP모건체이스가 M&A 후 성공적인 조직통합을 이루고 금융위기를 기회로 더욱 성장하게 되는 밑거름이 됐다.

금융위기를 기회로 미국 최대 은행 등극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모기지 회사뿐만 아니라 헤지펀드, 투자은행, 보험사 등 금융기관의 부실을 불러왔으며 민간상업은행에까지 여파를 미쳐 세계 최대 은행인 씨티은행마저 파산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반면 JP모건체이스는 금융위기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미국 내 몇 안 되는 대형 금융기관으로 오히려 금번 위기를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활용하였다.

먼저 2008년 3월 JP모건체이스는 파산 위기에 처한 베어스턴스를 헐값에 인수함으로써 투자은행부문의 경쟁력을 크게 강화하였다. JP모건체이스는 주식 위탁매매 등을 주력으로 하는 미국 5위 규모의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를 인수함으로써 채권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주식부문의 역량을 제고한다. 이어서 6월에는 미국 최대 저축은행인 워싱턴뮤추얼의 은행 업무부문을 인수한다. 중상층 이상의 고객을 위주로 영업해 온 JP모건체이스는 서민금융 위주의 워싱턴뮤추얼을 인수함으로써 소매금융기반을 크게 확대하였을 뿐만 아니라 5400개의 영업망을 보유한 미국 최대 은행으로 등극하게 되었다.

 JP모건체이스의 성공비결

금융위기의 여파로 대형 투자은행들이 연이어 파산하고 대형 상업은행들도 자본 확충과 자산 감축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처했지만 JP모건체이스의 순익은 위기 이전보다 10% 이상 증가하면서 글로벌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200년 이상 지속되어 온 JP모건체이스의 성공 배경에는 어떠한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는 것일까?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로 안정적 수익

JP모건체이스의 200년 역사는 500개 이상 은행들의 M&A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설립 초기 채권과 주식, 외환거래를 중심으로 성장해 온 JP모건체이스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투자은행을 분리하면서 도매금융 중심의 상업은행으로 변신했다. 이후 금융 겸업화의 흐름 속에서 체이스맨해튼, 뱅크원과의 합병을 통해 소매금융부문을 강화하면서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였고 최근에는 베어스턴스, 워싱턴뮤추얼 등의 인수를 통해 취약한 부문을 강화하여 글로벌 종합금융그룹으로서 기반을 갖추었다. JP모건체이스의 성장은 적절한 시기에 과감한 선택을 통한 끝임 없는 M&A의 결과라 할 수 있는 셈이다.

오늘날 JP모건체이스는 투자은행, 소매금융, 신용카드, 상업은행, 기업금융, 자산운용 등 6개 사업 분야가 균형을 이루는 이상적인 사업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금융위기의 영향을 받기 이전인 2007년 기준으로 투자은행, 소매금융, 신용카드 등 주요 사업부문이 전체 매출과 이익의 15~20%를 차지하면서 균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각각의 사업부문은 모두 해당 분야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업무 집중화에 따른 리스크를 감소시키는 동시에 수익의 안정성을 제고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성공적인 사업 다각화를 통한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야말로 JP모건체이스가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충분한  자본 여력을 유지하여 또 다른 M&A를 도모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매트릭스 조직으로 시너지 극대화

JP모건체이스의 각 사업부문은 서로의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효과적인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투자은행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자금관리 서비스의 수익성을 높여주고, 높은 투자 수익률은 소매금융이 예금 유치 실적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소매금융의 성공은 다시 신용카드 사업의 확대로 이어지는 등 그야말로 선순환의 성장구조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효과적인 시너지 창출은 JP모건체이스가 구축한 매트릭스 조직의 유기적인 운영을 통해 유도되고 있다. 2000년 합병을 통해 JP모건체이스로 재탄생하는 과정에서 JP모건체이스의 조직구조는 현재의 3개 지역 및 6개 사업부문으로 구성된 매트릭스 조직으로 재편된다. 소매금융과 카드 서비스, 상업은행 관련 부문은 체이스 브랜드를, 투자은행과 자산관리, 자금 서비스 관련 사업은 JP모건의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

이들 6개 사업부문은 전 세계적으로 연계되어 상호간에 고객기반을 공유하는 동시에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지역적으로는 아메리카, 유럽, 아시아겾쩽贄瑛?3개 지역으로 구분되며 각 국가별로 해당 지역 내 모든 사업부문을 총괄하고 기업고객 및 정부기관 등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국가별 대표를 선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이처럼 JP모건체이스는 전업주의 하에서 개별 업종 위주로 운영되어 온 조직을 철저하게 고객의 관점에서 매트릭스 조직체계로 재편성하여 사업부문간 시너지 창출을 극대화함으로써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견고한 대차대조표에 근거한 리스크 관리

JP모건체이스의 리스크 관리는 기본적으로 ‘견고한 대차대조표(fortress balance sheet)’를 유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차대조표를 견고하게 유지하려면 대손충당금을 충분하게 설정하고 회계처리기준을 보수적으로 적용하며 대차대조표상의 모든 자산과 부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견고한 대차대조표는 수치 데이터를 엄밀히 분석하고 현존하는 리스크 및 잠재적인 리스크를 확인하고 모든 사업부문과 상품라인을 면밀하게 체크한 다음 이 모든 정보들을 구성원들과 공유할 것을 요구한다. 이는 금융위기 속에서도 두 건의 대형 M&A를 성사시킨 CEO 제이미 다이먼의 오래된 경영철학이기도 하다.

사실 위기가 닥치면 어느 회사라도 이러한 리스크 관리 정책을 실천하고자 노력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JP모건체이스의 경우 금융위기 이전 경제적 여건이 좋았던 시기에도 CEO의 강력한 경영 리더십 하에 단기적인 수익 악화를 감수하고라도 이러한 보수적인 리스크 관리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리스크 관리 정책의 유지를 통해 JP모건체이스는 금융위기 중에도 경쟁 은행들이 감당할 수 없는 기회를 포착할 수 있었다. 

국내에 주는 시사점

국내에서도 JP모건체이스와 같은 금융지주회사 설립이 허용된 지 올해로 10년이 흘러 현재 7개의 금융지주회사가 활동하고 있는 데다 우리금융그룹의 민영화를 계기로 금융산업의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업부문간 균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매트릭스 조직의 성공적인 운영을 통해 복합금융그룹으로서의 충분한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는 JP모건체이스의 사례는 향후 국내 금융지주회사의 발전 방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JP모건 체이스는 미국 금융시장을 초토화한 금융위기 속에서 오히려 전략적인 M&A를 통해 금융권의 최대 강자로 자리잡는 데 성공했다. 200년이라는 유구한 역사를 통해 구축된 다양한 성공 요인들이 원동력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적절한 시기에 과감한 M&A를 통한 성장전략, 이를 통해 구축한 균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매트릭스 조직의 유기적인 운영을 통해 창출되는 사업부문간 시너지, 그리고 견고한 대차대조표를 유지하기 위한 보수적인 리스크 관리 정책 등이 오늘날 JP모건체이스를 세계 최고의 종합금융그룹으로 만든 대표적인 성공요인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