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은 어떤 때 감을 사용할지, 어떤 때 분석과 이해를 사용할지를 정확하게 구분하고 활용하는 것입니다. 학자들은 이를 ‘초인지 능력’이라고 합니다. 자신의 생각에 대해 생각하는 것인데, 언제 감을 신뢰해야하고 어떤 상황에서 심사숙고해야 하는지를 아는 능력입니다.
현대의 교육은 일찍이 감정이나 감을 믿지 못할 것으로 보고 이해와 분석을 우위에 두었습니다. 대부분의 교육이 개인의 분석력과 이해능력을 높이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두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기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는 ‘감’에 의한 의사결정이 적지않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많은 경영자들이 ‘내 감은 틀린 적이 없어’라고 하며 본인의 결정을 확신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직관’이라는 좋은 말로 표현되는 감을 어떤 때 사용해야 할지, 어떤 때 사용하지 말아야 할지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이 지금까지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감’을 통해 성공한 사례와 ‘감’ 또는 ‘감정’을 신뢰하다 실패한 사례는 팽팽할 정도로 갈라집니다. 우선 감을 믿고 성공한 사례입니다. 1991년 1차 걸프전 당시의 일입니다. 영국 해군 함정에서 레이더 신호를 분석하던 장교 마이클 라일리는 다국적군이 이라크군을 상대로 지상전을 전개한 지 이틀째 되던 날, 레이더에서 깜빡거리는 신호를 발견했습니다. 신호는 미군 전투기가 레이더 잡힐 때와 동일했습니다. 하지만 라일리는 레이더 상의 물체가 이라크군의 미사일이라는 감을 바탕으로 두 발의 지대공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다행히 미사일은 격추되었고 그는 영국의 함정을 구했습니다.

영국군에서는 이 사건을 분석했습니다. 그러나 라일리는 왜 그 레이더의 신호에 두려움을 느꼈는지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다가오는 물체가 이라크군의 미사일이라는 확신을 어떻게 가졌는지는 더 몰랐습니다. 수년 간의 분석결과 영국 해군은 라일리가 미묘하게 레이더 상에서 깜빡거리는 타이밍의 차이를 감으로 알아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감에 의존하지 않고 분석적이고 이성적으로 생각해 목숨을 구한 경우도 있습니다. 1949년 미국 몬태나 주에서 삼림화재가 발발했을 때 웨그너 다지라는 소방관을 비롯한 15명의 소방대원이 화재 진압에 투입됐습니다. 그때 불이 진행 방향을 바꿔 소방대원 쪽으로 맹렬하게 다가왔습니다. 나머지 소방대원들은 당황한 나머지 불을 피해 산꼭대기 방향으로 뛰어올라갔습니다. 불이 번질 때는 사람이 뛰는 속도 보다 빠르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다지는 일단 달리는 것을 멈추고 궁리를 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주위에 약하게 불을 지른 뒤 그 자리에 낮게 엎드렸습니다.

하지만 다른 대원들은 이런 그의 행동을 따라하지 않았고 결국 거의 전원이 사망한 반면 다지는 살아났습니다. 그는 감정에 휩싸이지 않고 이른바 ‘피난용 화재’를 일으키는 전략으로 목숨을 구했습니다. 그의 의사결정 사례는 사람들이 감정에 휩싸이지 않고, 힘들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 어떻게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본보기로 주요 경영대학원 교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2002년 노벨상을 수상한 심리학자인 대니얼 카네만 교수와 게리 클라인 박사 두 명이 미국 학회지에서 감에 의한 결정이 어떤 조건하에서 훌륭한 결정으로 연결되는지를 논의했습니다.

최고경영자들이 어떤 상황에 감을 신뢰할 수 있는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클라인 박사는 “감은 분석을 위한 단초로 사용해야 하며, 최고경영자들은 감이 분석과 배치될 때는 과감하게 감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감이 이렇기 때문에 감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만 수집하자는 생각을 경계하라”고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 감이 훨씬 더 믿을 만한가에 대해 클라인 박사는 어떤 예측 가능성과 직관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있을 경우, 그리고 의사결정자가 객관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경우에만 감을 신뢰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전문가 집단을 잘 활용할 것을 권합니다. 카네만 교수는 과거 수없이 반복한 경험에 바탕을 둔 감이라면 상대적으로 신뢰할 만하다고 강조합니다. 판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아주 예외적일 경우 감을 활용하지 말라고 합니다. 그때야 말로 멈춰서 생각을 해야 할 때라는 것이지요.

그는 특히 지나치게 자신감을 갖고 위험을 감수하는 최고경영자는 스스로의 자세를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과감하게 질러서 성공한 경영자는 스스로 직관이 뛰어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알고 보면 그런 결과는 사려 깊은 사람들이 피한 결정을 우연하게 택한 결과로 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분석만 계속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많은 경영자들이 자신이 없을 때 분석에 분석을 거듭하다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지나친 분석은 ‘분석병’으로 부를 수 있는 일종의 병리현상입니다.

신경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뇌손상으로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우유부단해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때 감을 사용할지, 어떤 때 분석과 이해를 사용할지를 정확하게 구분하고 활용하는 것입니다. 학자들은 이를 ‘초인지 능력’이라고 합니다. 자신의 생각에 대해 생각하는 것인데, 언제 감을 신뢰해야하고 어떤 상황에서 심사숙고해야 하는지를 아는 능력입니다.

예를 들어 결혼을 하거나 차를 고를 때 감을 활용하는 것이 더 좋을 수 있습니다. 이런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학자들은 감을 사용하지만 실제로 우리의 무의식에는 슈퍼컴퓨터가 작동한다고 합니다. 이런 얘기도 있습니다. 진화론으로 유명한 찰스 다윈은 이성을 너무 신봉한 나머지 결혼을 할 때도 좋은 점 나쁜 점을 리스트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결국 그 리스트는 자신이 이미 감정적으로 내린 결정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들로 채워져 있어서 마침내 그도 감의 중요성을 믿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