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적 신비가 가득한 초대형 블록버스터’. 영화 카피가 아니다. 러시아 키로프발레단과 볼쇼이발레단 등 세계 정상급 발레단들만 연출할 수 있는 초대형 발레극 <라 바야데르>를 설명하는 말이다.

국내 대표 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이 지난해에 이어 <라 바야데르>를 다시 한 번 무대 위에 올린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10월29일부터 11월5일까지다.  

<라 바야데르>는 가장 연출하기 어려운 발레 극으로 손꼽힌다. 우선 어느 작품도 비견될 수 없는 스케일 때문이다. 출연진이 150여 명, 동원되는 의상만 400여 벌로 발레 공연 규모로는 최대다. 높이 2미터의 코끼리가 무대 위를 오갈 만큼 무대장치도 화려하다. 1999년 국내 초연 당시 8억원에 이른 제작비가 공연계에서 두고두고 화제가 됐다.

수십 명을 동원하는 군무와 쉴 새 없이 펼쳐지는 디베르티스망(줄거리와 관계없이 여흥을 위해 제공되는 춤)도 어지간한 연출력 없이는 펼쳐 보이기 힘든 요소다. 유니버설오페라단측은 “<라 바야데르>를 무대에 올리는 것 자체가 세계적인 발레단으로 자리매김했다는 뜻”이라고 강조한다.

유니버설발레단은 국내에서 이미 네 차례 <라 바야데르>를 공연했다. 관객들의 호응은 뜨거웠다. 2004년 3차 공연의 경우 별도의 판촉 없이 입소문만으로도 연일 객석이 매진됐다. 2001년 미국 순회공연은 <뉴욕포스터>,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 현지 언론들의 찬사를 이끌어내며 한국 발레의 대외적 이미지까지 높였다.    

‘라 바야데르(la bayadere)’는 프랑스어로 무희(舞姬)를 뜻한다. 화려한 색감의 인도 왕궁과 힌두사원을 배경으로 무희 니키아와 용사 솔로르, 감자티 공주의 엇갈린 사랑이 그려진다. <호두까기 인형>,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미녀> 등 익히 알려진 발레 극들의 무대가 유럽 일색인 것에 비하면 이채로운 설정이다.

<라 바야데르>는 클래식 발레의 백미로도 평가된다. 프랑스의 저명한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가 1830년 ‘발레 명가’ 러시아 황실발레단에 헌사한 작품으로 3막 ‘망령들의 왕국’에 등장하는 군무가 특히 유명하다. 하얀 무용복과 스카프를 두른 망령들의 일사불란한 동작은 ‘발레블랑(백색발레)’의 최고봉으로 꼽힌다. 니키아와 솔로르의 2인무, 부채춤과 물동이춤, 전사들의 춤, 황금신상의 춤은 발레에서도 가장 어려운 동작들로 구성된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기간 10월29일(금)~11월5일(금)   ■문의 02-580-1300   ■홈페이지 http://www.sac.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