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로 미국 은행들의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미국의 동부 지역 은행들을 인수하며 소매금융의 강자로 부상하고 있는 은행이 있다. 캐나다 출신의 TD뱅크다. 국내에는 생소한 은행이지만 미국 시장에 진출한 지 약 5년이 지난 현재 미국 12위 은행(2010년 6월 말 총자산 기준)으로 성장하였다. 편리함, 친숙함, 직원 교육 등으로 철저히 고객 만족 전략을 추구한 것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소매금융 평정한 캐나다 은행

'가장 편리한 은행' 전략으로 성공

TD뱅크는 캐나다에서 두 번째로 큰 은행인 토론토 도미니언 뱅크(Toronto-Dominion Bank)에서 출발한다. 

1980년대 초반의 오일쇼크때에도 무사하였던 토론토 도미니언 뱅크는 개발도상국의 불황과 이자율상승 등으로 심각한 대출채권 부실에 직면했다. 이에 적극적인 채무조정을 실시하였는데 이 시기의 경험으로 보다 엄격한 대출을 실시하는 등 보수적인 경영 전략이 자리 잡았다. 1996년에는 북미 최초로 뱅킹과 브로커리지가 통합된 PC패키지를 선보였으며 1998년에는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고객의 편리함을 위해 멀티채널을 제공하는 은행으로 거듭났다.

토론토 도미니언 뱅크는 2005년 3월 미국 북동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뱅크노스(Banknorth)의 지분 51%를 인수하면서 미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였다. 이후 은행명을 ‘TD 뱅크노스’로 변경하고 2005년 허드슨 유나이티드 뱅크(Hudson United Bank), 2006년 인터체인지 파이낸셜 서비스(Interchange Financial Services Corp) 등을 인수하여 코네티컷, 뉴욕, 필라델피아 등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였다.

2007년에는 뉴저지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커머스 밴코프(Commerce Bancorp)를 인수하면서 은행명을 ‘TD 커머스 뱅크(Commerce Bank)’로 변경하였는데, ‘커머스 뱅크 앤드 트러스 컴퍼니(Com

merce Bank & Trust Company)’와의 회사명에 대한 소송에 패소함으로써 미국 모든 지점의 은행명을 현재의 TD뱅크로 변경하였다. 2010년에는 남부 지역의 파산한 은행들을 미국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인수하여 남부 지역의 영업망을 확대하였다.

미국 시장에서 성장궤도

미국에 진출한 2005년 총자산 기준 40위에 있던 TD뱅크의 순위는 커머스 밴코프를 합병한 직후(2008년 말) 21위로 상승하였으며 2010년 6월 말에는 12번째 은행(1526억달러)으로 수직 상승하였다.

TD뱅크의 성장은 리테일 중심의 고객 기반 확대를 위한 M&A가 기여한 바가 크다. 2010년에 미국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인수한 3개 은행은 TD뱅크가 향후 2년간 동일 지역에 점포 개설시 발생하는 것보다 적은 비용이 소요된다는 분석 하에 인수하였다. 현재 TD뱅크의 미국내 점포는 약 1300개로 캐나다의 약 1000여 개를 넘어선 상황이다. TD뱅크는 향후에도 추가적인 은행 인수보다는 점포 확대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자본 확대 측면에서 캐나다보다는 미국에서의 성장 전략을 고수할 방침이다.

TD뱅크가 점포 확대를 통한 성장 전략을 유지하는 이유는 이 은행의 최대 강점이 소매금융에 있기 때문이다. TD뱅크 파이낸셜 그룹(이하 TDBFG)의 2009년 말 기준 전체 순이익에서 소매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은 78%(캐나다 55%, 미국 23%)로 기업금융(22%)을 월등히 앞서고 있다. 대출의 경우 금융위기로 대부분의 은행들이 대출이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TDBFG의 개인 및 기업 대출은 2009년 말 기준 전년 대비 13% 증가하였다. 특히 미국에서 소매여신은 2009년 말 기준 189억달러로 2008년 말 대비 19.3% 증가하였고 총대출(TD뱅크 기준)은 2010년 6월 6.5%, 2009년 8.1% 증가(전년 말 대비)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좋은 시절에 부실대출을 만들지 않고, 불황일 때 좋은 대출을 한다는 TBDFG의 철학을 잘 보여준다. 또한 미국내 예금 기준 순위에서도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2009년 13위에서 2010년 6월 말 기준 10위(1219억달러)로 3계단 올라섰다.

TD Bank의 성공요인

2009년 미국 JD파워의 소매금융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TD뱅크는 주요 서비스 지역인 동부 연안(Mid-Atlantic) 지역 은행 고객 만족도 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북동부의 뉴잉글랜드 지역의 평가에서는 ‘피플스 유나이티드 뱅크(People’s United Bank)’에 이어 2위를 차지하였다. 서비스하고 있는 지역에서는 최고의 은행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고객 만족도뿐만이 아니다. 은행의 리더십, 혁신, 시장의 성장 가속도 등을 평가하는 <유로머니(EUROMONEY)>의 2009년 평가에서도 북미 지역 최고 은행으로 확인되었다.

고객의 편의성을 극대화한 서비스

TD뱅크가 인수한 커머스 밴코프는 ‘미국에서 가장 편리한 은행’을 표방하며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의 개념을 은행 지점에 도입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들은 은행지점을 ‘지점(Branch)’이라고 부르지 않고 ‘매장(Store)’이라고 부르며 자신들은 ‘은행원(banker)’이 아닌 ‘소매상인(retailer)’으로 부른다.

커머스 밴코프가 도입한 주요 서비스로는 일주일 내내 로비 또는 차에서 내리지 않고도 이용 가능한 금융 서비스(drive-thru), 계좌 개설과 동시에 ATM 카드 즉시 발급, 직불 카드(debit card) 당좌대월 수수료 무료, 비자 기프트 카드(Visa gift card)에 대한 수수료 면제 등이 있다.

커머스 밴코프의 CEO였던 버논 힐(Vernon Hill)은 TD뱅크가 이러한 서비스들을 지속할 수 있는 능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TD뱅크는 커머스 밴코프의 서비스를 진지하게 받아들인 것은 물론 발전시켜 나갔다. 지점의 운영시간은 일요일을 포함하여 경쟁 은행보다 50%이상 연장(P.M. 8시까지)하였고 24시간 이용가능하고 수수료 무료인 ATM기기를 2700개로 확대한 것이 대표적이다. TD뱅크는 이외에도 다양한 방식을 통해 고객의 편의성 극대화를 꾀하고 있다.

고객의 친숙함을 제고

TD뱅크는 이용 측면에서 고객의 편의를 위해 노력하는데 그치지 않고 친숙성을 강화하여 재미있는 은행으로서의 이미지를 확고히 구축하여 고객의 인식을 전환하고 있다.

페니 아케이드(Penny Arcade)가 대표적이다. 페니 아케이드는 페니라는 캐릭터로 예쁘게 포장된 동전계수기다. 동전을 페니 아케이드 상단의 동전통에 부으면 기계는 동전을 세기 시작한다. 동전계수 완료 후 프린트된 영수증을 창구직원에게 갖다 주면 창구직원은 고객의 요구에 따라 해당 금액을 계좌에 예금하거나 현금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동전을 세기 전에 터치스크린을 통해 동전의 추정 가치를 입력하여 페니 아케이드의 가치와 차이가 1.99달러 이내면 페니 프라이즈(Penny Prize)를 지급받는다. 페니 아케이드는 지난해 트레일러 6500대 분량인 310억 개의 동전을 계산하였으며 90만 개(약 9000달러 상당 추정)의 페니 프라이즈가 지급되었다. 페니 아케이드는 TD뱅크의 가장 독특한 서비스 중 하나로 알려져 있으며 고객에게 흥미를 유발하고 편리함을 제공함으로써 예금 유치에 기여하고 고객에게 친숙함을 높이고 있다. TD뱅크의 계좌가 없어도 이용할 수 있다.

어린이 금융 교육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어린이 대상 마케팅을 강화하여 이들이 향후 평생 고객으로 전환될 수 있는 기반 구축을 위해서다. 어린이들이 편리하게 페니 아케이드를 이용할 수 있도록 높이를 낮추었으며 만화 캐릭터가 나오는 터치스크린을 제공하여 흥미를 유발시켰다. 어린이들은 페니 아케이드를 통해 어려서부터 동전 한 개의 소중함을 인식할 수 있으며 이를 계좌에 입금하여 저축이 증가하는 모습 자체로 금융 교육이 수행되는 것이다.

‘직원 교육 없는 마케팅은 바늘 없는 낚시’로 표현될 정도로 직원 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고객이 지점에 방문하는 것은 마케팅의 역할이지만, 지점에 방문한 고객들이 실제 금융 상품을 구입하는 것은 지점직원의 역량에 달려 있다. TD뱅크는 이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편리한 은행뿐만 아니라 직원 교육 강화에도 노력하고 있다.

TD뱅크는 창구 직원이 고객의 금융 거래를 처리하는 것 이외에 은행이 제공하는 추가적인 상품과 서비스 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하였다. 고객들이 은행 지점에 방문하는 대표적인 용건이 금융 정보 취득에 있음을 감안할 경우 부가적인 금융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직원 교육 강화는 고객과 TD뱅크 간의 관계를 강화시킨다.

직원 성과 평가의 측면에서는 고객 만족 프로그램을 도입하였다. 고객 만족 프로그램은 일별로 고객의 은행 추천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평가하는 ‘커스토머 와우 인덱스(Customer Wow Index)’와 미스터리쇼핑 프로그램으로 구분된다. ‘커스토머 와우 인덱스’는 고객과 직접적으로 대면하는 업무의 담당 여부와 연공서열에 관계없이 평가되어 인센티브에 반영된다. 미스터리 쇼핑은 고객서비스의 잠재적인 취약점을 사전에 파악하고 개선하여 고객 경험에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직원의 사기를 높이는 방안도 도입하였다. 내부 커뮤니케이션의 형태로 ‘와우! 부서(WOW! Depart-ment)’를 신설하여 성과가 좋은 직원들에게 코스튬 플레이팀을 보내 직원이 놀라고 기쁘게 함으로써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TD뱅크는 불황기에 적극적으로 인수 합병에 나서고 대출을 확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수적인 경영을 지속하고 있다. TD뱅크의 2010년 7월 말 기준 무디스 신용 평가 등급은 Aaa로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동일 등급을 받은 은행은 3곳에 불과하다. 2007년 말 기준 TD뱅크의 Tier 1 자본비율은 9.45%로 총자산 기준 미국 10대 은행의 8.45%보다 높으며 ‘Core Tier 1’ 자본비율도 7.80%로 10대 은행의 7.49%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위험가중자산으로부터 발생한 수익의 경우에도 2008년 기준 2.09%로 미국 은행 평균 0.66%, 캐나다 은행 평균 1.68%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부실여신 비율은 2.61%로 미국 전체 은행 평균 5.34%보다 매우 낮은 수준이다.

국내 은행에게 주는 교훈

TD뱅크의 중심에는 고객이 자리하고 있다. TDBFG의 활발한 인수 합병은 지점의 확대를 통해 고객 편의를 증진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도가 반영되어 있다. 매우 경쟁적이고 과열된 금융 시장에서 복잡한 금융 상품이 증가하고 고객의 요구 사항이 다양해지는 환경에서도 TD뱅크는 다양한 노력을 통해 고객의 기초적인 니즈에 지속적으로 부응하고 있다. 지점을 통해서 얻어지는 고객의 경험을 전략에 반영하고 혁신을 추구함으로써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고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고객들이 은행에 찾아와서 돈을 맡기고 빌려가는 시대가 지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고객 중심의 경영을 지속하는 TD뱅크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가격(금리) 경쟁이 치열해지고 은행의 쏠림현상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환경에서 고객의 만족도가 은행 금융 상품의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은행들은 값싸고(수익률이 높고) 품질 좋은(안전성 등이 높은) 상품이 더 많이 판매된다는 자명한 사실은 물론, 가격과 질이 유사할 경우에는 고객 만족도가 높은 브랜드의 판매가 더 많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