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딴따라질로

 신화창조 해야죠”

소녀시대, 빅뱅, 2NE1, 2PM, 카라…. 국내 대중음악계를 뒤흔드는 아이돌 그룹들이다. 모두 대형 연예기획사 소속들이다.

대중음악의 ‘독립군’으로 불리는 인디레이블에도 아이돌이 있다. 붕가붕가레코드의 ‘장기하와 얼굴들’이 대표적이다. 섹시함이나 깜찍함보다 <싸구려 커피>를 마시면서도 <별일 없이 산다>고 부르짖는 능청스러움이 매력이다. 취업난에 찌든 20대와 직장 생활에 염증을 느낀 30대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붕가붕가레코드’라는 말에 ‘장기하’만 떠올리는 것은 고건혁(30) 대표와 다른 소속밴드의 자존심을 건드린다. “인디 마니아뿐 아니라 일반 음악 팬들에게도 회사 이름을 알린 것은 장기하의 역할이 결정적이었죠. 하지만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눈뜨고 코베인, 치즈스테레오 등 붕가붕가레코드 소속의 8밴드 모두 한국 대중음악계의 차세대 주자들이라고 자부합니다.” 

홍보·마케팅 소셜미디어가 ‘효자’

인디레이블이란 저예산으로 운영되는 음반제작·기획사들이다. 대형 음반사·기획사에 비하면 자본력은 열세지만 실험적인 음악으로 대중문화계에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음반업계의 벤처’들이다. 전체 음반 시장에서 인디레이블의 점유율은 2% 남짓. 그러나 윤도현 밴드, 크라잉넛, 노브레인 등 걸출한 대중음악가들이 인디레이블을 통해 끊임없이 배출된다.

고 대표가 붕가붕가레코드로 인디음악계에 뛰어든 것은 서울대 재학 중이던 2005년이다. 창작곡을 만들던 학내 밴드들의 음반을 제작하면서다. “장기하, 브로콜리 너마저 등 소속팀 멤버들 상당수가 학교 동기생과 선후배들이죠. ‘우리가 부르고 싶은 노래를 만들면서 즐겁게 살아보자’는 소박한 취지로 설립했습니다.”

붕가붕가레코드는 독특한 모토로도 유명하다. 바로 ‘지속가능한 딴따라질’. 무슨 뜻일까. 고 대표의 설명을 들어보자. “비주류 음악을 하더라도 밥은 굶지 말자는 뜻이죠. 소속팀과 직원들이 15평의 임대아파트 정도는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회사의 장기 목표입니다. 그러나 인디음악계에서는 이마저도 쉬운 일이 아니죠.” 

붕가붕가레코드의 ‘딴따라질’은 어느 정도 ‘지속가능한’ 수준에 도달했다. 간판스타들인 장기하와 브로콜리 너마저의 데뷔 앨범만 각각 4만5000장, 3만 장씩 팔렸다. 인디음악계에서는 당분간 넘기 힘든 기록이다. 대형 연예기획사들의 어지간한 아이돌 그룹도 5만 장을 넘기면 성공이라 부르는 마당이다.

무엇보다 소속팀들의 음악이 훌륭했지만 회사의 전략도 들어맞았다. 신세대 인디레이블답게 소셜미디어를 적절히 활용한 게 제대로 먹혔다. 트위터의 경우 고 대표와 장기하의 팔로워만 합쳐도 2만5000여 명이다. ‘팔로워 부대’의 트윗·리트윗만으로도 순식간에 수십만 명의 팬들에게 앨범 발매·공연 소식을 전달할 수 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톡톡 튀는 마케팅 아이디어들도 쏟아진다. 일례로 최근 30대 기혼 여성을 위해 낮 시간 공연을 추진해 보라거나, 음반 주요 소비층인 여고생들이 좋아할 만한 데모CD를 여고 방송반에 돌리라는 팔로어들의 조언이 잇따랐다. 귀가 솔깃하더라는 설명이다. “음반업에서 소셜미디어가 비즈니스의 판도를 흔들 것으로 예상합니다. 회사를 운영하면서도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서 소셜컴퓨팅을 전공하는 이유죠. 소셜미디어와 음반업을 결합시킬 수익 모델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인디 특유의 풋풋한 이미지를 최대한 활용한 것도 인기 요소였다. 이른바 ‘수공업 소형음반 시스템’이다. 홈 리코딩으로 음원이 완성되면 소속팀과 직원 전원이 모여 일일이 CD를 굽고 케이스에 넣어 포장하는 것. 외관이 조악해지고 불량률도 높아지지만 오히려 팬들이 좋아한다는 설명이다.

“같은 음반이라도 표지 색깔이 제각각이거나 케이스에 CD가 안 들어 있는 경우가 발생하곤 하죠. 고객들이 항의하기보다 즐거워하더라고요. 인디음악만의 유쾌함이 묻어난다는 반응입니다.” 

일본 인디음반 시장이 ‘다음 무대’

붕가붕가레코드는 최근 해외사업을 시작했다. 일본 인디음반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일본사업부’를 신설한 것. 사업의 일환으로 11월 말 장기하가 일본 도쿄에서 콘서트를 연다. 도쿠마루 슈고 등 일본의 세계적인 인디음악가들의 국내 공연도 추진한다. 일본은 음반시장 규모만 한국의 20배 이상인 데다 인디음악 팬층도 훨씬 두터운, 매력적인 시장이다.

일본도 국내 아이돌 그룹들의 타깃 지역이다. 국내 대중매체들은 연일 일본 등 아시아 시장에서 맹활약 중인 걸그룹들의 소식을 타전한다. 위축되지는 않을까.

“방송사 등 대중매체를 타야만 가수가 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미디어가 될 수 있는 시대에요. 트위터든 페이스북이든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채널이 급속히 늘고 있지요. 작다고 기죽을 필요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