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나는 양말’에
미 직장여성들 ‘푹’ 빠졌죠”

실에서 향기가 난다. 단순히 방향제를 뿌린 것이 아니다. 실 입자에 알로에·망고·코코아 등 천연물의 향을 직접 입힌 것으로 유알지만의 독특한 기술이다. 이 회사가 향기나는 실로 만든 것은 수면양말. 최근 미국 등 해외에서 없어서 못 팔 만큼 인기다.
“실에 보습성분을 포함시켜 발 관리에 제격이도록 만들었죠. 하이힐 때문에 발이 트고 갈라지는 경우가 많은 커리어우먼들이 즐겨 찾습니다. 올해만 지난해보다 네 배 늘어난 390만달러어치를 수출했어요.” 전희형(51) 유알지 사장의 말이다.
유알지는 본래 미용기업이다. 화장품 제조·수입, 네일아트, 에스테틱이 본업이다. 수면양말을 만드는 섬유사업의 비중은 전체 매출(200억원)의 20%. 다른 사업에 비해 큰 것은 아니지만 빠르게 성장하기 때문에 전 사장의 기대가 큰 사업이다.
유알지가 향기나는 실을 개발하게 된 것은 2008년이다. 그때까지 경찰·군납용 양말을 생산하던 섬유부문이 한계를 맞으면서다. 수요가 제한적인데도 경쟁자들이 치고 들어와서 새 돌파구가 필요했다. 코트라를 통해 해외 시장을 물색하고 있었지만 기존 아이템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때마침 회사 내부에서 향기가 나면서도 발을 보호해주는 ‘기능성 양말’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이 나왔다. 지금의 수면양말이다. “화장품을 만들면서 개발한 갖가지 향들을 응용했어요. 반응이 워낙 좋아서 내년부터 머플러, 모자 등 패션 아이템으로 ‘향기나는’ 제품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유알지의 수면양말은 85%가 미국으로 수출된다. 그러나 처음부터 현지 업체들의 구매가 줄을 이은 것은 아니다. 제품은 마음에 들어 하면서도 납품능력을 의심하더라는 것. 매우 세밀한 부분까지 챙겨야 신뢰받을 수 있었다. 전 사장은 우선 불량률 제로(0)에 도전했다. 수주할 때마다 수십만 켤레의 양말을 하나하나 뒤집어 불량품을 솎아내는 고된 작업이었다.
때로 터무니없는 요구도 수용해야 했다. 일례로 양말 12만 켤레를 3주 만에 생산하라는 요구다. 정상대로라면 6주가 걸리는 작업이다. 납기 전날까지 생산을 마치자 별안간 포장을 풀라고 하더란다. “물류비용을 아끼려고 박스 안에 더 많은 제품을 밀어 넣으라는 것이죠. 사전에 말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납기일을 맞추자 그때부터 태도가 달라지더라고요.”
유알지는 젊은 회사다. 200명의 직원 가운데 70%가 20대와 30대 초반이다. “끼가 철철 넘치는 젊은 직원들이 우리 회사의 가장 큰 재산이죠. 아이디어가 이들의 머리에서 나오거든요. 직원들이 오래 머물 수 있는, 즐거운 회사를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