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p 높은 고금리… 관련 상품 봇물

지난 11월1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연 2.5%가 됐지만, 예금자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시중은행들이 예금 금리 인상에 인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시중은행권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3%대 후반에 불과하다. 물가상승률과 세금 등을 고려해 계산해 보면, 여전히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다.

낮은 이자 때문에 고민하는 예금자들을 위한 돌파구는 없을까? 재테크 전문가들은 은행들이 최근 속속 출시하고 있는 ‘스마트폰 특판예금’을 눈여겨보라고 조언한다. 스마트폰 예금은 창구에서 가입할 때보다 최고 1%포인트까지 금리를 두둑하게 더 얹어주기 때문이다. 은행 창구에선 좀처럼 보기 어려운 연 4%대 금리를 손쉽게 챙길 수 있는 만큼, 스마트폰 이용자들이라면 놓치지 않는 게 좋다.

스마트폰은 연 4%짜리 ‘재간둥이’

금융권에서 스마트폰 상품을 가장 먼저 출시한 곳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6월부터 스마트폰 전용 상품인 ‘우리 스마트정기예금’을 판매 중이다. 1년 만기 금리가 11월16일 기준 연 4.35%로, 창구에서 판매되는 1년짜리 예금보다 금리가 1%포인트 가까이 높다. 다만 1인당 최대한도는 500만원으로 많지 않아 다소 아쉽다.

산업은행은 지난 9월부터 스마트폰으로 가입하면 1년 만기 금리로 연 4.2%를 주는 ‘이센스(e-sense) 정기예금’을 팔고 있다. 1인당 가입 한도는 100만~3000만원이고, 애플 아이폰 사용자만 이용할 수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11월16일 현재 연 4.2% 금리를 제공하고 있는데, 시장금리가 오른다면 예금 금리도 지금보다는 소폭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10월25일 스마트폰 전용 상품인 ‘KB Smart★폰 예·적금’을 선보였다. 다른 은행들보다 다소 늦게 출시하긴 했지만, 그 대신 20~30대가 금융 생활을 재미나게 즐길 수 있도록 게임적인 요소를 가미했다는 게 특징이다. 가령 ‘농장육성서비스’란 것이 있는데, 계좌 현황을 농장으로 형상화해서 만기일이 가까워질수록 예금주가 선택한 동물 수가 증가한다. 지난 11월15일까지 적금 7070좌에 9억1000만원, 예금 630좌에 64억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적금 가입기간은 6~12개월 이내 월 단위로 선택 가능하며 납입금액은 처음엔 1만원 이상이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1000원~300만원 내에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1년 만기 적금은 금리가 최고 연 4.1%다.

예금은 100만원 이상 가입할 수 있고, 금리는 1년제 기준 기본이율이 연 3.7%다. 하지만 추천우대이율을 연 0.3%포인트까지 받을 수 있어 최고 연 4%까지는 쉽게 챙길 수 있다는 게 은행 측 설명. 추천우대이율이란, 상품 가입 시 생성되는 추천번호를 다른 사람이 신규로 가입하면서 입력하면 추천인과 피추천인 모두에게 연 0.1%포인트씩 더 얹어주는 금리를 말한다.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과 아이폰 사용자 모두 가입 가능하다.

농협중앙회도 11월9일 스마트폰으로 예금에 가입하면 우대금리를 챙길 수 있는 ‘채움 정기예금’을 내놨다. 은행 창구에서 가입할 때보다 최대 0.7%포인트 금리를 더 많이 챙길 수 있어 최대 4.21%(1년 만기)까지 가능하다. 농협에서 제공 중인 스마트폰 뱅킹서비스인 ‘NH스마트뱅킹’에 가입한 아이폰 또는 안드로이드폰 이용고객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고객은 1인 1계좌에 한해 가입 가능하며, 가입 한도는 100만~2000만원이다. 총 판매 한도는 500억원이며, 한도가 소진되면 판매가 중지될 수 있다. 하나은행은 ‘하나 비과세 복리적금’을 스마트폰으로 가입하면 0.1%포인트 우대 금리를 얹어준다.

‘스마트폰족 잡아라’ 치열한 경쟁

그런데 이렇게 시중은행들이 플러스알파 금리를 스마트폰 예·적금에 얹어주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이에 대해 은행 관계자들은 스마트폰 상품은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금리를 더 줄 수 있는 여유가 있다고 해명한다. 하지만 추가로 제공되는 금리 수준은 이런 범위를 크게 넘어선다는 게 은행권의 공통된 의견이다.

역마진을 감수하면서도 금리를 높이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고객 선점(先占) 때문이다. 은행들은 스마트폰뱅킹이 금융시장을 뒤흔들 태풍이 될 것으로 본다. 무한대로 서비스를 확장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스마트폰뱅킹 시장이 빠른 속도로 확대될 것이라고 보고, 사전에 스마트폰뱅킹 시스템을 구축하고 시장 점유율을 높여두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스마트폰뱅킹 가입자는 작년 말에는 1만3000명에 불과했지만 지난 9월 말 130만 명을 돌파했다. 하루 평균 100만여 건, 480억여 원이 스마트폰을 통해 거래되고 있다.

한편, 시중은행들이 판매하는 스마트폰 특판예금에 가입하려면, 해당 은행 영업점에서 인터넷뱅킹부터 가입해야 한다. 그다음 스마트폰으로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앱·응용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해 이용하면 된다. 단 은행별로 스마트폰 종류에 따라 예금 가입이 제한되는 경우도 있으니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스마트폰 예금에 가입하면 통장이 발급되지 않아서 불안할 수 있는데, 우리은행 등 일부 금융회사들은 고객이 요청하면 실물 통장을 발급해 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