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와카미는 “부자는 마이페이스로 시장에 참가하고 이익을 챙긴다”며 “시간에 대한 강박감이 없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부자가 아니더라도 이런 부자들의 진짜 투자법을 알고 제대로 배울 필요가 있다.

“강박관념 버리고 농사짓듯 투자하라”

얼마 전 필자가 펀드투자전략을 주제로 강의하는데 쉬는 시간에 모 은행의 PB(프라이빗뱅커) 한 사람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다가왔다. 자신이 많은 부자 고객을 만났지만 한 명도 장기투자를 하려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며 장기투자하라는 내용은 현실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덧붙여서 전문가를 대상으로 하는 강의라면 장기투자와 같은 기본이 아니라 단기적으로 시장 상황에 맞는 투자전략을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당시 뭐라 말해야 할지 당황스러운 웃음으로 넘기긴 했지만 사실은 그에게 일본 장기투자의 대가인 사와카미 아쓰토(澤上篤人)를 소개해 주고 싶었다. 진짜 전문가라면 성공적인 자산관리를 위해 고객의 단기투자 성향을 바꾸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투자 성공의 원리는 특별한 비결이 아니라 가장 본질적인 원칙을 충실하게 실천하는 것이다. 결국 알고 있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크다.

사와카미 아쓰토는 자신의 이름을 딴 ‘사와카미 펀드’를 운용하며 일본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고 있다. 그가 설립한 일본 최초의 독립계 투자신탁회사(우리로 보면 자산운용회사)인 사와카미투신은 은행이나 증권사를 통한 판매가 아닌 입소문을 통한 직접판매로 시장의 돌풍을 일으키며 다른 투신사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사와카미는 “부자들은 언제까지 돈을 벌어야 한다든지 매년 돈을 벌어야 한다는 등의 시간적인 강박감이 없다”며 “부자의 운용은 원래가 장기투자”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이 맞는다면 앞서 예를 든 은행 PB는 진짜 부자를 만나지 못한 게 아닐까?

‘일본의 워런 버핏’ 명성

부자들은 행동해야 하는 타이밍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앞으로 반드시 가치가 오를 것’이라 확신할 수 있는 것에만 손을 댄다. 물론 자신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사들이는 것이 아니다.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져 ‘왜 이런 헐값으로 팔리지 않으면 안 될까’하는 생각이 들 때까지 기다린다. 이렇게 장기투자뿐만 아니라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는 원칙도 충실히 따른다. 가치 있는 것의 값이 싸졌을 때만 산다. 그리고 원래 가치가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반드시 가격이 상승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 후 가격이 자신이 생각하는 수준보다 높아지면 그때 바로 내다 팔기 시작한다. 투자수익이 나면 주저하지 않고 현금으로 돌린다.

사와카미는 “부자는 마이페이스로 시장에 참가하고 이익을 챙긴다”며 “시간에 대한 강박감이 없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부자가 아니더라도 이런 부자들의 진짜 투자법을 알고 제대로 배울 필요가 있다.

상당수 은행이나 증권사 PB와 같은 소위 전문가들은 화려한 투자방법을 좋아한다. 이런 풍토이다 보니 적지 않은 투자자들도 화려한 투자비법을 소개받아야 제대로 대접받고 있다고 느끼기도 한다. 이들은 뭔가 계산이 복잡한 투자, 파생상품이나 헤지펀드 같은 투자를 선호한다. 사와카미는 “파생상품이나 헤지펀드로 대표되는 앵글로색슨류의 투자를 ‘수렵형 투자’라고 한다면 장기투자는 ‘농경형 투자’”라고 정의한다. 그는 달리고 베는 화려함은 없지만 장기투자는 시간의 에너지와 소박한 수고의 축적이 몇 번이고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그리고 꽤 커다란 성과가 되어 돌아오는 투자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농경형 투자란 무엇일까? 봄에 모를 심어 가을에 벼가 익기까지 실로 많은 시간이 걸린다. 농업에서는 ‘농작물이 익을 때까지 일정한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꽃을 키우는 것도 마찬가지다. 씨를 뿌려도 결코 하루나 이틀 만에 꽃이 피지는 않는다. 역시 느긋하게 키우지 않으면 꽃은 피지 않는다. 이처럼 투자가 결실을 맺어 수익을 얻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각오하는 데에서 장기투자가 시작된다.

사와카미는 “단기 투자자는 인간의 이해타산과 심리 때문에 시시각각 변하는 힘의 관계만을 좇아 순간순간 승부를 한다”며 “반면 장기투자자는 시장에서의 힘의 관계 변화 따위는 제쳐놓고 상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장기투자자는 시간의 경과가 가져오는 힘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것을 우선시한다. 아무리 투자가 힘과 힘의 충돌이라고는 해도 시간의 경과에 의한 에너지를 축적해 내 편으로 삼을 수 있다면 이것이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농사와 마찬가지로 시간의 은혜는 열매라는 힘이 되어 쌓인다. 그것을 투자에 이용해야만 하는 것이다. 결국 축적된 시간이 엄청난 힘을 낳는다는 것을 믿는다면 과감하게 장기투자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적 나쁠때 매수 나서야

투자교육현장에서 만난 많은 투자자들이 장기투자의 장점에 대해서는 잘 알지만 결코 쉽지 않다고 말한다. 사실 인간에게는 장기투자보다 단기투자가 더 잘 맞는다. 멀리 있는 것보다 눈앞의 이익을 선호하는 것이 본능이다.

사와카미는 장기투자자가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첫째, 실적이 나쁠 때 매수에 나설 수 있는가다. 대부분은 실적이 좋을 때라야 비로소 투자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문제는 대체로 이미 상당히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기 투자하기 위해서는 본격적인 성장을 하기 이전에 ‘성장의 씨앗을 어떻게 준비하고, 그 준비 상황이 지금 어느 단계 근처에 있는가’를 검토해야 한다.

둘째, 최악의 실적에서 사고 최고의 실적에서 팔 수 있는가다. 사와카미는 “어떤 사업에서나 시작 직후부터 이익을 회수할 수는 없다”며 “표면 수치가 나쁠 때 모두가 팔기 때문에 주가는 싸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실적이 안 좋을 때가 오히려 장기 투자하기 좋은 때라는 것이다. 셋째, 불황에도 웃으며 매수할 수 있는가다. 과거 주식시장의 역사를 돌아볼 때 장기투자자는 불황과 상관없이 묵묵히 사들였다. 그 대가로 장기투자자들은 주가 상승의 과실을 한껏 수확할 수 있었다. 미국 장기투자자들은 미국 경제가 악전고투하고 있던 1980년대 전반부터 사두었기 때문에 17년 반 만에 15배가 된 주가 상승의 열매 대부분을 거머쥘 수 있었다.

사와카미는 “장기투자는 알고 보면 정말 재미있고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며 “장기투자의 앞날은 장밋빛 낭만으로 가득 차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