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 내부충실화 양동작전
과감한 전략으로 승승장구

BNP파리바(BNP Paribas)는 BNP와 파리바란 프랑스의 두 대형 금융기관의 합병을 통해 탄생한 메가뱅크다. BNP(Banque Nationale de Paris)는 1932년 설립된 국립상공업은행(Banque Nationale pour le Commerce et l'Industrie)과 1848년 정부조례로 설립된 국립파리할인은행(Comptoir National d'Escompte de Paris)이 1966년에 프랑스정부의 국내은행 경쟁력 강화 정책에 따라 합병하여 탄생하였다. 합병 당시 BNP의 자산규모는 프랑스 최대, 유럽 제2위였다. BNP는 대중화와 국제화 드라이브를 걸면서 성공적인 성장전략을 펼쳤다. 그 결과 계좌수가 1966년 200만 개에서 1974년에 450만 개로 갑절이나 불어났다.
파리바의 본격적인 출발은 1872년 파리은행(Banque de Paris)과 네덜란드 저축신용은행(Banque de Credit et de Depot des Pays-Bas)이 합병한 파리네덜란드은행(BNPP·Banque de Paris et des Pays-Bas)에서 시작됐다. BPPB는 프랑스의 대표적 투자은행을 지향하면서 영업활동을 펼쳐왔다. 1968년에는 4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지주회사체제로 조직구조를 변경하였다. 1982년 사회당정권의 정책에 의해 국유화되었다가, 1987년 보수정권인 시라크 내각에 의해 민영화됐다. 이후 인수와 매각 등 구조조정을 거쳐 1998년에 개편된 체제로 재탄생하면서 그룹명도 파리바로 바꿨다.
BNP파리바 성장사

두 은행의 합병은 1999년 2월에 파리바가 프랑스의 또 다른 시중은행인 소시에테 제네랄레(Societe Generale)와 합병 계획을 발표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이 발표에 대처하여 BNP는 역으로 소시에테 제네랄레와 파리바에 대해 각각 1:1로 공개시장 인수를 하겠다는 두 개의 제안을 발표하였다. 시장인수 시도 결과, 소시에테 제네랄레에 대해서는 30%대의 지분 확보에 그쳤으나 파리바에 대해서는 65%의 지분을 확보하여 인수에 성공하였다. 이에 공식적으로는 2000년 5월에 합병그룹이 발족하였으며 당시 합병그룹의 사세는 당기순익 13억유로, 종업원 7만7000명, 진출국가 83개국에 달하였다.
메가뱅크로 합병된 BNP파리바는 2002~2006년 동안에 세계화 확대와 내부 확충을 통한 성장전략을 펼쳤다. 먼저 세계화 확대 측면을 보자. 우선, 2001년에 미국 진출을 위해 캘리포니아주의 뱅크웨스트(Banc West)은행을 인수하고 이후 뱅크웨스트로 하여금 유나이티드 캘리포니아 뱅크(United California Bank)를 인수하도록 했다. 그 결과 뱅크웨스트는 캘리포니아주 4위 은행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2002년에는 프랑스의 구 식민지였던 알제리와 모로코 진출 강화를 위해 지점 2개를 신규 개점했다. 또 알제리에 자회사를 설립하고 모로코에는 현지은행 BMCI와 합병한 네덜란드계 ABN암로의 현지 네트워크를 인수하였다. 러시아 진출을 위해 모스크바에 자회사를 설립하였다. 2005년에는 터키 진출을 위해 현지 10위 은행인 TEB의 지분 50%를 취득하였고 2006년에는 우크라이나 진출을 위해 현지 3위 은행인 우크르십뱅크(UkrSibbank)의 지배지분을 취득하였다.
이번에는 내부 확충 측면을 보자. 2002년에 소비자금융 확충을 위해 전문회사인 Facet을 인수하였고 온라인예금 관리회사를 독일에 설립하였으며 신용파생상품 부문을 신설하였다. 또한 다면채널 접근법을 개발하였다. 2004년에는 유럽의 기업부동산 사업 확충을 위해 ARI사와 합작회사를 설립하였다.
BNP파리바는 유럽권에서 거점확대를 통한 선도적 금융그룹으로 거듭나기 위해 2006~2009년 기간 중 이탈리아를 시발점으로 순차적으로 벨기에와 룩셈부르크 국내시장에 현지은행 인수를 단행했다. 이탈리아 진출은 현지 6위 은행인 BNL 인수를 통해 현지 투자은행업과 자산운용, 특수금융 서비스 분야에 초점을 두었다.
벨기에의 경우는 포르티스뱅크(Fortis Bank)의 지분 75%를 인수하였고 룩셈부르크 경우는 현지 BGL의 66%를 취득하여 진출하였다. 그 결과 BNP파리바는 유럽 최대 예금은행의 지위를 확보하였다. 이 중에서 벨기에와 룩셈부르크 경우는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 과감하게 결행됐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또 2007년에는 개인금융 전문으로 유럽 1위인 BNP파리바 퍼스날 파이낸스를 설립하며 유럽 대표 금융기업으로 발돋움했다.
BNP파리바 성공비결
BNP파리바는 세계 주요 국제금융시장을 포함한 80여 개국에 진출하여 광범위한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세계화 시대의 글로벌 금융서비스 수요에 충분히 대응할 만한 구조를 확보하였다. 특히, 기업고객들을 위해 주요 25개국에 100개의 비즈니스 센터를 구축해놓았으며 대규모 자금수요에 대처한 글로벌 협조융자의 주도적 기관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기업고객에 대한 맞춤형 금융도 성공 비결로 꼽힌다. 다양한 기업고객의 금융수요에 세심한 맞춤형 자문 및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강점을 보이고 있다. 기업의 대출 차환 시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제거해주는 서비스를 선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풍부한 웰스매니지먼트(WM) 서비스도 강점이다. 일반 WM 외에 투자·기업금융 부문과 연계된 WM과 전문 인터넷사이트를 제공하고 엄격한 위험관리 및 비용 통제 정책을 수행하고 있다.
혁신 정신을 고양하는 것도 BNP파리바의 특징이다. 혁신을 기업 핵심가치 및 전략의 하나로 보고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착상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보상제도를 운영하며 매년 시상을 하고 있다. 실례로 2009년에는 9개 나라 9개 부문에서 18개 사례가 수상하였다.
효율적인 인력관리도 빼놓을 수 없다. BNP파리바는 다국적인 대규모 직원관리로 변화와 발전 추세에 발맞추며 가치고양 및 동기부여를 제공하고, 다양성을 고양하는 방식을 강조하는 전략을 통해 직원들의 고객 만족 능력 및 조직 충성도 제고에 성공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원스톱 영업기반도 구축했다. 개인고객, 기업고객, 글로벌 고객 등 다양한 고객에 대해 온라인시스템을 최적화함으로써 고객과의 비대면채널을 확대해 금융수요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력 및 효율성 향상에 성공하였다. 고객들에게 자금조달 및 운용 관련서비스뿐만 아니라 사업전략, 위험관리 등 부대적 분야에 대해서도 온라인으로 시공을 초월하여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하였다.
고객세분화를 통한 차별적 서비스도 제공한다. 고객층을 세분화하여 수익기여도에 따라 차별적 우대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비용 대비 수익성을 제고하면서 교차판매를 확대하고 고객의 만족도와 충성도를 신장시키는 효과를 얻는 데 성공하였다.
사회적 책임 경영기관의 위상도 확립했다. 다양한 문화적 후원활동, 과학행사 지원, 교육과 연구활동 지원, 장애인 지원. 자선활동 등을 적극적으로 꾸준히 수행함으로써 지역사회에 사회책임 경영기관으로서의 평판을 확고하게 구축하는 데 성공하였다.
국내에 주는 시사점
BNP파리바의 사례는 우리에게 풍부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우선, 성장전략에서 세계화와 내부 충실화를 동시에 적극적으로 추구하면서 일정 수준 규모의 경제와 여러 부문 간 균형 성장을 그 기본 목표로 삼았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또한 혁신을 강조하면서 이를 맞춤형 금융, 웰스매니지먼트 등에 활용하고, 고객을 세분화하여 차별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 온라인 시스템을 활용하여 원스톱 영업기반을 확충하는 방식 등으로 경쟁력을 강화한 점은 우리 상황에서도 충분히 적용할 만하다고 볼 수 있다. 덧붙여 사회적 책임경영 기관으로의 평판 확보도 미래 추세에서 귀담아들을 만한 실례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