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텔’이라는 말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의 ‘끈끈한 우정’을 빗댄 말이다. 두 회사는 컴퓨터마다 MS윈도와 인텔CPU를 탑재하며 사이좋게 세계 시장의 90%를 점유했다. 앞으로 ‘삼글’이라는 말이 유행할지 모른다. 삼성전자와 구글의 협력이 강화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그 징후를 알리는 작품이 나왔다. 바로 구글폰 ‘넥서스S’다.

구글이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개발한 차세대 전략 스마트폰 넥서스S를 출시했다. 2010년 1월 ‘넥서스원’에 이어 구글이 두 번째로 직접 시장에 판매하는 모델이다. 구글의 모바일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의 레퍼런스폰(표준폰)으로 안드로이드폰 생산업체들은 넥서스S를 기반으로 제품을 개발하게 된다. 넥서스S의 향후 인기여부에 업계의 촉각이 쏠리는 이유다.

주목할 것은 구글이 넥서스S의 개발·생산 파트너로 삼성전자를 지목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안드로이드폰 점유율은 현재 세계 1위다. 안드로이드와 안드로이드폰의 양대 시장 지배자가 결속하는 형국이다. 두 회사의 협력으로 향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 상당한 변화가 들이닥칠 전망이다.

구글은 2010년 12월16일 미국에서 넥서스S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가전매장 체인 베스트바이와 이동통신사 T모바일을 통해서다. 같은 달 20일 영국의 카폰웨어하우스에서도 판매에 돌입했다. 국내에서의 출시 일정은 아직 미정이다. 기기를 유통할 이통사도 아직까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의 전파인증을 거친 상태라 이르면 2011년 초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최초 ‘진저브레드’ 탑재



넥서스S는 세계 최초로 안드로이드 최신 버전인 ‘진저브레드’를 탑재했다. 기존 버전인 프로요보다 처리속도와 시스템 안정성에서 월등히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사용자 환경(UI)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일례로 단어를 입력할 때 추천단어가 같이 등장한다. 입력시간을 줄이기 위한 배려다. 여러 단어와 문장을 복사하거나 붙일 수 있는 등 PC에서나 할 수 있었던 작업도 가능해 졌다.  

근거리무선통신기술(NFC)이 적용된 것도 특징이다. NFC란 전자태그(RFID)의 일종으로 단말기가 가까운 거리의 NFC칩을 인식하는 기술이다. 스마트폰에 처음 적용되는 장치로 신용카드를 결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상품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삼성전자측이 “소비자들의 ‘스마트 라이프’를 적극 지원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각별한 자신감을 나타내는 부분이다. 

전반적인 사양은 갤럭시S와 유사하다는 평가다. 화면은 갤럭시S와 같은 소재로 4인치 슈퍼아몰레드 컨투어 디스플레이를 장착했다. CPU도 1GHz급으로 갤럭시S와 동일하다. 눈에 띄는 것은 제품 전면에 곡면 유리를 입힌 점이다. 빛의 반사를 줄이고 귀에 대고 통화하기 편한 인체공학적 설계로 기존 스마트폰에서 볼 수 없었던 디자인이다. 

배터리 수명이 매우 긴 것도 특징이다. 최장 400분까지 통화할 수 있는 리튬 이온 배터리를 장착했다. 최대 대기시간이 무려 714시간에 달한다. 후면 카메라는 500만 화소를 지원하며, 전면 카메라 역시 VGA 640×480급 해상도다. 기기 내부에 16GB 용량의 플래시 메모리를 탑재하고 있다.

삼성 - 구글 ‘밀월’ 강화한다



구글은 그간 대만의 HTC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지난 2008년 세계 첫 안드로이드폰인 ‘G1’과 구글이 직접 개발한 넥서스원을 제조한 곳이 바로 HTC다. 구글이 오랜 파트너를 삼성전자로 전면 교체한 것은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공세를 어느 때보다 강화했기 때문이다. 하드웨어에서 HTC보다 경쟁력 있는 상대로 삼성전자를 지목했다는 해석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스마트폰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2010년 3분기 안드로이드폰 시장점유율 32%로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4위로 치고 올라왔다. 가장 근접한 경쟁상대였던 HTC를 밀어낸 성적이다.

구글과 삼성전자가 향후 스마트폰에서 전략적인 밀월관계를 형성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안드로이드폰의 점유율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다. 팀워크도 단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은 소프트웨어, 삼성전자는 하드웨어로 주력 분야가 서로 다른 데다 보완관계기 때문이다. 게다가 구글TV, 크롬OS(구글의 PC 운영체제) 기반의 노트북 등 구글의 차세대 전략 제품을 만드는 곳도 삼성전자다.

박종수 한화증권 연구원은 “구글이 해외시장에서 인지도가 더 높은 HTC 대신 삼성전자를 전략적 동반자로 선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경쟁력이 한층 강화되면서 안드로이드 기반 전자업체들 중에서도 비교우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