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위성으로 본 시나이 반도는 푸른 색채 하나도 보이지 않는 무인지경의 사막지형이다. 그 땅을 육로로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를 지나 6시간 만에 도착했다. 시나이 반도는 수에즈 만과 아카바 만 사이의 삼각형 모양의 반도로써 남부는 성경에 등장하는 모세의 시내산이라 불리는 험한 산악지대이고 북부는 황량하고 뜨거운 광야가 펼쳐진다.

매혹의 땅, 광야의 신비를 찾아서…



올랐으니, 다시 내려가야 한다. 정상을 향한 시작은 새벽에 시작됐으며, 원점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아침나절이나 돼서야 가능했다. 성서에 등장하는 시나이 반도, 모세가 십계명을 받았다고 전해지는 시내산 정상을 향하는 길은 험난하고, 지루한 여정이었다.

여명을 알리는 시각, 파르스름한 새벽이다. 새벽 2시에 출발해, 아직 어두운 5시 가까이 되어서야 도착한 시내산 정상. 오르는 길에는 그 길에 무엇이 있었는지, 어떻게 그 길을 올랐는지 알 수가 없었다. 칠흑 같은 어둠 때문이었다. 그렇게, 아무 조건 없이 오직 침묵으로 시내산 정상을 향해 묵묵히 오른다. 그리고 찬란한 아침 해를 벅찬 감동으로 맞이한다.

마치 한 무리의 군단들이 새벽에 적진을 향해 매복하듯 전진하는 형색이다. 성산을 향해 전 세계에 찾아든 신앙의 사람들이 불꽃 같은 열망으로 새벽을 가르며 힘차게 오른다. 드디어 푸르스름한 기운이 돌더니 저 멀리 그 푸른 기운은 붉은 기운으로 변해간다. 붉은 해가 힘차게 대지를 향해 오른다. 시내산에 영광의 찬란한 해가 솟아오른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카메라 세례에 태양은 더욱 붉게 떠오르고 있다. 홍해 골짜기엔 성스러움의 축복을 기리는 수많은 영혼들의 인류를 향한 축복의 기도가 울려 퍼지고 있다. 새벽에 칠흑 같은 새벽에 오른 길이 아스라이 보이는 순간이다. 마음도 짠하다. 묵묵히 오르니 정상에 서는구나 하는 감탄도 내어 뱉어 본다. 그렇게 시나이 반도 시내산 정상에서 완벽하게 새로운 세상, 또 하나의 하루를 시작해 본다.

시내산 정상, 새벽 여명이 밝아오는 순간이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희망을 꿈꾸는 곳이다.



지리학자들은 매혹의 땅이라 불러



넓이 6만1000㎢의 시나이 반도는 낮에는 작열하는 강한 햇볕이 내리쬐고 밤에는 기온이 급강하한다. 약 4만 명의 베드윈족들만이 이곳 각처에서 살고 있으며 계곡이 거의 없어서 물을 구하기 힘들다. 대표적인 오아시스로는 파이란 오아시스가 하나 있어 이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베드윈족들이 낙타, 양, 염소 등의 가축들과 살고 있다.

겉으로 보면 쓸모가 없는 땅으로 보이나 이 땅에 매장된 석유와 지하자원은 무궁무진하다.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부르는 이름도 각양각색이다. 신학자들은 성서의 땅 (land of bible)이라 부르고 지리학자들과 기타의 학자들은 매혹의 땅(enchantement)이라고 불렀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대륙을 연결하는 육상 통로일 뿐 아니라 지중해 저편에 있는 유럽 대륙이 시나이 반도를 거쳐서 홍해와 인도양 뱃길을 따라 동양으로 갈 수 있는 선박로이자 문화의 교량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리적 조건 때문에 예로부터 이 땅은 문화 교류와 통상 교통로로써 아주 중요한 땅이었던 관계로 크고 작은 사건들이 끊임없이 계속됐다.

모세의 인도로 출애굽 한 이스라엘인들의 광야생활 40년의 무대로, 모세가 십계명을 받은 시나이 산도 이곳 시나이 반도에 있다. 이슬람교의 코란에서도 마호메트가 시나이 산을 두고 맹세하는 것이 언급돼 있어 사실상 시나이 반도는 세계 3대 종교인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성지이다.

이 시나이 반도는 면적이 이스라엘보다 두 배 이상 넓은 6만1000㎢나 된다고 한다. 성경에서는 이곳을 ‘위대한 광야’라 표현하고 있다. 아무리 달려도 나무 한 그루 구경할 수 없는 그야말로 무인지대, 광야에 접어든 것이다.

거칠고 황량한 시내산은 산 정상에서 바라볼 때 그 신비로운 기운이 더욱 장관이다.

여기서 계속 수에즈만을 따라 남행하여 라스 사라팁이라는 삼거리를 지나 내륙으로 뻗어 있는 와디 파이란 (wadi fairan) 계곡을 계속 따라가면 성 캐더린 수도원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라스 사라팁에서 우측길로 60㎞ 정도 더 들어가면 엘드어(eltur)라는 곳이 있는데 여기가 엘림(출애굽기 15장27절)으로 간주되는 장소로 종려나무 70여 주와 12개의 샘이 있고 비잔틴 시대의 찬란했던 흔적은 간데없으나 4세기 때 건립된 조그만 교회가 하나 남아 있다.

따가운 태양을 견뎌내며, 시작한 자리로 되돌아간다. 시내산 영혼의 울림에 귀 기울여보고, 아침 해의 웅장한 비상에 감동한 떨리는 가슴도 쓰다듬어 본다. 함께한 카라반, 낙타들의 이동은 새벽부터 이 아침까지 흔들림 없다. 운명이라고 치부해 버리기엔 이 새벽의 노동이 너무 가혹하다. 낙타들과 이곳 베두윈족들에겐 이 과정이 삶의 한 단면일 테지만, 끝없는 희생을 강요당하는 낙타의 일생은 힘겨워 보인다.

귀향, 다시 돌아온 자리. 흑암의 새벽에 이 자리에서 출발하여 뜨거운 태양, 눈부신 아침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적막과 어둠을 안고 푸른빛과 태양을 맞이하고 뜨거운 태양을 안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이 일련의 과정, 순례의 길.

낙타의 희생과 카라반이 있었기에 어둠 가르고 그 정상에 올랐다. 낙타의 희생과 함께한 베두윈족의 동반 없이 이 경이로운 순례의 길을 감동으로 마쳐내지 못했을 것이다. 최고의 감동 이면에는 최고의 희생과 헌신이 동반된다. 시내산의 감동은 베두윈족 일상의 반복과 낙타의 헌신이 허락한 감동의 카라반이었다.

시내산 정상 전망루, 일년 내내 돌풍이 불고 춥다. 해돋이를 보는 순간은 모두에게 감동의 순간이 된다.

 여|행|길|라|잡|이

* 시내산의 위치

시내산은 시내광야의 산악지대에 있는 산이라는 것 외에 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다. 다만 오늘날 가장 유력시되는 견해는 시내산을 파이란 오아시스를 지나면 나오는 호렙산 줄기의 최고봉 무사산(아랍명 Jebel Musa(모세의 산): 2286m)과 그로부터 3.2㎞ 서남쪽에 있는 카타린산(아랍명 Jeble Katarin: 2621m)과 서북쪽에 있는 라스 에스 사프사페(Ras es-Safsafeh: 1993m) 사이의 세 정상 중 한 곳으로 잡고 있다. 전통적인 주장은 무사산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무사산’ 동쪽 기슭에 있는 그리스정교의 성(聖)카타리나 수도원 서고에서 1844년 시나이 사본이 발견됐다.

이 시나이 사본은 4세기에 만들어진 헤브라이어 성서 사본으로 성경 원문 연구에 크게 공헌했다. 이 산은 일찍부터 성스러운 산(Holy Mountain)으로서, '야훼의 산'으로도 불렀다. 미디안 광야에서 양을 치던 모세가 이 산에 올라 타지 않은 떨기나무 가운데서 들리는 야훼의 음성을 듣고 이스라엘 민족 해방의 소명을 받은 다음 이집트에서 고생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구출해내고, 다시 이 산에 올라와서 하나님으로부터 십계명을 받은 곳이다. 

* 시내산 등정

모세는 이 산의 정상에서 40일 밤낮을 금식하며 기도한 후, 두 돌판에 새겨진 ‘십계’를 받아 두 팔에 안고 내려왔다. 구약성경은 이 산을 하나님의 산이라고 불렀고, 오늘날도 시내산 등정이 성지순례의 백미이다. 평생 동안 간직할 감격과 감동을 우리 가슴에 남겨 두기에 충분한 산이다.

시내산 등정은 동이 트기 전 새벽 2시경에 하는 것이 보통이다. 낮에는 워낙 덥기 때문이다. 새벽 2시가 되면 설악산 대청봉보다도 거의 600m나 더 높은 시내산 정상을 향하기 위하여 전 세계에서 모인 사람들이 낙타와 함께 힘차게 출발한다.

1. 감동의 카라반이 막을 내리는 순간이다. 성 캐더린 수도원에서 대장정은 마무리 된다.

2. 2285m 시내산 정상에서 일출을 기다리는 순간은 장관이다.

3. 끝없이 이어지는 거친 사막에서의 낙타 카라반은 그 이동자체도 감동적이다.

4. 시내산 정상, 관광객들을 위해 준비해 놓은 다양한 돌로 세공해 만든 기념품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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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길수는 한양대 독문과를 졸업한 뒤 탐험 여행가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 영상작업과 함께 글로벌 탐험 전문팀 지오 챌린지(Geo Challenge)를 이끌고 있는 그는 문화, 모험에 포커스를 맞춘 영상작업을 통해 우리 삶의 문화 지평을 확장시켜나가고 있다. SBS와 함께 쌍용자동차 무쏘를 타고 알래스카에서 칠레 최남단 푼타아레나스에 이르는 7만8000㎞의 로키, 안데스산맥 대 탐험을 다녀왔으며, 지난 20여 년간 동남아, 유럽, 시베리아, 북미, 중남미, 호주, 뉴질랜드, 아프리카 등을 탐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