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장타자들인 브리타니 린시컴, 비키 허스트, 로라 데이비스, 청야니, 수잔 페테르손, 이지영 등 비거리 톱10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선수들은 하나같이 체구가 당당하다.
올 시즌 LPGA 투어 드라이버샷 평균 비거리가 274.5야드로 최장타를 자랑하는 미셸 위는 늘씬한 몸매지만 1m83cm의 장신이다. 골프는 스윙 운동이지만 근력과 비거리는 정비례한다. 탄탄한 몸을 가진 선수가 거리에서는 유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거구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호리호리한 ‘슈퍼모델급 몸매’로 조금도 물러섬 없이 비거리 싸움을 펼치고 있는 선수가 있다. 바로 올 시즌 LPGA 투어 상금왕과 최저타수상을 차지한 최나연이다.
최나연은 키 1m68cm에 몸무게가 54kg이다. 골프선수로선 약간 왜소하다는 느낌마저 준다. 하지만 270야드 이상을 펑펑 때린다. 평균 드라이버샷 비거리 252.4야드로 공동 38위에 올랐지만 최나연은 “나는 페어웨이를 지키기 위해 70%의 힘만 쓴다”면서 “실제 대회에서 나보다 티샷을 멀리 보내는 선수는 5명 정도”라고 말한다.
‘골프여제’ 넘볼 선수로 성장
지난해 11월1일 막을 내린 LPGA투어 하나은행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최나연은 대표적인 장타자인 청야니(2009년 비거리 3위), 마리아 요르트(7위)와 동반 라운드를 했다.
폭발적인 장타에 주눅이 들 만도 하지만 최나연은 거리에서 전혀 뒤지지 않았다. 건장한 남자 체격의 청야니와 요르트를 상대로 최나연은 시종일관 ‘길고 정확한 샷’을 뽐냈다.
특히 7번홀(파5)과 18번홀(파5)이 하이라이트였다. 내리막인 이 두 홀에서 최나연은 티샷을 290야드가 넘게 보낸 뒤 하이브리드클럽으로 세컨드샷을 해 투온에 성공, 손쉽게 버디를 추가하며 우승컵을 안았다.
이 대회 우승으로 최나연은 삼성월드 챔피언십에서 LPGA투어 생애 첫 승을 올린 이후 ‘영원한 우승 후보’, ‘새가슴’ 등으로 불렸던 불명예에서 벗어나 ‘골프 여제’ 자리를 넘볼 정도로 성장하게 됐다.
‘스윙의 교과서’라 불리는 완벽한 테크니션
최나연은 ‘스윙의 교과서’라고 불릴 정도로 깔끔한 샷을 자랑한다. LPGA 선수들끼리도 ‘정말 스윙이 훌륭하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안정된 셋업과 큰 스윙아크, 백스윙 톱은 늘 가지런히 정렬돼 있다. 가장 큰 특징은 백스윙에서 다운스윙이 시작될 때 하체의 리드가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여기에 임팩트 이전까지 코킹으로 만들어진 왼손목이 전혀 풀리지 않는다. 임팩트 때 순간적인 릴리스 동작이 이뤄진다. 폴로스루는 큰 원을 그리며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임팩트 존에서 왼쪽 하체가 기둥처럼 버텨주는 모습과 안정된 피니시만 봐도 거리와 방향성을 짐작할 수 있다. 골프전문가들은“최나연은 LPGA를 통틀어서도 자신의 신체 특성을 가장 잘 이용하는 스윙을 지닌 선수”라고 입을 모은다.
장타의 비결 알고 보면 쉽다
최나연의 정확하고 긴 장타의 비결은 뭘까. 흔히 아마추어 골퍼들이 드라이버샷을 멀리 보내겠다며 헤드스피드를 높이려고 빠른 스윙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나연은 다르다고 말한다. 최나연은 “물론 헤드스피드가 비거리 증대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몸의 회전을 제대로 활용하는 데 가장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가 밝히는 정확성을 높이면서 멀리 칠 수 있는 비법은 9가지다.
자신만의 일정한 루틴을 만들어라
드라이버샷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스윙이나 기술보다 샷 하기 전 ‘루틴’이다. 너무 스윙에만 집착하면 티샷을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샷을 하기 전 자신만의 일정한 루틴을 가지면 집중력도 높이고 긴장도 풀 수 있고 그래야 좋은 스윙이 나올 수 있다.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한다
보통 아마추어들은 페어웨이 왼쪽, 오른쪽, 중앙 등 목표 방향을 크게 잡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정확한 티샷을 위해서는 목표를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잡기를 권한다. 즉 막연하게 벙커나 나무를 목표로 잡는 것이 아니라 나무뿌리, 벙커 옆 바윗돌, 왼쪽으로 뻗은 나뭇가지 등으로 아주 구체적으로 타깃을 잡고 샷을 한다. 또 목표를 구체적으로 잡고 한 3초간 노려보면 스윙할 때 쓸데없는 잡념을 없앨 수 있고 자연스럽게 힘도 빠지면서 부드럽게 스윙할 수 있다.
정확성을 높이려면 약간 짧게 잡는다
드라이버샷의 방향성을 높이려면 먼저 거리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평소보다 클럽을 약간 짧게 잡는다. 수많은 시합 중 골프장의 페어웨이가 좁거나 반드시 놓치면 안 되는 홀에서는 0.5인치 정도 그립을 내려 잡는다. 또 마음을 비우고 75%의 힘으로 친다는 생각을 하면서 두 팔을 쭉 뻗어 준다는 느낌을 가지면 볼이 똑바로 멀리 날아간다.
볼은 왼쪽 뒤꿈치 연장선상에 둔다
올바른 스윙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을 제대로 알고 있냐가 중요하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스윙의 준비 동작인 어드레스를 제대로 못해 스윙을 망치는 경우가 많다. 그중에서도 어드레스 때 볼을 어디에 둬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골퍼는 많지 않다.
좋은 어드레스를 위해서는 볼 위치를 제대로 놓는 것이 중요하다. 최나연은 지금도 연습 때마다 스틱을 사용해 열십자 모양으로 정렬해놓고 드라이버샷 연습을 한다. 이렇게 하면 항상 볼과 타깃을 향해 스탠스를 정확히 잡을 수 있게 돼 좋은 샷을 만들 수 있다.
몸의 회전 능력을 높인다
몸이 많이 꼬일수록 풀리는 순간 많은 힘이 생긴다. 그러나 상체를 많이 회전시키려다 보면 하체가 흔들리거나 오른쪽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생긴다. 이렇게 되면 힘들여 상체를 회전시킨 효과를 별로 기대할 수 없다. 오른쪽 다리 안쪽에 힘을 주고 밀려나지 않도록 최대한 버틴다.
이를 위해 연습 때마다 드라이버를 등 뒤로 잡은 채 백스윙 때처럼 상체를 회전시키는 것을 여러 차례 해보는게 좋다. 이런 연습을 꾸준히 하면 몸이 회전할 수 있는 반경을 늘릴 수 있다. 비거리는 힘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유연성과 순발력에서 나온다.
하체의 리드로 다운스윙한다
하체를 무너뜨리지 않고 백스윙을 마쳤다면 절반 이상 성공한 셈이다. 이제 하체, 특히 히프가 타깃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상체와 팔이 따라오면 된다. 꼬임과 풀림 등 회전이 정확하게 이뤄지면 비거리는 이전보다 향상될 수밖에 없다. 헤드스피드는 그 이후에 높여도 늦지 않다.
볼을 억지로 띄우려는 동작은 금물
아마추어 골퍼들 중 샷이 들쭉날쭉한 경우를 보면 오른쪽 어깨와 오른쪽 다리가 주저앉으면서 상체가 뒤로 쏠리고, 체중이 뒤에 남아있는 걸 자주 볼 수 있다. 이런 자세로 임팩트가 되면 방향성은 물론 비거리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백스윙 때 비축된 힘이 흩어져버리고 축도 안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임팩트 순간 오른쪽 무릎이 앞으로 나간다는 느낌을 가져야 한다.
다운스윙을 할 때 왼쪽으로 체중을 이동하면서 왼쪽 다리가 벽처럼 견고하게 버텨줘야 한다. 그러면서 왼쪽 무릎이 살짝 구부러지며 볼 쪽으로 나간다는 느낌으로 임팩트를 해보자. 이렇게 되면 축이 좌우로 스웨이되지 않으면서 정확한 임팩트가 가능하다.
스윙의 집중력은 체력에서 나온다
골프에서 샷의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체력도 매우 중요하다. 결국 집중력도 체력에서 나온다. 체력이 약해지면 스윙이 아래위로 흔들려 결국 뒤땅이나 토핑 등 미스 샷이 나오게 된다. 이 때문에 최나연의 경우 일주일에 6일 이상 1~2시간의 체력훈련을 반드시 한다. 근육을 기르는 것은 거리를 늘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바로 안정된 샷을 위해 체력을 키우면 자연스럽게 비거리가 늘어난다. 라운드 도중 배가 고프지 않더라고 틈틈이 빵이나 바나나, 물을 섭취하면서 체력을 유지시켜주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