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브랜드 링컨은 1920년 설립되었다. 링컨의 설립자인 헨리 릴랜드(Henry Leland)는 공교롭게도 1900년대 초 캐딜락을 설립했던 인물. 동업자와의 의견충돌로 캐딜락을 떠난 릴랜드는 독자적으로 자동차 엔진을 제작하다 링컨 자동차를 정식으로 설립하게 됐다. 탁월한 엔지니어였던 그는 V8 엔진을 올린 L시리즈를 야심작으로 내놓았으나 실패하고 만다. 기술력은 좋았지만 경영능력과 시장을 보는 안목이 그에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바로 그때 그에게 손을 내민 인물이 당시 포드 사장이었던 에드셀 포드. 경영능력이 모자랐던 엔지니어와 프리미엄 브랜드가 필요했던 포드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링컨은 1922년 포드에 합병됐다.
포드를 만나 날개를 단 링컨은 이후 승승장구하기 시작한다. 1936년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유선형 보디의 제퍼를 발표해 대성공을 거둔 이후 1940년에는 훗날 링컨 브랜드의 간판스타가 된 컨티넨탈 시리즈를 발표한다.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이자 미국 유일의 4선 대통령인 프랭클린 D. 루스벨트가 자신의 전용차로 링컨 컨티넨탈 리무진을 선택하면서부터 링컨은 ‘대통령이 타는 차’라는 영예로운 별칭까지 얻게 되었다. 링컨은 이후 해리 트루먼과 존 F. 케네디, 린든 존슨, 리처드 닉슨, 그리고 최근의 조지 H. W. 부시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미국 대통령들의 전용차로서 역사의 현장을 함께 누볐다.

명예회복 선언한 링컨 최초의 크로스오버
잘 나가던 링컨에게도 시련은 찾아왔다. 바로 1990년대부터 본격화한 독일과 일본 브랜드의 북미 프리미엄 시장 공략이 그것이다. 여기에다 국제유가까지 솟구치기 시작하면서 링컨은 위기에 직면한다. 어려움이라고는 모른 채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으로 여유로운 세월을 지내온 링컨으로서는 극복하기 어려운 위기였다.
하지만 오랜 세월 쌓아온 저력은 그 같은 위기의 순간에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재기의 신호탄은 바로 2005년 가을 내놓은 제퍼(Zephyr) 세단. 1930년대 히트작의 이름을 그대로 재현한 제퍼는 유럽 고급 세단 스타일의 세련된 디자인으로 순식간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자신감을 회복한 링컨은 2007년 북미국제오토쇼에 이전까지의 미국차와는 180도 다른 ‘새로운 개념의 아메리칸 프리미엄’을 공개한다. 바로 브랜드 최초의 크로스오버인 MKX와 프리미엄 세단 MKS였다. 특히 MKX는 개성 넘치는 디자인에 크로스오버라는 당시로서는 낯선 개념, 그리고 일관성 있는 스타일링 언어로 주목을 받았다. MKX는 명예회복이 절실한 링컨의 기대를 양 어깨에 짊어지고 있었다. 발표와 동시에 쏟아진 스포트라이트는 그 같은 링컨의 기대가 결코 헛된 것이 아님을 입증해보였고, 이후 시장에 출시된 MKX는 시장의 인기를 끌며 ‘새로운 링컨’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해오고 있다.
초대 MKX는 철저히 직선을 중심으로 한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었다. 외관에서부터 실내에 이르기까지 MKX에서 찾아볼 수 있는 디자인 언어는 오로지 직선뿐이었다. 미국 자동차 디자인이 원래 시원시원한 직선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긴 했지만, 이토록 철저히 직선을 위주로 한 디자인은 보기 드문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 이전까지의 미국차에서 볼 수 없었던 마무리와 디테일도 시장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최첨단 IT 기술로 고급차의 새 지평 열어

데뷔 직후부터 호평을 받으며 맹활약해온 MKX는 지난해 하반기 2011년형으로 다시 한 번 변신을 꾀한다. 새로 선보인 2011년형 MKX의 핵심 중 하나는 역시 디자인. 철저히 직선 위주로 다듬었던 구형과 달리 이번에는 직선과 곡선을 자유자재로 엮어 절묘한 스타일을 완성해냈다. 링컨 브랜드의 새로운 얼굴로 자리 잡은 거대한 ‘스플릿-윙’ 라디에이터 그릴로 치장한 앞모습은 이제 완전히 회복한 링컨의 자신감을 그대로 드러낸다. 특히 이번 신형 프로젝트에는 한국인 디자이너 하학수씨(40)가 외관 디자인 책임자로 참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2011년형 MKX의 진면목은 외관이 아니라 실내에 숨어있다. 바로 마이크로소프트와 공동으로 개발한 ‘마이링컨 터치’ 시스템. 이 획기적인 시스템은 MKX를 자동차가 아니라 움직이는 거대한 컴퓨터 시스템으로 바꿔놓았다. 8인치 LCD 모니터와 각종 터치 패드로 꾸며진 마이링컨 터치를 이용하면 터치스크린 기능을 통해 오디오와 실내온도 조절, 내비게이션, 노트북과 연동한 무선인터넷까지 즐길 수 있다. 휴대폰 블루투스 기능을 연결하면 자동차의 모니터를 마치 휴대폰처럼 사용할 수 있으며 아이팟을 연결해 앨범 재킷을 검색하며 음악을 즐길 수도 있다.
이 같은 모든 기능은 센터페시아의 모니터뿐 아니라 속도계 좌우측에 하나씩 마련한 4인치 모니터를 통해서도 구현된다. 그래픽은 화려하면서도 눈에 쏙쏙 들어오는 디자인이어서 시야를 전혀 해치지 않는다.
디지털 카메라나 USB를 허브에 연결하면 자동차 자체를 마치 컴퓨터처럼 활용할 수도 있다. 손가락 끝으로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척척 반응하는 터치 패드 역시 이 같은 성격에 걸맞은 재미있는 장비. 특히 고무재질의 슬림 패드에 손가락을 갖다 대고 좌우로 스르르 문질러 오디오 볼륨이나 실내온도 등을 조절할 수 있는 터치 슬라이더는 신기하기까지 하다. 터치스크린과 터치 패드, 그리고 계기반을 화려하게 수놓는 4인치 모니터의 그래픽은 사용자에게 단순히 자동차 운전뿐 아니라 ‘멀티미디어 세상을 사는 즐거움’까지 전해주는 미래형 장비다. 20세기 초 태어나 미국 자동차 산업에 날개를 달아주었던 프리미엄 브랜드 링컨은 21세기에 접어든 지금, IT 기술이라는 새로운 날개를 달고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 Tip. 마이링컨 터치 드라이버 커넥트 시스템 |
2011년형 링컨 MKX에 올라간 마이링컨 터치는 센터페시아의 8인치 LCD 터치 스크린과 터치 패드, 터치 슬라이더, 그리고 스티어링 휠 좌우 스포크에 마련한 5-웨이 조작버튼 등으로 구성된다. 스티어링 휠의 조작버튼은 휴대폰 버튼의 조작감을 그대로 응용해 섬세한 제어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음성인식 기능을 갖춘 싱크(SYNC)는 미리 연결등록을 해놓은 휴대폰 블루투스와 연동해 핸즈프리 통화를 돕는다. 블루투스로 연결되고 나면 휴대폰의 숫자판이 8인치 터치 스크린 모니터에 그대로 떠 한결 안전하고 편리하게 전화를 이용할 수 있다.
CD는 물론, USB와 MP3 등 저장수단에 상관없이 저장해놓은 음악을 꺼내 들을 수 있는 것도 마이링컨의 장점 중 하나. 아이팟과 연결해 음악을 들을 때는 8인치 모니터에 해당 곡의 앨범 재킷 이미지가 함께 뜬다. 아이팟 터치와 똑같은 기능으로, 차 전체가 거대한 아이팟으로 변신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섬세한 실내 온도 조절과 오디오 작동은 물론, 스케줄 관리에 이르기까지 운전자에게 필요한 거의 모든 기능이 2011년형 링컨 MKX의 센터페시아에 모여있는 셈이다.
버튼이나 다이얼을 모두 없앤 터치 패드도 주목할 장비. 스마트폰 조작하듯 터치 패드를 가볍게 건드리거나 손가락 끝으로 정교한 터치를 함으로써 모든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

미니 시승기
“프리미엄 크로스오버, 터치패드로 세상을 현혹하다”
2011년형 링컨 MKX의 존재감은 엄청나다. 어떤 장소에서든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이 차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주변을 압도한다. 관건은 역시 디자인. 철저히 직선 위주로 독특한 개성을 만들어냈던 구형과 달리 2011년형은 유연한 곡선과 과감한 면의 교차를 통해 강렬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거대한 ‘스플릿-윙’ 라디에이터 그릴은 압도적인 앞모습을 만들어내고, 터질 듯 풍만한 프런트 펜더는 미국 대표 프리미엄 브랜드다운 자신감을 드러낸다.
MKX는 어차피 처음부터 파격적인 존재였다. 지난 2007년 디트로이트 오토쇼를 통해 처음 등장할 때부터 그 독특한 개성은 모든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가장 미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임’을 보여주겠다는 게 당시 링컨의 지향점이었다.
구형 MKX가 링컨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냈다면, 신형은 앞으로 다가올 링컨의 미래를 보여준다. ‘마이링컨 터치 드라이버 커넥트 시스템’은 2011년형 MKX가 보여주는 미래의 일부분이라 하겠다. 마치 스마트폰처럼 가벼운 터치나 음성인식으로 차 내의 모든 시스템을 제어할 수 있도록 한 이 장비는, 그 장비 자체도 대단한 볼거리지만 그보다도 이 같은 시스템을 착안해낸 아이디어가 더 신선하다.
시동키를 꽂을 필요 없이 몸에 지니고 있기만 하면 되는 스마트키 시스템. 스타트/스톱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건다. 2011년형 MKX에 올라간 엔진은 신형 V6 3.6리터 Ti-VCT. 묵직한 중저음을 내는 이 엔진은 구형보다 40마력 가까이 증가한 309마력의 최고출력을 낸다. 시동을 거는 순간 마치 화려한 그래픽 쇼처럼 조명이 들어오는 계기반과 센터페시아 그래픽은 눈을 즐겁게 해준다. 높다란 시트 포지션이 몸을 편안하게 해주고 묵직한 시동음이 귀를 즐겁게 해준다면, 계기반의 현란한 그래픽 쇼는 눈을 들뜨게 만든다. 어느 새 차 안까지 깊숙이 파고 들어온 멀티미디어 세상의 즐거움은, 이토록 오감을 구석구석 자극한다.
천장은 전체가 온통 유리로 덮여있다. 탑승자에게 후련한 개방감을 선사하는 글라스 루프는 요즘 한창 유행하는 최신 트렌드. 특히 이 차처럼 덩치가 큰 차에 이를 적용하자면 반드시 차체 강성이 보장되어야만 한다. 신형의 차체가 그만큼 잘 다듬어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운전자뿐 아니라 뒷좌석 탑승자에게까지 개방감을 줄 수 있다는 건 글라스 루프의 큰 장점이다. 대시보드나 시트 등 실내 마무리도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진일보했다.
2011년형 링컨 MKX의 주행감은 전형적인 미국 고급차의 느낌 그대로다. 특히 중저속을 일정속도로 주행하는 크루징 성능은 흠잡을 데가 없다. 안락하고 편안하게 나아가는 느낌은 파도 하나 없는 수면 위를 미끄러져가는 것만 같다. 미국차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처음엔 다소 무겁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익숙해지고 나면 생각보다 든든한 신뢰감을 주기도 한다. 워낙 체구가 당당한 탓에 급가속을 할 때는 한 번 숨을 고르고 나아간다. 아무래도 차의 성격상 민첩한 몸놀림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하긴 이 차를 몰고 복잡한 거리를 촐싹대며 달릴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전반적인 가속성능은 힘차고 뿌듯하다. 미국차 특유의 기운차게 밀고 나가는 느낌은 또 다른 쾌감을 안겨준다.
2011년형 링컨 MKX에는 구석구석 정성껏 기울인 기색이 역력하다. 링컨이 지난날 어려움을 겪으면서 스스로의 위치와 미국차의 현실에 대해 얼마나 깊은 고민을 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미국을 대표하는 고급 브랜드로서 어느 정도의 위기의식을 갖고 있으며, 그 위기의식을 제품에 얼마나 발전적으로 구현했는지도 잘 볼 수 있다. 링컨은 어떻게 해야 시장의 관심을 끄는지 알고 있다. 바로 미국 자동차 산업의 저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