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두바이 간의 에미레이트항공을 이용하는 한국 승객들은 기내에서 몇 번을 놀란다. 처음에는 10여명에 달하는 한국인 승무원에 놀라고, 한국인 입맛에 딱 맞는 기내식에 다시 놀란다. 또 이코노미석까지 개인 모니터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수백개에 달하는 영화 프로그램에는 눈이 휘둥그레진다.
- 약력 1958년생. 1983년 단국대 전자공학과 졸업. 84년 노스웨스트항공 입사. 97년 노스웨스트항공 김포지점장. 2005년 ~ 현재 에미레이트항공 한국지사장.
- 약력 1958년생. 1983년 단국대 전자공학과 졸업. 84년 노스웨스트항공 입사. 97년 노스웨스트항공 김포지점장. 2005년 ~ 현재 에미레이트항공 한국지사장.

 “한국인 승객을 위해 김치, 미역국, 된장국 등을 기내식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두바이의 기내식 제조공장에서 김치를 만들어 한국으로 들어오는 항공편에도 김치를 내놓습니다. 이는 국내 항공사도 못하는 서비스입니다.”

이상진 에미레이트항공 한국지사장은 특히 한국인 직원만 730명에 달하기 때문에 인천~두바이 노선뿐 아니라 어느 노선에서도 한국인 승무원으로부터 최상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 승무원뿐 아니라 1만여명에 달하는 150여개 국적의 승무원들도 한국 승객에 대한 특화된 서비스 교육을 정기적으로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기업의 중동 진출 교두보 역할

에미레이트항공이 서울~두바이 노선에 취항한 것은 2005년 5월1일. 에미레이트항공의 취항으로 중동, 아프리카 여행이 한층 편리해졌으며, 한국에서 유럽 유수의 도시로 편안하게 갈 수 있게 된 것. “특히 한국인들이 아프리카에 진출하는 데 에미레이트항공이 큰 역할을 했어요. 에미레이트항공이 취항하기 전에는 한국에서 아프리카 지역을 하루 만에 간다는 것은 불가능했어요. 에미레이트항공 취항 이후 두바이를 허브로 아프리카 노선이 연결되면서 아프리카 전 지역을 24시간 안에 오갈 수 있게 됐죠.”

2004년 3만7000여명에 불과했던 양 지역간 항공 승객은 연간 26만명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현재 인천~두바이 노선의 탑승률은 80%가 넘는다. 한국지사의 매출 역시 2005년 330억원에서 지난해 1700억원으로 늘었다.

두바이를 경유하거나 방문하는 한국인은 연간 7만여명. 이중 90% 이상이 비즈니스 수요라는 점에서 에미레이트항공은 미국, 유럽 중심의 경제 교류의 지평을 중동으로 넓힌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에미레이트항공이 한국에서 자정에 출발해 새벽 5시에 두바이에 도착하는 비행일정을 마련한 것도 이러한 비즈니스 승객을 감안해서였다.

이 지사장은 에미레이트항공이 중동과 한국을 잇는 가교역할을 한다는 점에 대해 주저함이 없었다. “두바이와 중동 지역으로 가장 많이 운송되는 한국의 수출품은 휴대전화, TV 등 첨단 IT제품입니다. 에미레이트항공이 국내 대기업의 중동과 아프리카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했다고 자신합니다.”

에미레이트항공의 한국시장에 대한 높은 관심은 ‘하늘의 호텔’로 불리는 에어버스사의 차세대 항공기인 A380기를 동북아시아 최초로 인천~두바이 노선에 투입했다는 점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A380 항공기는 한 번에 최대 700명을 실어 나를 수 있는 초대형 항공기로 고효율·저소음의 친환경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에미레이트항공은 전 세계 항공사들 중 최대 규모인 총 90대의 A380기를 주문했으며, 현재 15대가 운항 중이다.

인천~두바이 노선에 운항 중인 A380기는 2층에 따로 있는 일등석 14석과 비즈니스석 76석, 아래층의 일반석 421석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일등석과 비즈니스석은 180도로 펼쳐지는 좌석과 샤워 스파, 바 라운지 등 호화 설비를 갖추고 있다.

1985년 설립된 에미레이트항공은 UAE의 두바이를 허브로 현재 65개국 109개 도시에 취항하고 있다. 유럽은 27개 도시를 매일 연결한다. 국제선 기준으로 세계 최대 규모 항공사다. 에미레이트항공은 두바이 정부가 지분 100%를 소유한 국영기업이지만 설립 이후 단 한 푼의 정부 보조금도 받지 않고 매년 20% 이상 성장해왔다. 두 대의 항공기로 운항을 시작한 에미레이트항공은 2009년 회계연도(2010년 3월 결산)에 118억달러의 매출과 9억6400만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할 정도로 세계적인 항공그룹으로 성장했다.

이는 A380기 등 신기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와 150여 개국 출신의 다국적 승무원 배치로 고객의 만족도를 높인 전략이 적중했기 때문이다.

차별화된 마케팅·서비스로 급성장

이 지사장은 2005년 3월 에미레이트항공에 합류할 때까지 20여년간 노스웨스트항공에 몸담아 온 항공업계 베테랑이다. 1984년 노스웨스트항공에 입사한 그는 1997년 최연소 김포공항 지점장으로 발탁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고, 2001년에는 인천공항 지점장으로 개항 프로젝트를 총괄하기도 했다. 1년 반 정도 항공업계를 떠났던 그는 외국계 항공사의 한국지사장은 외국인이 맡는다는 관례를 깨고 2005년 항공업계로 컴백했다.

이 지사장은 에미레이트항공의 성공요인으로 차별화된 마케팅과 서비스를 꼽았다. “에미레이트항공이 인천~두바이 노선에 취항할 때만 해도 ‘한국에서 승객을 끌어 모을 수 있겠어’라고 주변에서 우려했던 게 사실입니다. 주변에서 말리기도 했고요.”

그는 항공사를 알리기보다는 두바이의 매력과 진가를 알리는 데 마케팅의 초점을 맞췄다. 또 기내에 한국인 승무원을 최소 3명 이상 배치하고 김치볶음밥과 된장국 같은 한국음식도 매달 새롭게 선보였다. 그의 전략은 맞아 떨어졌다. 창의성을 앞세운 두바이 경제가 살아나면서 취항 반년 만에 흑자를 달성했다. 2007년엔 이 항공사의 신규 취항지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영업 실적을 거둔 지점으로 뽑히기도 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 두바이도 자유롭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세계 항공 수요가 급감하는 상황에서도 두바이공항 이용자 수는 오히려 11% 늘어났어요. 경제와 물류의 세계 허브로서 두바이의 역할은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어요. 위기를 겪은 후 두바이는 더욱 탄탄해졌고요.”

그는 “그동안 힘든 것은 많았지만 어려운 일은 없었다”며 “A380기를 통해 인천~두바이 하늘 길을 더 확실히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