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투자자문 시장의 ‘신데렐라’ …
밑바닥부터 올라 성공한 자수성가형 CEO

< 한국창의투자자문 핵심운용전략 >
* 메가트렌드의 흐름에 부합 여부
* 업황의 장기성장성
* CEO와 기업의 미래 통찰력
* 글로벌 가격경쟁력의 유무
* 글로벌 구조조정 여부
* 시장점유율 확대 추이
* 실적의 항상성과 예측 가능성
* 인플레이션 헷지대상으로서의 가치
* 장기 투자자 수급요인
지난해 말부터 여의도 증권시장에서 핫이슈로 부상한 단어는 바로 ‘자문형 랩’일 것이다. ‘잠시 저러다 말겠지’라며 외면했던 기관들마저도 어엿한 자산시장의 한 축으로 성장한 자문형 랩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한국창의투자자문은 여의도 투자자문 시장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다. 회사 창립 후 투자자금 모집 한 달 만에 1조4000억원의 돈을 빨아들여 최단 시간, 가장 많은 자금을 끌어 모은 투자자문사로 기록됐다. 현재 추산되는 전체 투자자문 시장은 대략 5조~6조원 선. 백분율로 환산해도 한 달 만에 한국창의투자자문의 시장점유율이 23~28% 선으로 커진 셈이다.

- 김영익 한국창의투자자문 리서치&마케팅 부문 대표
환상의 ‘증시 콤비’ 여의도를 뒤흔들다
여의도 증권가에서 서 대표, 김 대표는 가장 주목받는 뉴스메이커다. 일단 두 사람은 이력부터 화려하다. 서 대표는 대표 주식형 펀드로 평가받는 ‘미래에셋디스커버리주식형펀드’를 기획, 운용한 스타 펀드매니저 출신이다. 규모도 규모거니와 운용수익률 면에서도 미래에셋디스커버리주식형펀드는 국내 펀드사의 한 획을 그은 대표 상품이다. 2004년부터 2009년까지 그가 운용한 11개 펀드의 연 평균 수익률은 35.25%를 기록해 벤치마크 수익률(15.46%)을 두 배 이상 앞섰다.
김 대표는 또 어떤가. 얼마 전까지 그는 여의도 증권가에서 ‘족집게’로 통했다. 국내 최고의 이코노미스트라는 찬사를 받았다. 하나대투증권은 김 대표(당시 리서치센터장)의 투자정보를 근거로 운용전략을 짠 ‘파워리서치랩(김영익랩)’을 판매하기도 했다. 김 대표의 투자이론이 얼마나 정확한지 한국은행은 그의 투자예측 모델을 비밀리에 알아볼 정도였다. 초기지만 시장의 반응은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금융당국이 “시장을 혼탁하게 만드는지 예의 주시하겠다”며 경고메시지를 보낸 것도 그만큼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걱정해서다.
한국창의투자자문의 자문형 랩 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서 대표와 김 대표는 요즘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강연 요청으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때문에 실제로 두 사람은 한 달 간 서로 얼굴 한 번 마주칠 시간이 없었다. 이번 인터뷰도 이미 각자 스케줄이 꽉 차 있어 지난 12일과 17일 따로 따로 진행했다.
최고의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라는 것 외에 이 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출신 지역도 서 대표는 경북 안동, 김 대표는 전남 함평이다. 출신대학도 서 대표가 연세대, 김 대표는 전남대다. 스타일도 다르다.
격물치지(格物致知) ∙ 창의(創意) 정신으로 도전
과연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 해답은 둘 다 지독한 ‘자수성가형’이라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상고 출신인 서 대표가 대학(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후 국민은행을 첫 직장으로 선택한 것도 순전히 생활고 때문이었다. 그러다 지난 2004년 대학동기인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을 만나면서 본격적인 펀드매니저 인생을 시작한 것이다. 김 대표 역시 가정형편이 어려워 농업고교조차 제대로 마치지 못하고 결국 대학(전남대 경제학과)을 검정고시로 들어갔다. 하지만 특유의 성실함으로 서강대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대신증권과 하나대투증권에서 최정상 애널리스트로 활약했다.
“원래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직을 올해 3월까지 하기로 계약돼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날 서 대표가 전화를 해서 ‘좋은 회사 함께 만들어보자’고 제의를 하는 게 아니겠어요. 물론 대형 자산운용사로 갈 수도 있었죠. 하지만 정말 멋진 회사를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에 왔습니다. 그래서 사표 들고 김승유 회장님(하나금융그룹 회장)께 가니 벌컥 화부터 내시더라고요. 아쉬워서 그러신 걸 겁니다.”
서 대표와 김 대표는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 시절부터 궁합이 잘 맞았다. 서 대표가 국민은행 주식운용담당과 미래에셋 펀드매니저로 있을 때 김 대표는 대신증권,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로 손발을 맞췄다. 지난 2005년 김 대표가 처녀작 <반드시 돈되는 저평가된 주식을 찍어주마>를 발간할 때 미래에셋 자산운용본부장이었던 서 대표는 기꺼이 추천서를 써줄 정도로 둘은 막역한 사이였다.
서 대표가 회사 이름에 창의(創意)라는 단어를 사용한 데는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창의는 격물치지(格物致知)와 성의정심(誠意正心)이 바탕이 됩니다. 사물의 이치를 연구해 지식의 경지에 이른다는 격물치지가 펀더멘털(기초)이라면 성의정심은 컴플라이언스(준법)를 의미하죠. 그런데 이 둘만 갖고는 한계가 있어요. 그 연결고리가 바로 창의입니다. 자산운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 바로 창의예요. 우리가 추구하는 것도 결국 이 세 가지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서재형 한국창의투자자문 대표
국내 성장형 가치 투자 ‘1인자’
서 대표는 장기투자의 신봉자다. 김 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창의투자자문이 판매하는 장기성장형(Closed) 상품은 3년 이상 투자할 의향이 있는 투자자에게만 제공되는 상품이다. 만약 중간에 환매하면 운용수익 중 일정액을 떼고 돌려받는다. 핵심 대형 우량주 20여 개로 구성된 정통 액티브형 자문형 랩도 내놨다. 이 상품은 시가총액이 최소 3조원 이상인 기업으로만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상품으로 업종별로는 IT가 22~23%, 운수 장비분야가 35%, 화학이 10%, 금융이 20% 기타 12~13%로 구성됐다.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신한지주, KB금융, 삼성물산 등 블루칩 일색이다.
“아예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시세판을 몇 년 간 덮어놓고 장기간 돈을 묻어놓을 분들께 권하고 싶습니다. 저희는 종목 매매회전율이 제로예요. 지난해 12월13일부터 판매를 개시했는데 그때 투자를 일임한 고객은 한 달이 지난 1월12일 현재 수익률이 6.6%예요. 배당수익까지 더하면 7.7%죠. 참고로 같은 기간 동안 코스피지수는 4.7% 올랐습니다. 갑, 을 관계에 있어 갑의 위치에 있는 아날로그 기업도 투자대상이죠.”
서 대표는 장기투자형 가치주를 발굴하는 능력만 놓고 보면 국내 최정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같은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있다가 지금은 독립 투자자문사를 세운 박건영 브레인투자자문 대표가 단기 주식매매의 고수라면 서 대표는 성장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발굴해 수익률을 높이는 데 발군의 능력을 보여 왔다. 다른 가치투자 전문가들이 기업가치를 밸류에이션으로 환산해 저평가된 종목을 발굴하는 데 급급하고 있다면 그는 여기에 미래성장성을 더해 종목을 추려낸다. 어찌 보면 가장 정석다운 가치투자법이다.
“주식투자는 인문학 … 흐름 볼 줄 알아야”
문제는 미래를 예측해내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그를 ‘가치투자자’라고 부르기보다는 ‘성장가치투자자’, ‘성장주 투자자’로 분류하고 있다. 태양광 관련주인 OCI(옛 동양제철화학)에 투자해 2년 만에 10배 이상 차익을 남겨 ‘태양신’, ‘솔라 서’라는 별명이 붙은 게 대표적인 예다.
“주식투자는 인문학이에요. 흐름을 볼 줄 알아야 합니다. 기후변화라는 화두를 발견한 것도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쓴 ‘불편한 진실’이라는 책을 읽어서였죠. 이 화두는 당분간 계속될 겁니다. 전기가 미국 산업에 미친 파급효과가 얼마나 이어졌는지 아세요. 무려 40년 간 지속됐습니다. 기후변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에 이머징 국가들의 성장이 맞물리면 시장 규모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집니다. 당장 중국이 제12차 경제개발계획에 신재생에너지를 화두로 내걸지 않았습니까.”
아울러 서 대표는 △인구구조 변화 △넥스트 10(신흥경제대국)의 부상 △컨버전스 등을 앞으로 주식투자 화두로 제시했다. 남반구가 자원이라면 북반구는 상품교역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자본주의의 변화라는 측면에서 볼 때 ‘승자독식은 심화된다’는 것 또한 그의 생각이다.
“산업 사이클이 짧아질수록 1등만 돈 버는 세상이 될 겁니다. 신재생에너지가 돈이 된다고 해서 후발주자들이 뛰어들어봤자, 결국 돈은 1등밖에 벌 수 없는 구조죠. 치고 올라오는 중국의 기운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고요. IT와 같은 신기술 분야에 있어선 중국의 추격속도가 힘에 벅차겠지만, 전통제조업 그러니까 손재주를 요하는 제조업은 제아무리 중국이라도 쉽게 추격하기 힘들 겁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결국 숙련된 기능공을 따라잡지 못하는 법이죠.”
유동성 증가에 따른 호황에 대해서는 김 대표도 동의했다.
“2017년까지는 글로벌 경제가 소비중심의 높은 경제성장을 기록하는 이머징 국가를 중심으로 돌아갈 겁니다. 그리고 여유자금이 넉넉한 기업들도 굉장히 많습니다. 인구구조로 살펴볼 때도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돈이 흘러들어올 수밖에 없어요. 일본, 미국의 예를 보면 35~55세 인구 비중이 감소하면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우리나라는 올해 35~55세의 인구비중이 정점이에요. 서울대 조사에 따르면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들의 금융자산이 평균 4500만원이라고 합니다. 순 금융자산은 1000만원에 불과하죠. 결국 앞으로 은퇴세대들은 집을 줄여 살아나가야 해요. 따라서 유동자금은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옮겨 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김 대표는 “유동성 과잉 영향으로 앞으로 3년 안에 주식시장에 ‘미니 버블’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때문에 직접투자보다는 간접투자, 즉 펀드가 유리하다고 김 대표는 조언한다. 인도, 브라질, 멕시코, 터키 등 이머징 국가 펀드를 유심히 살피라는 말도 덧붙였다.
시장의 지나친 관심 때문에 최근 주식시장에서는 ‘창의주 따라하기’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인지 서 대표는 “단기투자로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이 우리를 따라하면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면서 “우리가 시가총액이 작은 기업주식을 매수하지 않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 대표는 인터뷰 내내 ‘쏠림의 부작용’을 설명했다. 그러나 지나친 분산 투자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아서는 안 되지만, 분산하는 과정에서 바구니에 계란이 아닌 다른 게 들어가서도 안 됩니다. 알짜다 싶은 기업 몇 개만 고르면 충분합니다. 우리 증시에서 이런 종목은 2.5%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런 종목을 골려내야죠. 주식투자는 회사의 부를 개인과 나누는 것입니다. 삼성전자의 성장을 지켜보는 게 주식 투자의 정석이 아닐까요.”
이에 대해선 김 대표의 생각도 비슷하다. 그의 계량분석 모델로 살펴봐도 앞으로 우리 주식투자는 1등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커지는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김 대표는 “이 때문에 우리 회사가 강조하는 종목 선택의 첫 번째 기준이 ‘넘버 원(NO 1)’이 아니라 ‘온리 원(Only 1)’”이라면서 “오랜 시간 묻어둘 ‘엄마 품’처럼 편한 주식을 산다면 큰 손해는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올 주식시장은 마냥 좋기만 한 것일까. 이에 대해서 김 대표는 “파란 하늘(호황기)에도 천둥과 벼락(악재)은 숨어 있기 마련”이라면서도 “올해 주식시장은 워낙 호재가 많아 코스피 지수가 2300포인트 이상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주식비중은 당분간 늘리는 게 좋습니다. 부동산 비중은 줄이고요. 제가 요즘 관심을 갖는 게 인플레입니다. 이렇게 돈이 많이 풀리면 인플레가 확대될 겁니다. 일반적으로 인플레시대에는 부동산 투자가 좋은데, 지금 인구구조로 보면 그렇게 좋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채권투자요? 금리가 오르기야 하겠지만 예전처럼 두자릿대로 오르기는 어렵기 때문에 채권으로 돈버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그렇다면 역시 주식밖에 남는 게 없습니다.”
아울러 김 대표는 “원자재값 상승을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자재 관련 펀드나 원자재 수출로 이득을 보는 국가, 또 가능하다면 해당 국가의 통화에 직접 투자하는 것도 괜찮다는 입장이다.

원자재 수출국 펀드 유망
“이미 발빠른 부자들은 인도네시아, 브라질, 인도의 통화를 직접 매수해 투자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를 채권투자로 접근하는 것도 괜찮다고 봅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두 대표 모두 ‘고객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두 사람 모두 몰려드는 투자 강연회가 귀찮기는커녕 즐거운 모양이다. 서 대표는 이를 ‘소명의식’으로 표현했다.
“저 혼자 돈 벌 생각이었으면 이 짓(자문사 설립) 안했을 겁니다. 설립했더라도 지분을 70~80%로 높였겠죠. 그런데 이 회사에서 제 지분이 고작 35%입니다. 나머지는 직원(30%)과 관계증권사(35%)가 갖고 있죠. 주식 투자에 대한 고객들의 편견을 바꾸는 게 저로서는 사명처럼 느껴집니다.”
김 대표 역시 강연을 다니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그는 “장기와 가치주 투자에 대한 일반인 이해도가 예전에 비해 높아졌고 공부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진 것 같다”고 달라진 투자환경을 긍정적으로 표시했다.
“웃기게 들리겠지만 서 대표나 저나 사회 환원에 관심이 많습니다. 우리가 돈 번 것도 일정부분 사회로 환원할 생각입니다. 사표를 내러 김승유 회장님께 가서 이런 말씀을 드렸습니다. 앞으로 돈 많이 벌어서 하나고등학교에 장학금 내고 싶다고 말이죠. 우리 둘은 가끔 그런 얘기를 나눕니다. 한 명이 먼저 세상 떠나면 상대방 무덤 찾아가서 ‘고생했다. 애썼다’며 소주 한 잔 기울이기로요. 제가 나이가 8살 위니 서 대표가 저에게 그렇게 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