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 원당동 농협대학 안에 위치한 농촌사랑지도자연수원은 원래 새마을운동의 태동지로 유명하다. 이곳이 최근에는 도농 상생의 핵심인재를 양성하는 곳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개원 5주년을 앞둔 지난 2월15일 연수원을 찾았다.
- 마을지도자들이 연수원에서 농어촌체험지도자교육을 받고 있다.

농촌사랑지도자연수원이 문을 연 것은 2006년 2월22일 오후 2시22분. 도시와 농촌 둘이 함께 상생하는 방법을 교육하는 곳이라는 의미에서였다. 연수원의 개원은 농협중앙회와 경제단체가 함께 전개하고 있는 농촌사랑운동에서 비롯됐다.

농협중앙회와 경제5단체는 지난 2003년 12월부터 농산물시장의 개방 확대와 노령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촌 마을에 희망과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농촌사랑운동을 전개해왔다. 농촌사랑운동의 근본 취지는 ‘농촌은 도시에 건강, 휴양, 정서,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해주고 도시는 농촌에 소득과 활력을 주자’는 것이다.

마침 주5일제 근무의 정착과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도시와 농촌간의 교류는 자연스럽게 확대되면서 도농 상생의 장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도농교류와 농촌 마을에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전문가는 거의 없는 실정이었다. 농촌 주민들은 변화에 거부감을 나타냈고, 이들을 설득할 리더들이 필요했다. 도시도 마찬가지였다. 연수원이 설립된 것도 이 때문이다.

윤종일 농촌사랑지도자연수원장의 말이다. “농촌 해체의 위기를 극복하고, 도시민의 고향이자 휴식처인 농촌을 살리고 도시도 건강해지는 도농교류가 주목을 받았어요. 하지만 이러한 도농교류를 이끌 인재는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어요. 그래서 농촌 마을 지도자, 도시민, 농협 임직원 등에 대한 교육을 담당하는 연수원을 설립하게 된 겁니다.”

- 연수원의 교육과정은 마을 체험프로그램에 바로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실용적이다(왼쪽). 교육생들이 서로 토의하며 과제를 준비하고 있다.

5개 연수과정 21개로 확대

개원 이후 5년간 연수원은 마을지도자, 도시민, 다문화가정 등 총 4만5000여명에 달하는 수료생을 배출함으로써 명실상부한 농촌사랑과 도농교류 인재 양성기관으로 인정받고 있다. 2006년 5개에 불과했던 연수과정은 연수생의 교육수요에 부합하는 ‘맞춤형 과정’을 지속적으로 개발한 결과, 현재는 21개 과정으로 확대 운영되고 있다.

특히 농촌마을의 가치를 인식시키고 도시민과 교류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마을지도자 대상 연수는 초급, 중급, 고급, 전문가과정으로 체계화됐다. 마을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한 세분화된 교육수요를 만족시켜주기 위해서다. 

개원 당시 마을지도자 과정은 초급수준의 ‘기본과정’ 1개만 운영됐다. 그러던 것이 2007년에는 더 심화된 교육을 해달라는 수료생의 요구에 따라 중급수준의 ‘심화과정’을 개설했고, 2009년에는 고급수준의 ‘아카데미과정’을 개발했다. ‘아카데미과정’까지 수료하게 되면 도농교류와 마을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게 된다.

또 교육 혜택을 받지 못하는 마을주민에게도 똑같이 교육시켜달라는 연수생들의 요구에 따라 연수원은 2007년부터 ‘마을주민 현장과정’을 개발, 운영해오고 있다. ‘마을주민 현장과정’은 연수원 교수가 교육을 원하는 농촌마을을 직접 방문해 마을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교육하는 과정이다.

정진욱 농촌사랑지도자연수원 교수는 “마을주민들이 태어나서 이렇게 좋은 교육을 처음 받았다고 말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현장교육은 교육혜택을 받지 못한 주민들에게 교육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한 장소에서 마을주민 전체를 교육하기 때문에 도농교류의 필요성 인식과 주민 간 화합적인 분위기 형성에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교육의 양적 성장과 함께 연수원은 도농교류 전문가 양성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2009년부터는 도농교류 전문가 교육과정인 ‘농어촌체험지도사’와 ‘농어촌마을해설가’ 교육과정을 개설했다. 이 교육과정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정부 인증을 받기도 했다. 연수원은 지난해 체험지도사 33명과 마을해설가 32명을 배출했다.

이 과정들은 마을지도자를 대상으로 14일간 100시간을 교육함으로써 전문가로서 도농교류 기획과 운영, 평가까지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준다. 농식품부의 교육과정 운영평가에서 최고등급인 A등급을 받을 정도로 교육내용이 우수하다는 평가도 받았다.  

연수원은 농촌마을지도자와 함께 도농교류의 한 축인 도시민에 대한 교육도 다양하게 펼치고 있다. 도시주부 대상의 ‘소비자과정’, 1사1촌 결연기업 대상의 ‘기업임직원과정’, ‘공무원과정’, 미래 농촌사랑운동의 후원자인 ‘청소년과정’ 등이 그것이다. 특히 도시민 대상 교육은 도농교류 이론교육과 함께 마을현장 농촌체험교육을 병행해 농촌이 주는 쾌적함과 행복감을 몸소 느끼도록 하고 있다.

최근에는 급증하고 있는 이민여성 농업인들이 농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교육과정도 마련했다. 연수원의 농촌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임형수 부원장은 “직접적인 지원보다는 농촌 마을이나 농민들이 농촌의 자원을 활용해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교육의 목표”라며 “뛰어난 강의역량을 갖춘 20여명의 교수진과 외부 전문가를 통해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을 지도자와 부녀회장, 운영위원장, 소비자단체, 일반 도시민들을 상대로 ‘농촌사랑 연수’를 시행하면서 도농교류, 농촌체험, 체류형 농촌관광 등은 점차 늘었다. 농협중앙회를 비롯해 정부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기업 등이 앞다퉈 나섰다. 특히 ‘1사1촌 운동’은 도농교류를 촉발시키는 계기가 됐다.

1사1촌 운동은 기업과 한 마을이 자매결연을 통해 일손 돕기와 농산물 직거래, 농촌 체험 및 관광, 마을 가꾸기 등 다양한 교류활동을 하는 사업이다. 초창기에는 기업 위주로 시작됐지만 점차 각 기관과 단체, 학교 등도 뒤를 잇고 있다.

현재 기업체와 농협, 소비자단체, 관공서 등 8180여곳이 농촌 마을과 자매결연을 맺고 다양한 교류사업을 벌이고 있다. 농산물 직거래와 일손 돕기 등 도농 간 교류금액은 해마다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한해 600억원을 넘어섰다. 농촌사랑연수원이 개원한 지난 2006년 이후 도농교류를 통한 누적 금액은 4190억원에 달한다. 1사1촌에 참여하는 회사를 비롯해 농촌에서 일손 돕기에 나서는 농촌사랑회원도 56만명에 이른다.

윤종일 원장은 “농촌사랑지도자연수원은 지난 5년간 농촌사랑운동의 인재 양성 메카로서 숨가쁘게 달려왔다”며 “앞으로 도농교류 전문가 양성기관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다양한 고급과정을 개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신설한 ‘마을지도자 사례강사 양성과정’은 도농교류 우수마을 지도자의 강의·발표능력을 향상시켰으며, 올해 개설된 ‘마을지도자 소통리더십과정’은 마을 주민 간 갈등해결 능력을 배양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내년부터는 매년 레크리에이션, 도농교류 기획, 인터넷 마을홍보 전문가과정들을 순차적으로 개설해 마을지도자들의 도농교류 실무지식을 배양해 나갈 계획이다.

또 연수원에서 배운 것을 마을의 1사1촌 도농교류에 잘 적용하고 있는 우수사례들을 수집해 e-북으로 제작, 전파하기로 했다. 최근 열풍이 불고 있는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SNS)를 활용해 농촌사랑연수에 대한 국민과의 접점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윤종일 원장은 “앞으로도 농촌과 함께 발전하는 ‘도농교류 전문인재 양성의 메카’로서 농촌사랑운동이 범국민적으로 확산되는 데 교육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Mini Interview 

윤종일 농촌사랑지도자연수원장

“농업의 가치 알게 하는 게 가장 큰 보람”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거나, 받는 방식의 도농교류는 오래 가지 못합니다. 농촌은 자매결연 기업 등 도시민들이 필요한 고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고, 도시민들은 농촌이 황폐화되면 정신적인 안식을 찾을 수 없다는 신뢰를 바탕으로 상생의 틀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이러한 도농교류는 우리 사회 전체를 건강하게 하는 기반이 될 겁니다.”

윤종일 원장은 “일방적인 지원보다는 농촌과 도시가 함께 잘 살자는 것이 도농교류”라며 “농촌사랑지도자연수원은 이러한 도농교류를 위한 핵심인재를 육성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개원 5주년을 맞은 연수원의 가장 큰 성과로 농촌주민들에게 ‘농촌의 가치를 활용해 도농교류를 하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농촌 마을지도자들이 연수원의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서 스스로 도농교류 방법을 기획하고, 추진할 수 있는 전문적인 역량을 길러주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얘기다.

“연수원의 가장 큰 목적은 도시민들과 농촌 주민들이 농촌의 가치를 깨닫게 하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도시민들에게는 우수한 우리 농산물을 직거래로 구입할 수 있도록 마을현장 방문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고요. 농촌 마을 주민들에게는 농촌의 가치를 상품화해 도시민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음을 인식시켜주고 있지요.”

1사1촌 등 도농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윤 원장은 마을주민들이 마을을 찾는 도시민들을 친부모처럼, 자기 자식처럼, 손자처럼 대하면 도농교류는 100% 성공한다고 자신했다. “도시민을 낯선 손님 대하듯 어려워하면 도시민들도 거북해 마을 방문을 주저하게 됩니다. 도시민을 자기 가족으로 대하게 되면 도시민들에게 하나라도 좋은 것을 나누어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겁니다. 또 도시민 입장에서는 우수한 농산물을 안심하고 구입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인식하고 도시민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농촌을 자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윤 원장은 스마트폰이나 SNS 등 다양한 채널을 활용해 농촌사랑연수 정보를 제공, 농촌사랑운동이 범국민운동으로 승화 발전할 수 있도록 교육적 지원을 적극 펼쳐나갈 계획이다.

“농촌사랑지도자연수원은 기능적인 인재를 양성하는 타 연수원과 달리, 농촌사랑운동과 도농교류 인재 양성이라는 특별한 사명을 갖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농촌사랑운동과 1사1촌 도농교류가 전 국민에게 확산될 수 있도록 마을지도자를 도농교류 전문가로 양성하고, 도시민에게는 농촌의 가치를 인식시키는 데 최선을 다할 겁니다.”

 

 도농교류 적용사례

인천 무의까치놀섬마을 정경자 사무장

연수원 교육과정 바로 적용…



프로그램 명품화 주력

정경자씨가 인천 중구 무의도에 이사를 온 것은 2003년 6월. 처음에는 식당을 경영하면서 무의도를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지만 마을의 주민으로 적응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까치놀섬마을 홈페이지에 틈틈이 글을 올리다가, 컴퓨터를 다룰 줄 안다는 이유로 전임 사무장의 추천을 받아 2009년 4월부터 사무장 업무를 시작하게 됐다.

막상 시작한 사무장 일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무엇부터 해야 할지, 홍보는 어떻게 해야 할지 등 모든 것이 낯설었다. 출근해서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앉아만 있다가 퇴근한 적도 있었다.

그러다가 만난 것이 바로 농촌사랑연수원이었다. 그는 교육을 받으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하나씩 알기 시작했다고 한다. 행정업무를 처리하는 것은 기본이고, 체험진행자 역할과 마을 주민 간 조정자 역할까지 해야 하는 사무장에게 연수원 교육은 꼭 필요한 것이었다.

정 사무장은 지난해 연수원 교육 과정에서 꽃을 눌러 공예품 등을 만드는 압화체험을 배운 후 이를 마을의 체험 프로그램으로 도입해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또 마을을 찾은 도시민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것도 연수원 교육 덕분이다.

연수원에서 배운 것을 어떻게 마을에 적용할까 하는 고민과 열정은 체험객 숫자의 증가로 나타났다. 2009년 1350명이던 체험객은 지난해 2084명으로 늘어났다. 올해는 5000명의 체험객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정 사무장은 “연수원 교육을 받으면서 새삼 농촌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며 “이제는 제가 느낀 농촌과 농업의 소중함을 체험객들에게 제대로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사무장은 명품 체험프로그램을 만들어 사시사철 도시민들이 찾는 활기 넘치는 마을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이미 주민들 대상의 사물놀이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며, 향후 주민들에게 스포츠댄스도 가르쳐 체험프로그램에 활용할 생각이다.

 

대전시 유성구 관평마을 이영숙 지도자

쓰레기 분리수거 완성…



노는 땅에 콩 일궈 소득증진

이영숙씨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조차도 귀찮아하는 쓰레기 분리수거를 시골에서 완성시킨 주인공이다. 이씨가 마을 부녀회장을 맡으며 쓰레기 분리수거를 시도했을 때 그의 튀는 행동을 어떤 주민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그냥 대충 버리면 그만인데”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씨는 홀로 밭과 논두렁에 버려져 있는 농약병을 수거하기 시작했다. 농약병과 음료수병 등이 쌓여 제법 많은 양의 재활용 쓰레기가 모아졌고, 이씨의 요청에 지역농협에서 농약병을 수매해 가기에 이르렀다. 한푼 두푼 모이던 분리수거기금은 연간 200만원으로 불어났다. 마을 주민들이 분리수거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마을 주민들과 이씨는 이렇게 모은 돈으로 어르신을 위한 경로잔치와 더불어 해외여행까지 보내주는 쾌거를 만들었다.

2006년 농촌사랑지도자연수원에서 실시한 마을지도자 기본과정을 수료하면서 이씨에게 더 많은 변화가 생겼다. 바로 도농교류 사업 때문이다. 이씨는 말로만 듣던 1사1촌에 대해 알게 됐고 마을의 농외소득 증진을 도농간 교류활동에서 찾게 된 것이다.

그는 “같은 대전이지만 ‘대전 속 도시민’을 ‘대전 속 시골마을’로 끌어들일 방법부터 고민했다”며 “먼저 농사지을 사람이 없어 놀고 있는 3만평의 밭을 일궈 서리태, 메주콩, 쥐눈이콩 등을 심고, 마을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마을 꽃길 가꾸기를 전개했다”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1사1촌 자매결연 기업의 직원들과 입소문을 통해 알게 된 도시민들의 마을방문이 늘어났다. 예쁜 꽃길을 통해 마을로 들어와 된장과 두부 등 맛있는 전통음식을 맛보고 가을철 싱그럽게 열린 포도와 사과 따기 체험 등을 통해 마을기금이 쌓여가는 것을 이씨는 흐뭇하게 지켜 볼 수 있었다.

이씨는 올해 더 많은 1사1촌 결연기업과 체험객 유치를 위해 대덕연구단지 입주기업과 학교, 유치원 등에 대한 마을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또 콩을 활용한 체험프로그램과 판매활동 이외에도 ‘묵’을 이용한 마케팅에도 온 힘을 쏟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