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와 모터가 장착된 전기자전거. 힘들게 페달을 돌리지 않아도 자동으로 바퀴가 굴러간다. 직장인들의 출퇴근이나 주부, 노약자들의 나들이에 제격인 데다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각광받으면서 세계시장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국내에서는 아직 전기자전거 사용자가 드물다. 시장도 독일의 보쉬, 일본의 야마하·시마노, 대만의 자이언트 등 글로벌 자전거 브랜드들의 독무대다. 그러나 국내 업체로서는 선도적으로 세계 전기자전거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기업이 있다. 히든파워라는 중소기업이다.

히든파워는 2008년 설립된 신생업체다. 직원은 자전거 부품의 연구개발(R&D)을 담당하는 5명이 전부. 그러나 성과는 놀랍다. 일반자전거를 전기자전거로 바꿔주는 개조키트로 지난해 10월 세계 최대 자전거 전시회 ‘유로바이크 2010’에서 금상을 차지했다.

허사진(47) 히든파워 대표는 이 전시회가 “세계 1000개 업체들이 1만여 개의 제품을 출품하는 자전거 업계의 ‘디트로이트 모터쇼’”라며 “이만한 해외 전시회에서 국내 업체가 수상한 것은 히든파워가 처음이다. 해외 바이어들의 ‘콜’이 쏟아지고 있어서 몸이 열개라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히든파워의 개조키트가 바이어들을 사로잡은 것은 기존 제품들과 전혀 다른 개조방식 때문이다. 기존 키트로 일반자전거를 개조하려면 바퀴, 페달, 체인 등의 부속을 통째로 갈아야 한다. 반면 히든파워의 제품은 자전거에 부착해주면 그만이다. 개조작업이 대단히 편리해진다. 시티바이크, MTB, 미니벨로 등 다양한 자전거 기종에 호환되는 것도 장점이다.

무게도 2.6㎏으로 일반 키트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배터리와 모터, 변속기로 이뤄진 간소한 구조라 개조 후에도 자전거의 외관이 변하지 않는다. “특히 유럽 바이어들의 호응이 뜨거웠습니다. 유럽인들은 자전거를 패션 품목으로 여기기 때문에 자전거의 미관을 중시하거든요. 자전거 고유의 디자인을 해치지 않고도 개조할 수 있다는 점이 좋은 점수를 얻었죠.”

허 대표는 히든파워를 창업하기 전까지 소프트웨어 개발자였다. 자전거와 관련이 없는 분야다. 전기자전거에 주목하게 된 것은 자전거 타기가 취미였기 때문이다. 40대에 접어들면서 자전거 페달을 밟는 것이 힘에 부치자 전동키트를 직접 고안하게 됐다. “자전거 동호회 회원들이 참신하다며 사업화를 권유하더군요. 마침 정부가 전국적으로 자전거 도로를 개설하기 시작한 데다 자전거 수요도 늘고 있어서 전망도 밝았습니다.”

개조키트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국내외에 판매된다. 하반기부터는 전기자전거 완제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전기자전거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만 해도 연간 2000만대 규모입니다. 당분간 수요가 많은 해외 시장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 약력 1965년 출생. 1992년 한양대 물리학과 졸업. 2000~2008년 자바필 대표이사. 2008년~현재 히든파워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