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서진 리딩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상무)은 국내 증권업계 최초의 여성 리서치센터장이다. 하지만 부임 후 8개월이 지난 지금, 증권업계는 그의 성별보다 그의 새로운 리서치센터 운영 전략에 주목하고 있다.

윤 센터장은 지난해 6월 부임 후 ▷장기 투자자를 위한 중장기 기업 분석 ▷업종의 벽을 허문 통합 분석 ▷CEO 경영능력 분석 ▷기업사(史)에 입각한 입체적 분석 등에 집중하고 있다. 단기적인 대응 위주의 기존 증권사들이 놓쳤던 틈새다.

“성장하는 기업에는 스토리가 있습니다. 창업 후 성장한 과정, 업계 위상, 경영자는 어떤 내공을 지니고 있으며, 그런 내공의 경영자라면 기업을 어떻게 키우겠구나, 실적으로는 언제쯤 가시화되겠구나 하는 거죠. 장기투자자들이 원하는 분석은 이런 겁니다. 하지만 대개 증권사들은 단기적이고 수치 중심적으로 분석해요.”

국내외 다수의 기관투자가들은 이 같은 리서치 방향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 자산운용사, 연·기금 등 대부분의 국내 기관들이 새로 거래 계좌를 열고 주문을 시작했다는 것. 해외의 국부펀드, 자산운용사 등의 반응도 긍정적이라는 귀띔이다.

“중장기적인 리서치는 한국시장에 장기 투자자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상장사 입장에서도 단기간 치고 빠지는 헤지펀드보다 중장기 기관투자가의 자금이 좋지 않겠어요?” 

애널리스트 경력이 없는 세일즈맨 출신 첫 리서치센터장인 그는 세일즈를 할 때부터 이런 리서치에 대한 갈증이 컸다.

“소재사업의 비중이 커져 화학업종으로 분류됐던 제일모직이 어느 날부터 패션사업 부문이 무섭게 성장하더군요. 심상치 않은 변화 같아 당시 근무하던 증권사의 애널리스트에게 얘기를 했는데, 그는 화학업종 담당이어서 제일모직의 패션 부문 성장에는 관심이 없었죠.”

이후 패션부문의 성장을 모멘텀으로 제일모직 주가는 큰 폭으로 올랐고, 그는 기존 리서치 문화에 실망했다. ‘실적이 좋으면 매수, 나쁘면 매도’ 등 뻔한 얘기를 하고, 기업방문에 게으른 애널리스트들이 책상 앞에서 숫자만 다뤄 작성한 보고서가 다수인 현실도 안타까웠다.

경험에 입각해 “영업 현장의 아이디어가 리서치에 적용되면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고 생각하는 그는 현재 리서치센터와 세일즈 부서의 경계를 허물고 시너지를 도모하는 중이다. 

윤 센터장이 지금 시점에서 ‘강추’하는 3~5년간 투자할 만한 종목은 무엇일까? 그는 ‘LG화학, LG생활건강, 삼성전자, 신세계, 현대차, 만도’ 등을 꼽았다. 모두 그가 강조하는 CEO의 내공과 강한 성장성을 지닌 기업이기 때문이라고. 윤 센터장은 “최소 3년은 지나야 성과를 얻을 수 있다”며 시간 여유가 있는 자금으로만 투자할 것을 당부했다.

- 약력  1969년생. 미국 St.Olaf College 고전어학과 졸업. 벨기에 Solvay Business School MBA. 서울여대 경영학박사. 1993년 EU본부 국제경제정책부 근무. 1995년 삼성그룹 입사 후 그룹 비서실 인사팀, 삼성전자 홍보팀·IR팀 거침. 2001년부터 2009년까지 SG증권(서울), 리만브라더스(서울), 노무라증권(서울), 우리투자증권에서 해외영업 업무. 2010년 6월~現 리딩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