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커루는 캐주얼의류업체 MK트렌드의 청바지 브랜드다. 지난해 매출 1200억원을 기록하며 국산 청바지들 중에서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의 고지를 돌파했다. 업계 순위는 캘빈클라인에 이은 2위로 세계적 청바지 브랜드 리바이스마저 추월했다. 국내 청바지 업계에서 보기 드문 성적이다.
- 김문환 MK트렌드 상무는 “국내 청바지 시장을 탈환한 뒤 해외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김문환 MK트렌드 상무는 “국내 청바지 시장을 탈환한 뒤 해외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문환(55) MK트렌드 상무는 청바지 마니아다. 수십만원의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서울 동대문시장의 저가 제품까지 수백 벌의 청바지를 갖고 있다. 청바지를 보는 눈썰미도 뛰어나다. 행인들의 청바지를 흘끗 보기만 해도 허리 사이즈, 다리 길이, 박음질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한다. 캐주얼의류업체 MK트렌드의 히트 청바지 ‘버커루’의 창안자가 바로 김 상무다.

김 상무가 MK트렌드의 새로운 사업으로 청바지를 떠올린 것은 2004년이다. 1조원 규모의 국내 청바지 시장을 리바이스, 캘빈클라인, 게스 등 외산 브랜드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청바지는 어느 나라에서나 즐겨 입는 글로벌 패션 아이템입니다. 캐주얼의류 중에서 시장규모가 가장 크지만 국내 의류업체들은 한국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고 있었죠. 우선 국내 청바지 시장부터 탈환하고 성공하면 해외로 확장하자는 목표였습니다.”

한국인 몸매 맞춰 제작, 워싱으로 포인트 강조

청바지 시장에 대한 김 상무의 도전에 사내에서 직원들의 우려가 컸다. 캐주얼의류 중에서도 가장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가 청바지였기 때문이다. “국내 소비자들은 브랜드파워를 청바지 선택의 기준으로 삼습니다. 해외 브랜드의 청바지를 좋은 제품이라고 생각하죠. 국산이면 디자인과 품질이 우수해도 눈길조차 안 줍니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먹히려면 외산 청바지들과 철저히 차별화해야 했습니다.”            

버커루를 외산 청바지들과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김 상무는 뉴욕·도쿄·홍콩 등 글로벌 패션 1번지의 이름난 의류매장들을 찾아다녔다. 청바지의 디자인에 대한 힌트를 얻기 위해서였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매직쇼나 프로젝트쇼, 독일의 브레드앤버터 등 세계적인 캐주얼의류전시회의 부스를 돌면서 최신 트렌드도 꼼꼼히 점검했다.

외산 브랜드의 약점들이 보였다. 우선 서양인의 몸에 맞춰 제작됐기 때문에 한국인들의 몸에 좀처럼 어울리지 않았다. 한국인들이 평균적으로 서양인에 비해 다리가 짧고 엉덩이가 처져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도 대부분 획일적이었다. 세계 곳곳의 매장에 물량을 공급하느라 디자인의 차별화보다 대량생산에만 치중했기 때문이다.    

김 상무는 버커루의 디자인에 한국인들의 체형을 반영했다. 한국인들의 신체적 특성에 맞춰 허리, 엉덩이, 무릎 등의 치수들을 조절했다. 신체적 약점들이 보정되는 디자인도 채택했다. 여성용 청바지의 경우 한국 여성들의 특징인 볼록한 아랫배를 가리기 위해 허리의 벨트라인을 두텁게 만들었다. 

워싱으로 다양한 색조와 무늬도 연출했다. 워싱이란 청바지의 물을 빼거나 더 들이는 작업으로 물방울무늬, 젖소무늬 등 독특한 문양들을 연출할 수 있다. 찢어짐, 구김 등의 효과들이 추가되면 연출할 수 있는 문양의 종류는 무한대로 늘어난다. “워싱으로 청바지에 화려한 문양들을 입혔습니다. 청바지의 주력 소비층인 10대 후반부터 20대 중반까지 구매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젊은 사람들일수록 개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지금은 리바이스나 캘빈클라인도 버커루의 워싱을 따라할 정도죠. ” 

제품은 국내에서만 생산했다. 국내외 제조업체들이 해외의 저임금 지역을 생산기지로 두는 것과는 상이한 전략이다. “청바지를 포함한 의류업은 제품의 순환주기가 매우 짧습니다. 본사와 공장이 소통하면서 버커루 매장에 매주 신제품들이 입고될 정도로 트렌드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독특한 광고전략도 버커루의 히트 요인이다. 버커루는 지난해 초 신인이던 탤런트 신세경을 광고모델로 채용했다. 경쟁업체들이 걸그룹 소녀시대, 섹시스타 이효리 등 톱스타를 선호하는 것과 상이한 선택이다. “신세경씨는 수수하지만 어눌한 이미지로 데뷔했습니다. 그가 섹시 콘셉트로 등장한 광고는 여성들에게 ‘나도 저렇게 입으면 되는구나’라는 느낌을 불러일으켰죠. ‘신세경진’이라는 별명이 유행하면서 버커루의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25%나 늘었습니다.”        

‘신세경진’ 다음 무대는 해외시장

버커루의 다음 목표는 해외시장이다. 김 상무는 다음 목표로 박민영진을 앞세워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것을 꼽는다. 2009년부터 홍콩과 중국에 해외지사를 설립하고 이 지역에 영업력을 집중했다. 올해부터는 패션 본고장인 미국과 유럽을 공략할 계획이다.

“지난해 버커루 청바지를 입고 미국에서 열린 패션전시회를 둘러봤습니다. 미국과 유럽의 바이어들이 디자인과 색상이 돋보인다며 거래를 제의하더군요. 상당한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캐주얼의류에서 삼성전자나 LG전자처럼 선진국 소비자들을 매혹시키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